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노동계 “시행령 후퇴, 제2의 구의역 김군 방치하는 것”

고희진 기자

정부가 9일 입법예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은 구의역 김군 사건, 태안화력 김용균씨 사망 등 노동현장에 이어지는 중대재해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중대재해법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처벌 대상과 수위를 대폭 강화한 만큼 중대재해의 예방과 처벌에 큰 효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이날 공개된 시행령을 보면 법 적용 대상을 과도하게 축소해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없다는 우려가 노동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정부 부처 합동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정부 부처 합동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 발생 후 조사를 통해 기업이 안전보건 인력과 예산을 적절히 편성하지 않았다면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시행령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에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시설·장비 등을 갖추는 데 적정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포함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즉 위험작업의 ‘2인 1조’ 원칙과 안전관리를 위한 신호수 투입 등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노동계는 중대재해가 위험작업에 노동자가 단독투입 되면서 발생하는 일이 만은 만큼, 시행령에 2인 1조 등이 명시되지 않으면 태안화력 김용균, 구의역 김군 등의 산재사고는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도 2인1조 작업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시행령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현장에서 2인1조가 필요한 작업 등이 있으면 예산을 편성하라고 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령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직업성 질병으로 급성중독 등 24개 항목을 규정하고 뇌심혈관계 질환 등을 제외한 것도 논란이다. 뇌심혈관계 질환은 과로가 주원인으로 여겨진다. 지난해부터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및 과로질환이 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한 것은 택배 노동자의 산재를 방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노동계는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중대재해법이 사업주 처벌에 관한 것인만큼, 질병의 인과관계가 명확한 질병으로 구체화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해물질에 의한 급성중독의 경우 인과관계가 명확한 편이지만, 과로는 개인별 특성과 생활습관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재보험은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과로질환 등도 인정해가는 추세이나 처벌과 관련된 법은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사업주들이 산재 인정까지 소극적으로 하는 부정적인 상황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대시민재해는 대상이 되는 공중이용시설의 범위가 협소해 지난달 광주 건물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참사 등은 중재재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법률상 광주 건물 붕괴 현장은 적용이 안된다”며 “이 같은 사건은 개별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처벌할 예정”이라고 했다.

노사 모두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시행령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책임자의 의무 등 많은 부분이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준수해야 처벌을 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시행령에 대한 산업계 의견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중대재해법 개정을 위한 투쟁을 더욱 더 강력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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