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조직화로 진화하는 ‘페미니즘 백래시’…“고용·병역 문제 등이 2030남자 억울함 자극”

조해람 기자

‘범페미 네트워크’ 토론회

올해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인 안산 선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페미냐”고 묻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그전에는 편의점이나 관공서의 포스터에서 ‘집게손가락’을 찾아 기업과 기관에 사과를 요구하는 흐름이 거세지기도 했다. 여성단체들은 페미니즘을 향한 이런 온라인 백래시(반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점차 조직적·집단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단체들이 모인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는 26일 열린 온라인 토론회에서 “집게손가락 논란 등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느꼈던 이 ‘논란’들은 과거부터 이어져 온 백래시와 본질적으로 같으면서도 새로운 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2006년 남성 역차별과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주장한 성재기씨의 ‘남성연대’는 단단히 결집됐다기보다는 성씨 개인의 활동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연대했다”며 “신남성연대 등 최근의 백래시는 다른 사회운동 방식을 베껴 전략화·조직화했고 온라인 활동도 능숙해졌다”고 분석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들의 결집을 두고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생활화되며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고용불안·병역문제 등이 ‘이대남’(20대 남성)이라 불리는 세대의 억울한 정서를 자극했다”면서 “텔레그램 등 성착취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지며 20~30대 남성들은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된다’는 피해의식과 역차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여성혐오에 대한 반발로 생겼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미러링(상대의 언행을 반대로 모방해 돌려주는 행위)전략을 역이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사무국장은 “불평등을 지적하던 언어들이 성평등을 향한 공격으로 사용됐다”며 “미러링은 통쾌한 타격을 줄 수 있지만 폭력과 혐오의 재현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페미니즘 운동은)앞으로 대등한 싸움이 아니라 ‘공적 방식’으로 압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적인 백래시가 일부 영리단체의 돈벌이와 연결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신남성연대는) 운동단체의 외양을 베끼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혐오를 수단으로 삼는 집단”이라며 “남성의 인권을 위한 활동도, 평등도 없이 오로지 ‘돈’만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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