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1조 근무·이용자 교육···방문 돌봄노동자 보호 위해 회사가 나서야[공간의 공포, 홀로 일하는 여성들②]

지난 2021년 3월8일 여성의 날에 민주노총 소속 여성 노동자들이 ‘세계 여성의 날’ 113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장애인활동지원사와 재가요양보호사 등 방문 돌봄 노동자들의 성폭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현장 종사자들은 ‘2인1조 근무’를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영숙 재가요양보호사는 “성폭력 피해는 이용자와 단 둘이 있는 환경에서 일어나기 가장 쉽다”며 “방문 목욕 서비스에서 2인1조가 정착된 것처럼 통상 근무에도 자리가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4월 ‘수급자나 가족에 의한 인권침해가 반복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재가요양보호사가 2인1조로 근무할 수 있도록 비용·인력 등의 지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9월 이를 수용했다.

2인1조 근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방문 돌봄서비스 업체 대다수가 민간 시설이기 때문이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요양기관 2만5384곳 중 약 99%가 민간기관이다.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재정 문제로 민간 요양기관에선 2인1조가 더 어렵다”며 “돌봄을 공공영역에서 더 책임져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용자 중심’ 일변도로 운영되는 방문서비스 업체의 관행을 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선 돌봄노동자들의 필요보다 이용자의 요구가 우선된다. 고미숙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조직국장은 “문제가 있던 이용자에게 이성 담당자를 배정하지 말라고 요구하자 ‘매칭’은 이용자(장애인)의 선택권이라는 업체도 있었다”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이용자를 제재하면 고객을 잃어버리게 되는 격이니 이용자가 어떤 행동을 해도 서비스는 제공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장 대응 매뉴얼을 만들 때 현장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대1 서비스의 특성상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조직국장은 “목욕 서비스만 하더라도 지원사마다 ‘수용가능한 범위’가 다르다”며 “상체까진 가능한지, 옷 입은 상태면 가능한지 등 구체적인 논의가 있어야 현장에 유의미한 매뉴얼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사전 교육·안내 메시지 등을 통해 성폭력 행위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부당 행위를 한 이용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한다는 등 악성 고객을 제지하는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콜센터나 렌탈AS센터 등의 지침 개선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정수기·가습기 등 렌탈가전 점검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LG케어솔루션은 지난 12월부터 안내 메시지에 ‘매니저를 존중하시길 부탁드린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폭언, 폭행, 성희롱을 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도 포함했다. 김진희 LG케어솔루션 노조 수석은 “경고성 메시지가 포함된 이후 피해 사례가 덜 들어온다”며 “무용지물이던 긴급 버튼보다 효과가 있다”고 했다. 배 대표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건 회사의 책임”이라며 “보호조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안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2인1조 가구방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