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아들 캐스팅 특혜 의혹에 MBC 내부 반발 확산

남지원 기자

‘비선 실세’ 정윤회씨의 아들인 배우 정우식씨(32)에 MBC 수뇌부가 ‘캐스팅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한 내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언론 관련단체들은 정씨 특혜 의혹을 ‘비선 실세의 방송농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특별검사에 수사를 의뢰했다.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 <여왕의 꽃> 등을 연출한 김민식 PD는 19일 사내 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린 글에서 정씨 캐스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에게 “드라마 제작현장에 있는 MBC 후배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MBC는 정씨 캐스팅 특혜 의혹이 제기된 뒤 보도자료를 통해 “본부장의 일상적 관리 행위에 대한 부당한 의혹”이라며 부인했으나 김 PD는 “(장 본부장이) 대본을 보고 극중 주인공 남동생 역할을 지정해 캐스팅을 주문한 일도 있고, 비중이 없는 신인치고 너무 높은 출연료를 불렀을 때는 ‘출연료를 올려서라도 반드시 캐스팅하라’고 지시한 일도 있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추가로 밝히기도 했다.

MBC PD들이 지난 16일 실명으로 피케팅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MBC PD들이 지난 16일 실명으로 피케팅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관련기사: [단독]MBC 수뇌부, 정윤회 아들 출연 제작진에 압력

앞서 지난 15일에는 MBC PD협회도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MBC 사장과 드라마본부장이 무명배우 배역을 챙겨주느라 노심초사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며 “시사보도도 모자라 드라마까지 망가뜨릴 속셈이냐”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MBC 내부뿐 아니라 방송계에서도 참담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PD연합회는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배우를 정당한 오디션 없이 발탁한 것은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과 같은 부정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및 언론 관련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언론단체시국회의는 20일 정씨 출연 특혜 의혹에 대해 장 드라마본부장과 안광한 MBC 사장, 정윤회씨 수사를 특검에 의뢰했다.

■ 김민식 PD가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에게 보내는 글 전문

<저는 장근수 본부장님을 믿습니다.>

아래 글 중에서 <표시> 안의 글은 12월 15일 올린 장근수 드라마 본부장님의 입장입니다.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성장 가능성 높은 배우를 캐스팅해 그 역량이 드라마에 반영되도록 하고 이를 독려하는 것은 총괄 책임자로서 드라마본부장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본부장님께서는 때로는 제작사 대표를 통해서, 때로는 연출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특정 남자 배우를 반드시 드라마에 출연시키라고 종용하셨습니다. 대본을 보고 극중 주인공 남동생 역할을 지정하여 캐스팅을 주문하신 일도 있고, 비중이 없는 신인치고 너무 높은 출연료를 불러 제작진이 난색을 표했을 때는 ‘출연료를 올려서라도 반드시 캐스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정우식은 당시 이수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이것도 사실이라 믿습니다.

저는 본부장님을 포함한 드라마 제작진은 그 배우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다고 믿습니다. 전처소생의 아들을 캐스팅함으로써 비선실세에게 줄을 대야겠다고 생각할 사람이 MBC 드라마 피디 중에는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수현이 아니라 정우식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어도 그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광한 사장과 관련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드라마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본부장으로서 PD들에게 ‘이수현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오디션과 출연을 적극 검토해 보라’는 의도를 강조하다가 사실과 다르게 사장을 언급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일 리 없습니다.

아무리 가능성이 큰 신인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해도, 이미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검증이 된 신인을, 배역에 맞지 않고 이미지에 맞지 않고 출연료도 맞지 않는 신인을 억지로 출연시키려고 사장님을 팔았을 리가 없습니다. 난색을 표하는 후배의 의지를 꺾으려고 윗사람의 권세를 거짓으로 동원할 분이 아니라는 건 제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다 MBC 드라마를 위해서 하신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매체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공중파 드라마의 위상이 갈수록 위축되는 요즘, 회사로부터 더 많은 지원과 예산을 타내기 위해 노력하던 과정에서 생겨난 불상사라고 믿습니다. 지난 몇 년간, 그 배우의 출연작 리스트에는 KBS나 SBS가 없었습니다. 종편이나 케이블 방송에 출연한 적도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MBC였습니다. ‘MBC 드라마를 위해 애쓴’ 본부장님의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그래서 더 부끄럽고 슬펐습니다. 다른 방송사에는 감히 밀어 넣지도 못할 배우를 MBC에만 넣었다고요? 다른 방송사에서는 감히 시도하지 않은 비선 실세 농단을 MBC에서만 했다고요?

언제부터 드라마 신인 배우 발굴이 본부장의 일상적 관리행위였습니까? 정상적 방송사 경영활동에 간섭하고 제작 현장의 독립성을 훼손시킨 사람은 누구입니까? 선배님께서 수십 년간 지켜온 MBC 드라마입니다. 앞으로도 그 제작현장을 지켜야할 MBC 후배들을 생각해주십시오. 그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지켜주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부디 놓치지 말아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김민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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