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 거래STOP(2)

경찰이 본 디지털 성범죄…“3대 공급망 단속 주력하겠다”

박은하 기자·정상빈 인턴기자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의 한 보행자 도로에 설치된 CCTV  너머로 경찰청이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의 한 보행자 도로에 설치된 CCTV 너머로 경찰청이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범죄와 싸우는 입장이니 얼굴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

9월 28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1층 카페에서 만난 장우성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사이버수사과장(총경)은 사진촬영을 사양했다. 그는 9월 26일 발표된 정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에서 경찰이 해야 할 일을 진두지휘하는 직위에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은 경찰,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핵심적인 주무 부처이다. 방통위와 과기부가 영상·이미지에 관한 정책을, 여성부와 경찰이 사람에 관한 정책을 맡는다. 사람에 관한 정책 중에서도 여성부는 피해자 지원을, 경찰은 범죄자 수사를 담당한다. 경찰을 제외한 나머지 부서가 방패라면 경찰은 창이라 할 수 있다. 여성부, 방통위, 과기부 세 부처가 발생한 피해의 대책과 예방을 맡는다면 경찰은 피해를 일으킨 사람들을 찾아내고 처벌하는 첫 단계의 역할을 한다.

창은 충분히 날카로워야 하지만 잘못 던지면 사람을 다치게 한다. 시민을 상대로 직접 무력을 휘두른다는 점에서 경찰은 운용하기 가장 까다로운 공권력이면서, 범죄 대응의 핵심이다. 경찰은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다음은 1문 1답.

Q. 경찰의 대책 중 ‘3대 공급망’ 집중 단속이 가장 눈에 띈다. 사이트 운영 및 광고업자, 웹하드 및 헤비업로더, 음란방송 진행자 및 업자를 ‘3대 공급망’으로 지목했다.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범죄 피의자들을 검거하면서 디지털성범죄 영상에 열광하는 오타쿠라고 해야 할까, 몰래카메라 마니아라고 해야 할까…. 적절한 표현을 못 찾겠는데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포털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카페 내에 영상을 올리다 사람들이 열광하고 ‘나도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니까 ‘이거 팔면 돈이 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 사람들이 영상을 어디다 파냐면 불법 음란 사이트에 판다. 성매매 광고 사이트 등에 의뢰받고 찍어서 파는 경우도 있다. 음란 사이트들도 성매매나 도박 사이트에 다시 영상을 팔거나 광고를 받아서 운영된다. 2015년 7월 검거된 워터파크 여자 탈의실 불법 촬영 사건이 전형적이다. 이 경우 싸이월드의 한 커뮤니티가 진원지였고 영상을 소라넷에 팔았다, 네이버, 다음 등 다른 포털에도 이런 류의 커뮤니티는 얼마든지 있다. 소라넷은 성매매업소와 불법도박사이트 광고가 주된 수입원이었다. 다른 사이트들도 마찬가지였다. 거듭된 수사를 통해 이런 구조를 포착할 수 있었다.”

Q. 커뮤니티는 범죄 영상물 전문 커뮤니티인가? 커뮤니티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범죄 영상물 전문 커뮤니티는 아닌데, 올라오는 게시물 중 유독 불법 영상 관련 게시물들이 호응을 얻고 나중엔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다 떠나는데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만 남아버린 커뮤니티들이었다. 그 안에서 영상물, 그들의 표현으로 ‘좋은 거’ 많이 올리는 사람들에 대한 칭호가 있다. 그런 칭호에 우쭐해서 더 많이 올리게 되고, 불법 사이트에 돈 받고 파는 것 외에도 ‘주변인들이 갖고 싶어해서 줬다’는 진술도 받았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정말 끔찍한 일이다. 이보다 더한 범죄가 없다.”

Q. 소라넷은 운영자들이 외국 국적자고 서버가 해외에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에 서버가 있고 도메인이 등록된 사이트 수사가 가장 어렵다. 경찰이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아동포르노에 대해서는 관용이 없고 수시기관 간의 국제 공조체제가 잘 돼 있다. 문제는 성인이 등장하는 영상물이다. 선진국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 해 수사기관이 영장을 발부받는 일이 쉽지 않다. 동시에 사생활 보호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가 직접 요청하면 빠르게 삭제해준다. 하지만 당사자가 이를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소라넷의 경우 서버가 네덜란드에 있었고, 네덜란드는 포르노 유통이 죄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 경찰이 설득해 수사에 크게 협조해줬고 서버를 폐쇄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디지털성범죄에 관한) 통일된 국제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인간의 양심과 정의감, 직관적 판단 등에 호소하고 맡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소라넷 운영자들이 네덜란드 경찰에 소송을 제기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이트 하나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경찰도 이런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해를 해 줬으면 좋겠다.”

