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에 묻힌 ‘매장 문화재’ 조사

권기정 기자

유적지에 농지리모델링 사업

문화재청 “문제없다” 해명에 고고학자들 “요식 조사 그쳐”

“아무런 문제없다. 부득이 발굴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 철저하게 조사했다.”(문화재청)

“문화재청의 ‘1일 현장확인’ 방식 조사는 속도전의 공기를 맞추기 위한 요식행위다.”(전국고고학교수모임)

문화재청과 고고학계 교수들이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진행 중인 농지 리모델링 사업과 관련된 문화재 조사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29명의 교수로 구성된 ‘4대강 문화재 살리기 고고학 교수 모임(고고학 교수 모임)’은 21일 성명서를 발표, “문화재청은 관련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유적의 유무를 재확인하고, 유적 존재 구간에 대한 철저한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성명서는 고고학 교수 모임이 지난 1일 “매장문화재 발굴조사가 의도적으로 왜곡·축소·기피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자, 문화재청이 곧바로 “관련법령에 따라 문화재 조사를 벌여왔다”고 해명한 데 대한 재반박문 형식으로 발표됐다.

고고학 교수 모임은 우선 전국의 리모델링 대상지역(7586만㎡) 가운데 불과 7%(548만㎡)에서만 문화재 조사가 진행된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8000년 전) 배 등이 발굴된 경남 창녕군 유적지가 문화재 조사 없이 농지 리모델링 지구로 선정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문화재청은 “ ‘부득이’ 발굴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 철저히 조사했다”고 해명했다.

고고학 교수 모임은 특히 “문화재청이 지표조사 대상 지역인데도 단순히 ‘1일 현장확인’이라는 행정편의적 방법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조사가 생략된 93% 지역은 유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강변의 충적대지”라면서 “이런 곳이 ‘부득이’ 발굴할 필요가 없는 지역이냐”고 반문했다.

고고학 교수 모임은 이어 문화재청이 “1960~80년대의 경지정리 등으로 이미 문화재층이 훼손된 경우와, 현재 문화재층을 훼손시키지 않은 범위에서 벌어지는 공사의 경우엔 지표조사가 필요 없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70~80년대의 경지정리는 대부분 50㎝ 이내에서 주로 지표면을 고르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지하 4m 이상 깊은 곳에 남아 있는 문화재층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의 4대강 농지 리모텔링 사업은 중장비로 지표면을 제거하고 땅을 깊이 파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상길 경남대 교수는 “4대강 리모델링 사업은 중장비로 3~8m씩 땅을 깊이 파는 것인 만큼 명백한 문화재 파괴행위”라고 밝혔다.

<권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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