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의심신고 강제조항 있지만…10건 중 8건 ‘비신고의무자’가 신고

류인하 기자

서울 관악구, 보고서 분석

이웃·친구 등 신고 가장 많아
전담인력 시·군·구당 2명꼴
“요식행위에 불과” 지적까지

가해자 등 조사회피·거부도
행정처분 등 조치 연결 안 돼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아동학대 범죄 신고는 이웃이나 낯선 사람 등 비신고의무자들에 의한 것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학대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지만 보복이나 내부고발에 따른 불이익 우려 등으로 이들의 신고율은 저조하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는 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 교직원, 학원강사 등이다.

16일 서울 관악구의 ‘아동학대 조사 및 대응강화계획’을 보면 구가 접수한 아동학대 의심신고 10건 중 8건은 신고의무가 없는 ‘비신고의무자’가 한 것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4개월간 관내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총 51건이었다. 이 중 84.3%(43건)가 비신고의무자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웃, 친구, 낯선 사람에 의한 신고가 27.9%(12건)로 가장 많았으며, 아동 스스로 신고한 사례도 12건이나 됐다. 가해자의 배우자가 신고한 경우가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교직원과 복지시설 종사자 등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8건에 불과했다. 학대 피해아동을 오랜 기간 봐온 교사 등 교직원이나 복지시설 종사자 등 ‘신고의무자’보다 낯선 사람이 아동학대 의심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문제는 모든 학대의심신고가 조사 및 행정처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전담인력 부족, 피해자 또는 가해자의 조사 회피·거부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악구는 분석했다.

정부는 아홉 살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집어넣고 폭행해 숨지게 한 ‘천안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계부와 친모가 불에 달군 쇠젓가락으로 열 살 난 딸의 발바닥을 지지는 등 학대한 ‘창녕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6월 이후에야 전 지자체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배치된 전담인력은 118개 시·군·구 총 292명으로, 1개 시·군·구당 2명꼴이다. 신고접수부터 사후관리까지 모든 업무를 공무원 2명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올 1월 기준 관악구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역시 2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초기 신고접수부터 아동학대 조사, 사례 판단, 피해아동 보호계획, 사례종결 및 사후관리 업무까지 맡고 있다.

인력 부족은 사건처리 지연으로 이어졌다. 관악구는 학대신고 51건 가운데 1월 기준 18건에 대해서만 조사를 완료했다. 이 기간 동안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피해아동 조사(30명), 학대행위자 조사(27명), 주변인 조사(10명)를 진행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됨에 따라 관악구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1명 추가해 업무분담을 줄이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자체 분석에 따르면 아동학대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시·자치구에 최소 131명의 전담인력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시·자치구 전담인력은 75명 안팎에 불과하다”며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행정안전부에 인력 확충 필요성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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