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뒤 인사보복’ 안태근 파기환송심 무죄…“범죄 증명 없어”

유설희 기자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인사 보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54)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재판장 반정모)는 2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검사장에 대한 무죄 선고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이다. 지난 1월 대법원은 안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에서 ‘서 검사에게 통영지청 전보라는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추가했다. 서 검사를 직권남용 상대방으로 추가한 것이다. 원래 공소장에는 안 전 검사장 지시를 받은 인사담당 신모 검사만 직권남용 상대방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예비적 공소사실’에 따르더라도 무죄라고 판단했다. 국가공무원법 56조는 공무원은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서 검사 역시 원하지 않는 곳으로 전보됐다고 하더라도 직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서지현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시켜 근무하게 한 것은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주의적·예비적 공소사실 모두 범죄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라고 했다.

후배검사를 성추행하고 부당한 인사조치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018년 2월26일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영민 기자

후배검사를 성추행하고 부당한 인사조치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018년 2월26일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영민 기자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5년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근무하던 서지현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부하직원인 인사 담당 검사에게 작성하도록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경력검사를 연속해서 부치지청(차장검사가 없고 부장검사가 있는 소규모 지청)에 발령하는 인사안은 인사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공소사실 내용이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시킨 때 성립한다.

1·2심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이 서 검사를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검찰 내에 돌자 서 검사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줬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안 전 검사장이 부하직원에게 ‘의무없는 일’을 시킨 게 맞는지였다. 대법원은 인사권에는 재량이 있고,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반드시 지켜야 할 인사기준은 아니라서 부하직원이 의무없는 일을 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인사권자는 법령의 제한을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 사정을 참작해 전보인사의 내용을 결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결정함에 있어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며 “검사 인사에 관한 직무집행을 보조 내지 보좌하는 실무 담당자도 그 범위에서 재량을 가진다”고 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검사장은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 전 검사장은 ‘하실 말씀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고생 많으십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라고 말한 뒤 법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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