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 제거 안 해도 ‘남 → 여’ 성별 정정 첫 허가

김원진 기자

“성별 정체성은 외부 성기 형성이 필수적이지 않아”

‘여→남’은 이미 가능…“성전환자의 권익 신장 도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사람이 성기 형성수술을 받지 않아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그동안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전환은 성기 형성수술 없이도 성별 정정이 허가돼 왔지만 반대의 경우는 인정되지 않았다.

청주지법 영동지원(재판장 신진화 부장판사)은 성기를 만드는 수술을 받지 않은 30대 성전환 여성 ㄱ씨의 성별 정정 신청에 대해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는 것을 허가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외부성기 형성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 여성의 성별 정정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국내 첫 사례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신체 외관상 여성으로의 변화와 여성으로서의 성별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있어 외부성기 형성수술은 필수적이지 않다”며 “오히려 외부성기 형성수술이 의료기술상의 한계와 후유증의 위험이 크고 수술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성전환자들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외부성기 형성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자는 사고나 질병으로 생식기 등을 절제한 경우와 다르지 않음에도 (생식기가 없다고) 성별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공동체 내 다른 구성원이 혐오감, 불편함 등을 느낀다는 주장도 다양성 존중과 소수자 권익을 보호하는 민주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법원은 대법원 예규와 판례 등을 주요 근거로 성별 정정 허가 여부를 결정해왔다. 법원의 참고사항인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 중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신청 사건 등 사무 처리 지침’에는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2013년 3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최초로 외부성기 형성수술을 하지 않은 성전환 남성이 신청한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별 정정에 대해 허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성기 형성수술을 받지 않은 남성의 여성으로의 성별 정정은 외부성기 형성수술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이유 등으로 정정 허가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ㄱ씨를 변론한 한가람 공익 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법원이 사회적 시선과 국가의 입장보다 성전환자의 입장에서 성별 특성을 깊게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Today`s HOT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불타는 해리포터 성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