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터치 갑질 전에도…가맹점주들은 ‘뭉치면 밟혔다’

조해람·강은 기자

피자에땅·BBQ·BHC도 협의회 설립한 점주들과 계약 해지

단체활동 보장하는 법 유명무실…전문가들 “강제조항 필요”

가맹점주들의 단체활동을 빌미 삼아 불이익을 주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오랜 악습이 ‘맘스터치 계약 해지’ 건으로 다시 불거졌다. 본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는 점주들은 이번 사태를 접하고 한목소리로 분노했다.

19일 전문가들은 “단체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건 불법”이라며 “법적 개선과 의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맘스터치 서울 상도역점 점주이자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인 황성구씨는 최근 가맹본부로부터 일방적인 자재 공급 중단과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황씨가 전국 가맹점주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매장 수익이 하락했고 가맹본부가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고 한 점을 문제삼았다. 사측은 황씨를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으나 서울 동작경찰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그럼에도 계약은 해지됐다.

그에 앞서 맘스터치 임원이 황씨를 찾아와 ‘활동을 계속하면 영업을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맘스터치 측은 “점주의 허위사실 유포와 업무 방해에 따른 적법한 계약 해지”라고 주장한다.

단체활동에 나선 점주에게 불이익을 주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에땅은 2015년 가맹점주협의회 설립을 주도한 두 점주와 계약을 끝냈다. 두 점주의 가게를 상대로 2개월간 9~12회의 ‘표적 위생점검’을 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를 부당한 조치로 판단해 피자에땅에 14억6700만원의 과징금을 내렸지만 피자에땅이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와 BHC도 가맹점주협의회 결성을 주도한 점주들과 계약을 해지해 논란이 됐다. 공정위는 지난 5월 두 가맹본부에 각각 15억300만원,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BHC 점주 A씨는“맘스터치 논란을 보면서 다른 가맹점주들은 겁이 날 것이다. 점주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을 방해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단체활동을 한다고 불이익을 받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공정위의 ‘2020년 가맹분야 실태조사’를 보면, 단체 가입·활동에 따른 불이익 경험률은 2020년 20.5%로 전년보다 12.0%포인트 늘었다. 점주 33.3%는 가맹본부에 협의요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2013년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점주단체구성권이 보장됐지만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점주들은 가맹본부의 부당행위에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단체활동권과 교섭권 등을 법으로 보장받는 노동자와 달리 점주들은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김재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법원에서도 가맹사업은 본사가 구조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본다”며 “대등한 계약 당사자라고 말을 하지만 종속적으로 일을 하고, 회사의 횡포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체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건 불법이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가입·활동 등을 이유로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단체에 가입하거나 가입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가맹계약을 체결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강제성과 실효성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체행동 방해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도 없는 데다 노조와 달리 협상과 교섭을 강제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단체행동에 따른 불이익에)과징금은 내릴 수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 시정조치 불이행에 따른 처벌만 가능하다”며 “단체행동 방해와 불이익 자체를 일종의 ‘보복행위’로 보고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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