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아동학대’ 신고 첫 감소…코로나 때문?

김은성 기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보고서, 계속 늘다 8% 줄어

전문가 “코로나로 ‘조기 발견’ 공적 시스템 작동 안 돼”

이웃 관심 더 필요…영·유아 건강검진에 학대 신설을

지난해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 건수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가 줄었다기보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아동학대 조기 발견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증가하는 아동학대 위험성’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20년 1~8월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건수는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전국적으로 평균 8.6% 감소했다. 재단이 국가아동학대정보시템 통계를 분석한 결과로,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산이 심했던 경북은 아동학대 신고가 40% 급감했다. 17개 시·도 중 신고 건수가 증가한 곳은 서울과 대전, 경남, 전북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아동학대 특별점검 등을 실시해 신고 건수가 3분기 이후 늘긴 했으나, 평년과 달리 증가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통계는 올해 2분기쯤 공개될 예정이다.

이는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아동학대 신고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던 것과 배치된다.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신고 접수 현황을 보면 2016년 54%, 2017년 15%, 2018년 6%, 2019년 13%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늘고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된 것과 관계 있다.

보고서를 쓴 서한욱 대구시 아동보호전문기관 현장조사팀장은 “2020년은 중대 아동학대 사건이 다수 발생하고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생겼음에도 신고가 2019년보다 줄어든 것은 코로나19로 아동학대를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공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가 가정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고 나서야 발견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인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형제 화재 참변이 대표적 사례다. 아동권리보장원 집계를 봐도 초등학교가 휴교했던 지난해 2~4월 학대 신고는 2019년 대비 20% 줄었고, 신고의무자인 교직원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82%나 줄었다.

보고서는 “아동학대는 발생 초기에 신속하게 발견해 개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발견되지 못해 더 심각한 학대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와 돌봄기관이 문을 닫아 아동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동과 양육자 모두 스트레스를 받고, 양육자의 실직·휴직 등에 따른 경제적·정신적 어려움도 아동학대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아동보호기관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부모들이 아동학대 관련 방문조사를 거부하거나, 학대 받은 아이를 분리하려고 해도 시설이 아이를 받아주지 않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며 “아동학대 사례 관리가 제한적이거나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고 의무자들이 학대 아동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어 주변 이웃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며 “영·유아 건강검진에 아동학대 관련 문항을 신설하거나 학대위험 가구를 예측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활성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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