윤 대통령이 공언한 ‘반도체 초강대국’, 노동시간만 늘린다고 되나요

유선희 기자

주 64시간 노동도 허용한다지만

노동자들 과로사는 지금도 빈번

실습생에겐 더 강한 보호망 필요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산업 초강대국’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업종에 대해 특별 연장 근로를 적용해 주 64시간까지 노동을 허용하기로 했다. 반도체학과를 육성한다면서 내년 한국폴리텍대학 운영지원 예산으로 350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장의 노동시간 연장은 큰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5년여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소속 기업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질병 산재현황을 보면 장시간·야간 근무의 위험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질병산재의 13.8%(43건)가 뇌출혈과 심근경색이었고, 이 중 25건이 사망으로 이어졌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생명을 실제로 위협한다. 9일 연속 근무를 한 노동자(50대)가 숨지는 일이 있었고, 업무과중에 시달리며 오후 10시까지 일한 노동자(40)가 의자에 앉아서 숨을 거두는 사례도 있었다.

집중적으로 일을 시킨 뒤 휴식을 준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 업무를 담당한 한 노동자(30대)는 평소 장시간 업무로 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월 근무가능시간을 소진해 강제연차에 들어갔는데, 바로 다음날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숨졌다.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의 질병 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LG화학(11건), LG전자(10건), 삼성전자(9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실습생’에게 더 강력한 안전망을 씌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폴리텍 대학교 반도체 학과가 지난해 산학협력을 맺고 현장실습을 보낸 기업 중 산재가 발생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소속은 온세미컨덕터코리아, DB하이텍, 솔브레인 등 11개 기업이다.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코미코, 온세미컨덕터코리아 등 산재가 발생한 협회 소속 기업 26개의 사업장에서 271명(사무·회계직 제외)의 ‘고등학생들’이 현장실습을 진행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우원식 의원은 “작년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이후 정부 차원의 사전현장실사 강화, 실습기업 중 산재기업 정보공유 확대가 시행됐음에도 현장실습 확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에는 별도의 산업안전대책 검토가 없다”며 “반도체 육성이 국가적 과제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해당 산업의 산재가 심각한 상황에서 안전한 훈련, 일터에 대한 방안 없이 학생들을 우선 현장에 많이 보내겠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엉성한 노동인식 수준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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