Q. 부다페스트 사이버 범죄 조약에 가입해 국경을 넘나들며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해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부다페스트 사이버 범죄 조약은 2011년 11월 2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사이버범죄 국제회의에서 전 세계 30개국이 서명해 발효됐다. 디도스(DDoS) 공격, 테러, 온라인 자금세탁, 아동포르노 등 사이버 범죄 수사를 위한 첫 국제공조 체계이다.)

“수사기관으로서는 적극 찬성하지만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그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 국제자금세탁방지협약이란 것이 있다. 금융거래를 통한 범죄예방을 막기 위한 협약으로 OECD 국가들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가입돼 있다. 이 협약에 가입되면 2000만원 이상 금융거래들은 신고하도록 돼 있다. 범죄 의심점이 발견되면 해당 국가 수사기관에 통보된다. 부다페스트 조약에 가입하면 마찬가지다. 이메일 등에 대한 감청 허용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가 여기 동의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이 남아 있다.”

Q. ‘3대 공급망’ 단속에 주력하겠다는 것은 이런 어려움 때문인가?

“이런 환경 속에서도 좀 더 공급을 확실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성매매 업소 광고로 14억원의 수익을 올린 사이트를 찾아내 운영자를 검거했다. 음란사이트는 불법 성매매 업소와 도박사이트 광고가 아니면 유지가 안 된다. 일부 인터넷 방송 사이트와 진행자들의 경우에도 가출소녀들을 부추겨 옷을 벗게 하는 방송을 진행하고 이를 방치하며 이런 범죄를 부추겨온 책임이 있다.”

Q.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최근에 범죄 사이트들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SNS로 옮겼다고 한다. 이들 공간에서 벌어진 범죄의 수사는 어떤가?

“쉽지는 않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구글 등은 법 집행기관 계정이 따로 있다. 테러 방지 등을 위해 이들 매체는 어느 정도 협력하고 있다. 트위터 역시 법 집행기관 전용 계정이 있지만 페이스북에 비해 좀 더 접근이 어렵다. 가장 어려운 대상이 텀블러다. 국내 수사기관의 영장은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수사기관 전용 계정도 없다. 하지만 이곳도 피해자 본인이 직접 요청하면 빠르게 처리해준다. 그래서 최근에는 SNS로 많이 옮겨갔는데, 누가 옮겨갔냐면 유포하는 사이트가 통째로 간 게 아니라, 그 사이트에서 ‘지인능욕 합성’(이미지나 영상물에 지인의 얼굴과 합성해 새로운 이미지로 만드는 것)을 해주는 자들이 옮겨 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분야는 잘 알고 있으며 협조를 통해 누가 이런 짓을 하는지는 파악하고 있고 계속 추적해갈 것이다.”

Q. 경찰은 앞으로 ‘몰래카메라’라는 표현 대신 ‘불법촬영 영상’이라는 표현을 쓰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음란물’이라는 표현에도 비판이 있다. 영상 등에 원치 않게 등장한 피해자들이 ‘음란물’이라는 표현에 이중으로 모욕을 당한다는 지적이다.

“불법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성폭력범죄 처벌법의 제14조 위반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특히 유포행위는 영리 목적으로 촬영해 활용했다면 전기통신망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법들은 허점이 있다. 어떤 사이트에 가니까 여성 다리만 모아서 촬영한 사진만 있다. 이 사진들은 음란물을 규정한 법 조항에 적용받지 않아 처벌할 근거가 없다. 그리고 어디다 팔지 않고 볼 목적으로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처벌 근거가 아직은 없다. 개인 간 돈을 받고 영상을 거래한 경우 불법 도박과 달리 범죄수익을 환수할 규정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 점은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Q. 경찰의 기존 수사관행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일선 경찰관서에서는 고소사건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처리한다거나, 개인이 입은 피해에 대해 수사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 왔다. 피해자 지원을 하는 단체들은 경찰서마다 고소장에 첨부해야 하는 파일 형식이 JPG냐 PDF냐 다 다르고, 다른 형태의 파일은 안 받아주는 경우마저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그 점에 대해서 반성이 있다. 경찰 조직 전체의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불법촬영 영상 관련 사건이 들어오면 일반적 고소고발 사건처럼 사람들 다 보는데서 조사하고 그랬는데, 앞으로는 (형식상 음란물 유포죄에 대한 수사라도) 성범죄 피해 수사와 동일한 원칙과 과정을 적용하겠다. 수사에 전담 여경을 배치해 격리해 조사하고 여성부와 함께 진행하는 피해자 지원 기구 연결을 지원하겠다.”

Q. 디지털성범죄는 심층웹(Deep Web, 검색으로 발견되지 않는 사이트)이나 다크웹(Dark Web 정상적인 경로로는 접속할 수 없는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술적 문제는 없나?

“그 점에 대해서는 문제없다. 마약거래 수사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봐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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