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3명 연차 제대로 못쓰는 현실 속
“연장근로시간 월·분기·반기·연 단위 확대안은
사용자가 원할 때 몰아서 노동자 쓸 수 있는 안”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연차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런 현실에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안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할 때 몰아서 노동자를 쓸 수 있는 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7~14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3명(30.1%)은 법정유급휴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e메일 제보 중 휴가 관련 내용은 229건이었다. 이 중 연차휴가 제한이 96건(41.9%)으로 가장 많았다.
한 노동자는 직장갑질119에 “연차 쓰는 것에 대해 상사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한다”며 “연차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하니 ‘어느 직장에서 연차를 다 쓰냐’고 하더라”고 제보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상사가 연차 승인을 했다가 ‘내일 내 기분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승인을 번복했다. 다음날 왜 연차를 쓸 수 없냐고 묻자 ‘안마를 해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는 휴가를 모아 ‘제주 한 달살이’를 가라고 하지만, 한 달 휴가가 가능해지려면 최소 117시간 연장근로를 해야 한다”며 “하루 12시간씩 30일 일하거나 10시간씩 60일을 일해야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개편안에 따른 1주 최대 노동시간은 주휴일 1일을 제외하고 69시간(11.5시간×6일)이라고 가정하고 있지만, 주 90.5시간이 최대 노동시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 사례는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정부는 주 69시간제라고 하지만 일요일(유급휴일)에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하면 (7일을 일해) 주 80.5시간제가 된다. 한 주의 첫날은 전날 근무가 없어 ‘연속 11시간 휴식’으로 시작하지 않으니 10시간을 더해 최대 21.5시간(1일 24시간 중 2.5시간의 휴게시간 제외)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몰아서 일하기’는 주 69시간제가 아니라 주 90.5시간제(80.5시간+10시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근무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이 없는 주 64시간제는 ‘주5일 자정 퇴근법’이고,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주 4일제를 하려면 나흘 연속 새벽 4시에 퇴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개월로 할 경우, 특정 주에 몰아서 근무하면 월~금(5일간) 내내 12시간 이상 근무가 가능하다. 휴게시간을 포함하면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자정에 퇴근하는 생활이 주 5일 내내 가능해지고 그러고도 토요일에 1.5시간을 더 일을 시킬 수 있다(평일 5일 12.5시간 근무 + 토요일 1일 1.5시간 근무 = 총 64시간)”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면서 주 4일제도 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근무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없이 주 4일제로 일하면 주 4일 내내 하루 16시간 근무(1일 8시간 근로 + 연장근로 8시간 : 1주 총 64시간)도 가능하다”며 “주 4일 내내 아침 9시 출근, 새벽 4시 퇴근이다. 즉 하루 24시간 중 19시간을 회사에 있어야 한다(1일 근로시간이 16시간이므로 도중에 휴게시간 3시간)”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 야근갑질 특별위원장인 박성우 노무사는 “정부안은 실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법안”이라며 “‘몰아서 일하기’ 법안은 즉시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반박자료를 내고 “현실적이지 않고 수치상에 불과한 가정을 일반화해서 ‘90.5시간 근무’ 등 극단적인 주장을 하거나, ‘주 5일 자정 퇴근법’ 등으로 명명하는 것은 합리적 비판이라 볼 수 없으며 흠집내기식 비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 달 휴가가 가능하려면 최소 117시간 연장근로를 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통상 6개월~1년 정도의 장기간 동안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저축해서 휴가로 사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선택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라며 “한 달간의 연장근로를 저축해서 한 달간 휴가를 간다는 것은 제도의 내용과 다르고 상식과 현실에도 맞지 않는 가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