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9연패 노리는 ‘보치아’를 아시나요

김태훈 기자
7월 29일 경기도 이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참석자들이 주먹을 번쩍 들고 있다. / 연합뉴스

7월 29일 경기도 이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참석자들이 주먹을 번쩍 들고 있다. / 연합뉴스

‘비장애인 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장애인들의 올림픽 패럴림픽이 이어진다. 지난 8월 8일 막을 내린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열리는 2020 도쿄 패럴림픽은 신체적·감각적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역경을 극복하는 드라마를 펼치는 또 하나의 올림픽 대회다. 오는 8월 24일부터 9월 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도쿄 패럴림픽에선 22개 종목, 540개 경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은 패럴림픽 원정 대회 사상 최대 규모인 선수 86명이 양궁과 육상, 배드민턴, 보치아 등 14개 종목에 출전한다.

패럴림픽은 ‘Para(나란히)’와 ‘Olympic(올림픽)’의 합성어다. 이름 그대로 동계·하계 올림픽과 같은 개최지에서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함께 열린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종목이 올림픽 경기 종목과 같지만 일부 패럴림픽에서만 볼 수 있는 종목이나 변형된 종목도 있다.

올림픽에는 없습니다

대표적인 종목이 바로 보치아(Boccia)다. 한국에는 1988 서울 패럴림픽부터 8회 연속 금메달을 안겨줬고, 이번 도쿄 패럴림픽에서도 금메달 획득이 유력한 종목이다. 보치아는 볼링과 유사한 경기로 각각 6개의 빨간색과 파란색 공 그리고 1개의 흰색 표적구를 가지고 진행한다. 각 선수가 매회 표적구를 향해 공을 던져 가까이 던지면 점수를 받고, 이를 합산해 승부를 가리는 경기다. 국내에는 1987년 해외 전문가 초청 강습회를 통해 처음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으나 바로 이듬해 서울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래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2 런던·2016 리우 패럴림픽에서 팀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자로 국제무대에 선 정호원 선수와 최예진 선수는 이번에도 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다.

앞서 2008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BC3 등급 페어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던 정호원은 다음 대회인 런던 패럴림픽에서 BC3 개인전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대회에서 정호원을 꺾고 금메달을 딴 선수가 바로 최예진이었다. 다시 4년이 지나 2016년 리우에서는 정호원이 같은 등급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두 선수는 페어 팀으로 함께 출전해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도쿄 패럴림픽에서도 두선수는 BC3 페어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다. 정호원은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노린다며 “이제껏 이루지 못했던 패럴림픽 2관왕을 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최예진 역시 “근력과 자신감을 동시에 키워 경기력 향상은 물론 메달 획득에도 노력할 것”이라며 “꼭 금메달을 따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역도 역시 패럴림픽과 올림픽의 경기 진행방식이 전혀 다른 대표적인 종목이다. 올림픽 역도에서는 인상과 용상으로 바닥 위에 놓인 바벨을 머리 위까지 들어올리는 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더 무거운 무게를 들어올려야 메달을 딸 수 있다는 점은 같지만 패럴림픽에서는 벤치 위에 누워 바벨을 들어올린다는 점이 다르다.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최근진 선수는 지난 2016 리우 패럴림픽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을 이번 대회에서 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근진은 “다른 선수에 비해 팔이 긴 편이지만 이것이 불리한 체격조건이란 고정관념을 버리고 긴 팔의 근력을 한 번에 몰아쓰도록 장점을 키웠다”며 “선수생활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시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운동선수들의 구기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종목인 휠체어 농구는 패럴림픽을 포함한 장애인 스포츠의 역사와도 관련이 깊은 종목이다. 1960년 처음으로 열린 로마 패럴림픽 이전, 독일 출신 유대인 의사 루트비히 구트만은 영국의 한 병원에서 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첫 종합 운동경기 대회였던 1948년 ‘제2차 세계대전 상이용사 스포츠대회’를 개최했다. ‘패럴림픽의 아버지’로 불리는 구트만은 당시 병원에서 돌보던 전쟁 상이용사들을 위해 바로 이 휠체어 농구 종목도 고안해낸 인물이다. 현재 세계 97개국에 보급된 휠체어 농구는 국내에선 1984년 첫 휠체어 농구팀이 창단된 이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2010 광저우·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연달아 금메달을 따내며 선전했다. 한국 휠체어 농구대표팀은 패럴림픽 무대에는 20년 만에 자력으로 출전한다. 목표는 4강이다. 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지만 설사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이들의 노력과 투지는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2010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고광엽 감독은 “주전과 벤치 선수 사이의 격차가 아직은 많이 크다”면서도 “대표팀 감독으로선 첫 국제대회 출전이지만 오랜 시간 선수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메달 획득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패럴림픽이 다가 아니다

이번 2020 도쿄 패럴림픽으로 도쿄는 한도시에서 두 번 하계 패럴림픽을 치른 유일한 도시가 됐다. 1964년 도쿄올림픽이 열릴 당시에는 같은 개최지에서 패럴림픽이 함께 진행됐으나 이후 한동안 패럴림픽은 올림픽 개최지와는 다른 곳에서 개최돼왔다. 지금처럼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한곳에서 ‘나란히’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패럴림픽 이후부터였다. 오는 2022년 열리는 베이징 동계패럴림픽부터는 아예 올림픽과 패럴림픽 로고도 구분 짓지 않아 두 대회가 대등하다는 인식을 심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장애인 운동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종합경기대회는 패럴림픽만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장애 유형에 따라 참가선수들이 구분되는 서로 다른 국제대회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1968년 미국 시카고에서 첫 하계대회를 연 스페셜 올림픽은 지적 장애인과 발달 장애인이 참가하는 대회로, 최근 대회인 15회 대회가 2019년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서 열렸다. 이와는 달리 청각장애인이 참가하는 대회인 데플림픽은 패럴림픽이나 스페셜 올림픽보다 앞선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첫 대회를 열었다. 2019년 동계대회가 이탈리아 발텔리나·발치아벤나에서 개최됐다. 한국에선 2027년 동계 데플림픽을 강원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치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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