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차에서 쌀 9t 기부로…‘팬들 조공’의 진화

구교형 기자

연예인 개인 위하다 불우이웃 돕기·국제 원조로 확장

“스타 기 살려주자” 기부 큰손 경쟁으로 과열 우려도

밥차에서 쌀 9t 기부로…‘팬들 조공’의 진화

지난 7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 주변은 팬들이 각종 단체에 기부한 물품들을 소개하는 화환과 광고판들로 가득 찼다. 리본에 ‘기부연탄 불타오르네’라고 적힌 한 화환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랩몬스터’가 지정하는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 1994장을 전달할 예정이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다른 광고판은 ‘라면드리미 912개’라는 문구와 함께 결식아동이나 독거노인에게 해당 물품이 전해진다고 밝혔다.

연예계에서 팬들이 돈을 모아 가수나 탤런트에게 주는 선물을 은어로 ‘조공(朝貢)’이라고 부른다. 종속국이 종주국에 예물을 바치던 일을 뜻하는 옛말에서 따온 것으로 팬들이 스타에게 일방적으로 선물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 생일에 명품 옷이나 신발 등 고가의 물건을 선물하는 ‘이기적 조공’이 대세였다. 주요 팬층인 청소년의 금전 부담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일부 연예기획사는 소속 연예인들에게 팬들로부터 조공받는 행위를 금지하기도 했다. 이후 방송 촬영 현장에 밥차 등을 보내 동료나 스태프가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 식으로 조공의 형태가 변했지만 목적은 오로지 스타 개인을 위한 것이었다.

최근에는 콘서트나 제작발표회가 열릴 때 불우한 단체나 이웃에게 생필품을 기부하는 ‘호혜성 조공’이 늘고 있다. 가수 대신 팬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크다. 방탄소년단 콘서트장에는 여러 팬들이 힘을 합쳐 쌀 9.62t과 계란 9616개 등을 사회단체에 기부했다는 소식도 적혀 있었다. 이 같은 호혜성 조공은 ‘K팝 스타’를 응원하는 팬들이 밀집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저개발국가를 돕는 국제적 원조의 형태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지난 2월10일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손나은씨(22)의 팬들이 그의 생일을 기념해 캄보디아에 우물을 기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려되는 점은 10대들 사이에서 기부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팬들이 기부하는 쌀을 ‘드리미’ ‘스타미’ 등이라고 지칭하는데 기부량이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천㎏에 달한다. 보통 쌀 500㎏을 기부하면서 화환 2개에 광고판 1개를 주문하면 통상 175만원가량 비용이 든다. 단순한 아르바이트 외에 금전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힘든 청소년들이 부담하기에 만만치 않은 액수다.

아이돌그룹 팬클럽에서 활동 중인 ㄱ양(16)은 “기부는 좋아하는 스타의 기를 살려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팬클럽 규모나 앨범·음원 판매량을 두고 인기도를 가늠했다면 이제는 기부 분야에서 ‘큰손’ 경쟁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에 편승해 기부를 대행하는 민간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Today`s HOT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