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스케치

조국 전 장관이 법원에 오자 싸움이 벌어졌다

전현진 기자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차에서 내리자 법원 출구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25일 오전 9시30분이 채 안 됐을 때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보안 담당자들이 미리 준비한 분리선 뒤로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모여있었다. 경찰도 대열을 갖춘 상태였다.

“인두겁을 쓰고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습니까. 반드시 법적 책임 묻겠습니다.” 취재진 앞에 선 조 전 장관이 딸 조씨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성범죄 기사에 첨부한 언론사를 지목하듯 짧게 말했다. “조 장관님!! 힘내세요!!” “조! 국! 구! 속!” 법원 앞 소란은 더 거세졌다.

조 전 장관이 법정 안으로 들어간 뒤 충돌이 벌어졌다. 빨간 가방을 들고 등산복 차림을 한 남성은 다른 남성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시비를 벌였다. 가방 멘 남성은 손에 <조국의 시간>의 표지를 인쇄해 코팅한 종이를 들고 있었다. 시비가 벌어지자 주위에 있던 다른 남성들이 자기 ‘편’을 확인한 듯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가방을 멘 남성이 수세에 몰리자 모자를 쓴 거구의 남성이 달려와 그를 보호하며 대신 싸움할 태세를 취했다.

이들은 다들 휴대폰을 삼각대 위에 설치해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유튜브 생중계 중이었다. 양측이 유튜브로 상대방과 시비를 벌이는 모습을 촬영하며 욕을 하고 소리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싸움을 말리기 위해 경찰들이 재빨리 다가오자 삼각대를 든 한 남성이 “왜 탄압해! 탄압하지마!” 하고 외쳤다.

경찰이 양측을 갈라놓고 중재하는 사이 다른 키 작은 남성이 손가락질을 하며 싸움에 끼어들었다. 등산복 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티셔츠 등 쪽에는 ‘정인아 사랑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고 정면에 ‘정인양’ 사진이 인쇄돼 있었다. 조 전 장관을 향해 욕을 한 민머리 남성이 삼각대를 들고 욕하며 이 남성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이 남자는 손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욕설을 하며 “빡빡이 XX야 쳐봐! 돈 많이 벌어놨냐!”하고 맞받아 쳤다.

조 전 장관이 법정에 들어간지 5~10분쯤 지나자 싸움이 조금 잦아들었다. 취재진과 경찰이 법원 출입구 앞을 떠났다. 조 전 장관을 비난하던 건장한 중년 남성들은 촬영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이 법정에 들어가는 것을 발견한 남성은 “변호사님! 조국을 회개시켜주십시요!” 하고 소리질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재판장 마성영)는 이날 오전 조 전 장관·정 교수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조 전 장관의 딸 조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이날 오전 재판은 조씨가 증언을 거부해 1시간이 채 안 돼 일찍 마쳤다.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다시 법원 출구 앞에 모여들었다. 지지자들은 한 손에 <조국의 시간>을 들고 있었다. 몇 사람은 휴대폰의 전광판 기능을 이용해 ‘조 장관님 힘내세요♡’라는 문자를 띄우고 있었다. 삼각대 위 휴대폰으로 유튜브 생중계를 하는 이들은 “곧 조 장관님이 나오신다”며 재판이 일찍 마친 이유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조 전 장관은 법원 출구로 나와 주차된 차량으로 나서며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여 몇 차례 인사했다. “조국 수호! 정경심 무죄!” “조! 국! 구! 속!” 환호와 야유가 뒤섞였다. 조 전 장관이 차를 타고 벗어난 뒤 한쪽에선 지지자들이 부둥켜 안고 울고 있었다. 다른 한 쪽에선 “구속하라~~”라고 소리지르며 웃고 떠드는 이들이 눈에 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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