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진 30명, ‘건폭’ 특진은 50명···정부 ‘건폭몰이’ 장단 맞춘 경찰

이유진 기자

경찰, 건설노조 상대 전방위 무리한 수사

특진 규모 및 수사 강도·비중 ‘파격’ 평가

월례비·전임비 등 요구엔 불법 낙인 찍어

경찰은 지난 3월9일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 중간 성과를 발표하며 2863명을 적발해 29명을 구속하고 총 10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건설현장을 점거한 노조원들. 경찰청 제공

경찰은 지난 3월9일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 중간 성과를 발표하며 2863명을 적발해 29명을 구속하고 총 10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건설현장을 점거한 노조원들. 경찰청 제공

노동절에 건설 노동자가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호소하며 분신한 뒤 하루 만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자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현장의 특수성과 구조적 원인을 도외시한 채 정부의 ‘건폭몰이’에 발맞춰 대규모 특진까지 내걸고 모든 책임을 노조에 묻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노조를 상대로 한 경찰의 전방위 수사는 지난해 11월 본격화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국민체감 3호 약속’으로 선언했다. 윤 청장은 지역 관서까지 내려가 건설현장 불법행위 단속 성과를 올려 특진한 경찰관의 새 계급장을 직접 달아주기도 했다. 경찰 내에서도 ‘이례적 행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하며 “건설현장의 법치를 바로 세우라”고 지시한 이후 경찰의 수사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경찰이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내건 특진 규모도 파격이었다. 경찰청은 올해 국가수사본부에 배당된 전체 특진자 510명의 10분의 1에 달하는 50명을 건폭 수사에 배당했다. 건폭 특진이 단일 수사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전세사기 특별단속 특진자는 30명이 배당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2월 경찰 특진자는 모두 19명인데, 13명은 전세사기, 6명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수사 공로로 진급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화물연대 파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29일 충북 단양에 위치한 시멘트 제조사 주변의 집단운송거부 현장을 방문해 경찰 조치사항을 점검하고 근무 중인 경찰관을 격려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윤희근 경찰청장이 화물연대 파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29일 충북 단양에 위치한 시멘트 제조사 주변의 집단운송거부 현장을 방문해 경찰 조치사항을 점검하고 근무 중인 경찰관을 격려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경찰은 지난해 12월8일부터 오는 6월25일까지 200일 동안 ‘건설현장 폭력행위 특별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 단속에는 전국 시·도 경찰청과 일선서 수사 경찰관들이 대거 투입됐다. 각 시·도청 강력범죄수사대, 반부패수사대 등에서 66%, 일선서 수사부서에서 34%의 수사를 담당했다.

경찰이 성과·실적 쌓기에 치중해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건설현장 폭력행위’보다 ‘건설노조 폭력행위’를 부각하는것을 두고 ‘도를 넘은 코드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찰은 지난 3월9일 특별수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단속 대상(2863명)의 77.3%가 양대노총 소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검찰에 송치된 102명 중 63명, 구속된 29명 중 12명이 양대 노조 소속이었다. 단속된 양대노총 조합원 2214명 중 송치는 2.8%, 구속은 0.5%에 그쳤다. 수사를 통해 확인된 범죄 혐의보다 양대노총 조합원을 얼마나 많이 조사했는지를 알리는 데 강조점을 둔 발표였다. 경찰이 강조한 조폭 일당의 갈취 등 사례도 양대노총과 무관했다. 당시 브리핑에서 조폭이 개입된 불법행위 적발 사례 가운데 양대노총 소속 조합원이 있었냐는 질문에 경찰은 “없다”고 했다.

경찰이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양대노총 건설노조를 압수수색한 지난 1월19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에 앞에서 조합원들이 항의 팻말을 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

경찰이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양대노총 건설노조를 압수수색한 지난 1월19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에 앞에서 조합원들이 항의 팻말을 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

노동계는 경찰이 월례비·전임비 등 건설현장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요구마저 불법으로 낙인을 찍었다고 비판한다. 건설현장마다 지급 구조와 기준이 다른 데다, 월례비의 경우 사실상 임금 성격의 돈이라는 판례도 나온 만큼 이를 섣불리 범죄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단속 행위 대부분(75.2%)은 전임비·월례비 등 ‘금품갈취’였다. 분신 사망한 A씨(50)도 조합원 고용과 노조 전임비를 요구한 혐의(공동공갈)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터였다. 법원은 지난 1일 A씨의 분신 이후 A씨를 포함한 건설노조 전현직 간부 3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3일 “월례비·전임비와 관련해 민사적 문제가 아닌 형사·사법의 관점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월례비 등을 지급하기로 계약하는 것은 민사의 영역이지만, 그 과정에서 강요·협박·폭행 등 불법적 요소는 없었는가를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단속 대상에 사측의 불법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특별단속의 대상은 ‘폭력행위’로 사측의 불법적 행위가 적발되면 일선 담당 부서나 관계부처에서 당연히 조사하게 된다”면서 “다만 이런 부분은 저희가 지휘하는 영역은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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