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사망 5년…확정 못한 ‘물대포 지침’

고희진 기자

경찰, 사용 제한 등 담은 지침 개정 작업

“의견 수렴에 시간 걸려”

2015년 11월14일 서울 종로구청 인근에서 경찰이 시위 중 쓰러져 있는 백남기씨에게 멈추지 않고 물대포를 쏘고 있다. CBS노컷뉴스 제공

2015년 11월14일 서울 종로구청 인근에서 경찰이 시위 중 쓰러져 있는 백남기씨에게 멈추지 않고 물대포를 쏘고 있다. CBS노컷뉴스 제공

경찰이 쏜 살수차 물대포에 맞아 농민 백남기씨가 사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에서 물대포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경찰의 물대포 사용 기준을 제한하는 내부 지침은 아직 ‘개정 작업 중’이다. 시위 현장에서는 용역업체나 대학 같은 민간기관들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변형한 ‘물호스’ 등을 분사해 문제가 됐다. 해외 민주화 시위 현장에선 공권력이 한국산 물대포를 사용해 비판이 일었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경찰청은 물대포 분사 등에 대한 기준을 담은 내부 지침인 ‘살수차 운용지침’의 개정 작업을 하고 있다. 2015년 11월14일 백씨에 대한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가 문제가 된 후 관련 지침 개정에 들어갔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지침 개정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씨는 2016년 9월25일 사망했다. 경찰의 인권문제 개선 등을 위해 발족한 경찰개혁위원회는 2017년 9월 집회·시위 현장에서 살수차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올해 1월에는 경찰의 살수차 이용 시 물대포 사용에 대한 기준을 법령으로 규정했다.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3조의2(살수차의 사용기준)을 보면 경찰은 “소요사태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는 경우” “지정된 국가 중요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행위로 인해 해당 시설이 파괴되거나 기능이 정지되는 등 급박한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살수차를 사용할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경찰의 물대포 직사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나왔다.

하지만 2014년 4월 마지막으로 개정된 현행 살수차 지침의 사용 요건은 “불법 집회·시위 또는 소요사태로 인한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억제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법령보다 비교적 폭넓게 규정돼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 살수차 지침은 대통령령상의 살수차 사용 요건에도 맞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 폐기된 지침으로 현장에 적용하고 있지 않다. 2015년 이후 살수차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개혁위 권고, 개정된 대통령령, 헌재 결정례 등을 담은 살수차 운영지침 개정안을 9월 경찰위원회에 상정하였으나 새 지침에 따르면 ‘대통령령에서 제시한 것처럼 소요·폭동 상황에서도 살수차를 이용하기 어려울 만큼 사용이 규제돼 있다’는 의견이 있어 재상정 의결됐다. 새 지침은 2014년 지침과는 전혀 다르다. 대통령령보다도 자세하고 까다롭게 살수차 사용 요건이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공권력의 살수차 사용은 없어졌지만, 최근에는 민간에서 공권력의 과도한 시위 대응 방식을 답습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2017년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대하던 서울대 학생들에게 학교 직원들이 소화전의 물을 뿌린 것에 대해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라고 결정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에게 수협 측 용역들이 호스로 물을 직사했다.

올해 태국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국내 업체가 만든 물대포가 사용됐다.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경찰청과 인천시가 개최한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서 물대포, 차벽 등이 홍보되는 것을 비판하며 “ ‘치안 한류’ 사업의 일환으로 수출되는 각종 치안 장비들이 각국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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