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48시간이면 ‘OK' 여권발급 혁명

서울 송파구가 여권발급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부터 도입한 여권 ‘즉시 발급제’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송파구에서는 다른 구청에서 5~10일 걸리는 여권발급을 48시간 이내로 앞당겼다. 긴급한 경우에는 30분내 발급도 가능하다. 다른 지역에서는 왜 이렇게 못할까.

◇48시간 발급 어떻게 가능했나=구청 여권과 근무 직원은 모두 16명. 공익요원과 일용직을 포함하면 31명으로 다른 구청과 비슷한 인원이다.

여권발급 1단계인 ‘신청서 접수’는 직원 1명이 한시간에 15건씩 담당 직원 5명이 하루 600건을 접수할 수 있다. 근무시간에 인터넷·잡담 등을 하지 않는 ‘집중근무제’를 적용한 결과다. 그 전에는 많아야 하루 400건 접수가 가능했다.

2단계 ‘심사’에서는 직원 3명이 각각 한시간에 최대 25건을 처리한다. 3단계인 ‘발급(인쇄)’에서는 직원 5명이 쉴새없이 기계 2대를 돌렸다. 고장을 우려해 전담요원 2명을 배치했다. 발급기 1대당 300장을 인쇄했지만 무리가 없었다.

마지막 4단계 ‘판독’에서는 두번씩 확인을 거쳐도 건당 3분이 걸리지 않았다. 신청서 접수에서 여권을 손에 쥐기까지 29분이 걸렸다.

직원들은 즉시 발급제 도입 초기엔 밤 10시까지 매일 야근을 했다. 그동안 누적물량 2400건을 털어내기 위해서였다. 김성택 여권과장은 “누적물량을 모두 처리하자 다음날부터 당일 접수에 당일 발급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처리 과정으로 송파구는 긴급여권은 30분 만에, 긴급한 여권이 아닌 경우에는 신청 이틀후 발급을 마무리하고 있다. 인기는 폭발적이다. 종전 하루 400여건의 신청건수는 시행 첫날인 4월23일 555건으로 시작해 지금은 700건을 돌파했다. ‘즉시 발급’ 여권은 510건 발급됐다.

◇타 구청에선 왜 못하나=대부분의 구청이 민원인이 ‘48시간 발급’을 요청하면 “송파구로 가보라”며 떠넘기고 있다. 이 때문에 송파구청에 여권발급을 신청하는 민원인 가운데 25%만 송파구민이고, 대부분 타 지역과 전국에서 몰려온 ‘원정고객’들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여권 발급 구청이 18곳으로 확대되면서 여권발급기도 32대로 늘었지만 대기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타 구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늘어나는 업무량이 달갑지 않아서다. 또 기존에 밀려있는 여권 업무를 모두 처리해야 당일 처리가 가능한데 이를 해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구청의 관계자는 “우리 구민만을 위해서라면 30분내 발급이 가능하지만 타 지역 사람들이 몰려올까봐 구청끼리도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여기에다 구청과 여행사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는 것도 또다른 이유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해당 공무원들에게 ‘급행료’를 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즉시발급이 가능해지면 누가 여행사에 여권업무를 맡기겠느냐”고 말했다.

〈김창영·김기범기자 bod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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