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종사자법 공청회…노동계 “‘노동자 제3영역화’ 우려”

고희진 기자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 마련을 위한 국회 공청회가 14일 열렸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을 발표한 이후 관련 입법을 추진해왔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달로 노동 시장이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개별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노사는 각기 다른 이유로 법 제정에 반대했다. 노동계는 해당 법이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배제하고 ‘제3의 영역’으로 구분할 우려가 있다고, 경영계는 사업주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회원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2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회원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플랫폼종사자법)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특수고용특별법)에 대해 전문가 및 노사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수요에 따라 초단기적 노동력을 공급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국내 노동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노동 시장이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개별 법률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다만 다양한 업종과 계약 방식에 따라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한 테두리에 묶는 것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플랫폼 매칭 기업이 작업자를 선택하고, 작업자에게 일감을 할당하고, 업무의 방식을 통제하는 방식의 온라인 플랫폼은 전통적인 노동법의 사정거리 안에 위치한다”며 “‘배달의 민족’ ‘타다’ 등이 이에 속하는데, 이 경우는 기존 노동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들 기업과 달리 시장의 모습으로 고객과 작업자를 연결만 시키는 기업의 경우 노동법보다는 거래의 공정성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법의 영역에서 해법을 찾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하는 사람의 보호를 위한 법률’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플랫폼종사자법이 변화하는 노동시장을 반영한 법이라고 평가받지만, 일각에서는 플랫폼 노동장의 노동권을 무력화하는 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 교수는 이에 대해 “장철민 의원의 플랫폼종사자법 3조 1항에 ‘플랫폼 종사자가 현행 노동관계법에 따라 근로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법률을 우선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이들 법이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가 아닌 제3의 영역에 두는 특별법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법제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두 법률안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해당 법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돼야 하는 사람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또는 기타 다른 유형의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사람으로 오분류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사는 각기 다른 이유로 법률 제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플랫폼종사자들도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해당 법률안은)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법의 적용배제 대상임을 공식화하고 이들을 노동법이 아닌 제3의 법 영역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팀장은 “노무제공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 종사자에게 근로기준법과 유사한 사업주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다”며 “플랫폼 노동자를 별도의 법을 제정해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자영업자적 성격과 특성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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