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성서 발해 황후 무덤 발굴

이기환 선임기자

발해는 ‘고구려 계승한 황제국’ 입증

중국 지린성에서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했고, 황제국을 지향했음을 알려주는 발해 황후의 무덤이 발굴됐다. 최근 중국사회과학원이 발간한 ‘고고(考古)’(2009년 제6기)에 실린 ‘발해왕실묘장 발굴 간보’에 따르면 2004~2005년 지린성 허룽시 룽하이 마을 룽터우산 고분군에 있는 발해왕실무덤에서 고구려 조우관(鳥羽冠)의 전통을 계승한 금제관식이 발굴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발해국 3대 문왕(재위 737~793년)의 황후 효의왕후와 9대 간왕(재위 817~818년)의 황후 순목황후의 묘지(墓誌)가 출토됐다. 그런데 순목황후의 묘지에는 “발해국 순목황후는 간왕의 황후 태(泰)씨이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구려 전통을 잇는 금제관식이 확인된 중국 지린성 허룽시 발해 왕릉 고분군.

고구려 전통을 잇는 금제관식이 확인된 중국 지린성 허룽시 발해 왕릉 고분군.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출토된 금제관식(사진)은 고구려 조우관(새 깃털모양 관)의 전통을 잇고 있다”면서 “새 날개의 이미지를 세 가닥의 식물 이파리처럼 도안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는 당나라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순수한 발해산이며 고구려 조우관”이라면서 “여백을 끌로 쪼아 문양을 드러내는 ‘물고기알모양(魚字文)’을 활용하면서 발해 특유의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절정의 금속공예 문화 수준을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또 간왕의 황후인 순목황후 태씨의 묘지는 너비 34.5㎝, 높이 55㎝, 두께 13㎝였고, 세로로 총 9행, 141자가 새겨져 있었다. 묘지의 사진과 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발해가 황제국의 위상이었음을 알려주는 내용, 즉 “순목황후=간왕의 태후”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었다. 1980년 발굴된 3대 문왕의 넷째 딸인 정효공주(757~792년) 묘에서도 ‘황상(皇上)’이라는 표현, 즉 ‘황상께서 조회를 열지 않고 크게 슬퍼하시면서~’라고 새겨진 묘지명이 나온 적이 있다.

중국 지린성서 발해 황후 무덤 발굴

이 자료를 입수해 공개한 송기호 서울대 교수는 “가장 강력한 제국인 당나라 시절인데도 발해가 고구려의 전통을 이으면서 밖으로는 왕을 칭하고 내부적으로는 황제국의 위상을 유지한 이른바 ‘외왕내제(外王內帝)’ 체제였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는 발해가 당나라의 지방정권에 불과했다는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뒤엎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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