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5일 ‘극비수사’의 그 사건, 범인 잡히다

탁지영 기자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영화 ‘극비수사’ 스틸컷

영화 ‘극비수사’ 스틸컷

■1980년 12월15일 ‘극비수사’의 그 사건, 범인 잡히다

영화 ‘극비수사’를 보셨나요? 초등학생 유괴사건을 해결하는 형사와 도사의 이야기입니다. 1978년 부산에서 한 아이가 유괴됩니다. 공길용 담당 형사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극비수사를 진행하기로 하죠. 가족들은 유명한 점술집을 돌아다니며 아이가 살아있는지 묻습니다. 모두 아이가 죽었다고 답할 때 도사 김중산만 “살아있다”고 말합니다. 또 납치 후 정확히 보름이 되는 날 범인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고 예견하죠. 이렇게 유괴사건을 해결하는 데 형사와 도사가 함께하게 됩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난 ‘정효주양 유괴사건’이 배경입니다. 정효주양(당시 12세)은 부산에서 재력가로 알려진 정모씨의 딸이었습니다. 정양은 기구하게도 두 차례나 납치되는 일을 겪었는데요. 1978년 9월15일 수업을 마치고 학교 밑 골목길을 내려오다 검은색 승용차에, 1979년 4월14일 학교 후문으로 걸어가던 중 비닐로 번호판을 가린 차량에 납치당했습니다.

[오래 전 ‘이날’] 12월15일 ‘극비수사’의 그 사건, 범인 잡히다

4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정양을 두 번째로 유괴한 범인이 검거됐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부산시경은 이날 전직 운전사 이원석(당시 25세)을 미성년자 약취·유인 등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경찰은 그해 12월12일 하숙집에 숨어 있던 이씨를 1년8개월 만에 검거해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습니다. 범행 당시 쓰인 휴대용 녹음기 1대와 위조 자동차 번호판 2개를 증거물로 압수했습니다.

이씨는 경찰에 고질적인 위장병 때문에 운전을 할 수 없어 편안히 살 방법을 찾던 중 1978년에 발생한 정양 납치 사건이 생각나 정양 부모로부터 큰 돈을 뜯어내려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후문 근처에서 정양을 납치했으나 금품을 받아낼 수 없었고 범행 사실이 널리 보도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특별담화까지 발표하자 겁이 났다고 했습니다. 범행 5일째가 되던 날 경북 경주시 근처 국도에 정양을 내려놓고 서울로 달아나 은신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오래 전 ‘이날’] 12월15일 ‘극비수사’의 그 사건, 범인 잡히다

정양 2차 유괴사건은 1차 유괴사건이 벌어진 지 6개월 만에 발생했습니다. 1차 유괴사건은 범인 매석환(당시 42세)이 저질렀습니다. 매씨는 정양을 납치한 뒤 부산에서 정양 집에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하다 경찰의 수사망을 눈치채자 서울로 도주했습니다. 매씨는 영문을 모르는 정양에게 “나는 너의 아버지 친구인데 아버지가 5000만원 빚을 져 잡혔고 어머니도 도망쳤으니 내가 너를 당분간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뒤 정양을 차량 트렁크에 싣고 수원·강릉·속초·설악산 등을 전전하며 서울까지 왔습니다.

매씨는 서울 여의도에 사는 정양의 이모에 전화를 걸어 5000만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경찰은 매씨를 잡기 위해 납치 현장을 목격했던 정양의 반 친구에게 최면술을 걸어 차량 번호를 알아내기도 했죠. 영화에 나온 점괘와 최면이 미신적인 설정만은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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