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이건희 사면 관련 ‘부정한 청탁’ 인정…‘제3자뇌물죄’ 적용

이혜리 기자

MB 항소심, 1심과 다른 점

다스, 삼성에서 38억원 수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 판단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2심 법원은 ‘제3자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삼성 사이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사면을 둘러싼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1심 판결에는 없던 내용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9일 이 전 대통령 판결에서 “삼성그룹과 이 전 대통령 사이에 늦어도 2009년 10월27일에는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이 회장 특별사면)의 내용과 다스에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해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이 받았다고 인정된 삼성 뇌물 89억원 중 38억원에 제3자뇌물죄가 적용됐다.

제3자뇌물죄는 단순뇌물죄보다 성립 요건이 까다롭다. 단순뇌물죄는 공무원과 뇌물 공여자 사이 ‘직무 관련성’만 입증하면 되지만, 제3자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서 2심 법원이 제3자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을 때도 ‘부정한 청탁(경영권 승계작업)’에 관한 판단 때문에 논란이 됐다.

이번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강한 반대 여론에도 특별사면을 강행했고, 이 회장 사면은 삼성의 주요 현안이었다는 점을 토대로 ‘부정한 청탁’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이 회장 사면 요청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요청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전 대통령은 이미 그런 요구사항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2009년 11월23일 법무부에 연말 사면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법무부 형사기획과가 ‘사면 실시 방안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고 했다.

이 문건에는 ‘이 회장 단독사면(1안)’ ‘이 회장과 삼성그룹 임원들에 대한 사면(2안)’ ‘이 회장과 삼성그룹 임원들 및 경제인 10여명에 대한 사면(3안)’이 적혀 있었다. 그에 앞선 10월27일 이 전 대통령이 보고받은 것으로 인정된 ‘VIP 보고사항’ 문건에는 다스 미국 소송에 대한 삼성의 자금지원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재판부는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도 검토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기업체인 다스가 이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전후해 삼성으로부터 38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수수한 것은 사회 일반으로부터 특별사면이라는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 사정”이라고 했다. 다만 제3자뇌물죄가 적용된 38억원은 다스에 귀속됐기 때문에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추징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1심보다 뇌물액은 늘고도 추징액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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