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함께합니다" 충북 진천 주민들, 아프간인 377명 입소 따뜻하게 맞아

윤희일 선임기자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가족 중 한 어린이가 27일 오전 임시격리시설인 경기도 김포의 한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충북 진천으로 출발하면서 시설 관계자와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가족 중 한 어린이가 27일 오전 임시격리시설인 경기도 김포의 한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충북 진천으로 출발하면서 시설 관계자와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합니다. 편하게 지내다 가시기 바랍니다.”

한국에 온 아프가니스탄인 377명이 27일 입소한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인근에는 이들을 환영하는 펼침막 10여장이 걸려 있었다. 진천군 덕산읍 일대의 이장들이 내건 펼침막으로, 한국어와 영어·아랍어로 제작됐다. 극도의 불안감 속에 자국을 떠난 아프간인들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감돌았다. 진천 주민들은 이들의 입소를 반겼다.

이번에 입국한 아프간인들은 당초 알려진 378명이 아니라 377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6일 인천에 도착한 이들은 27일 낮 12시 8분부터 인재개발원 정문을 순차적으로 통과했다.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마친 뒤 김포 임시시설에서 대기하다 이날 오전 13대 버스를 나눠타고 진천으로 출발했다.

PCR 검사에서는 대부분인 360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17명은 판정이 보류(미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재개발원 입소 후 재검을 통해 감염 여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진천 주민들은 아프간인들을 환영했다. 이시종 충북지사, 송기섭 진천군수 등은 현장에 나와 아프간인들이 탄 버스행렬을 맞았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은 ‘성숙한 인권 의식을 보여준 진천 군민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펼침막을 게시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이 치안문제 등을 우려해 이들의 입소를 반대하기도 했지만, 이날 현장에서 별다른 마찰이나 저지 움직임은 없었다.

충북도와 진천군은 아프간인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끝냈다. 소방서와 경찰서 등과 협력해 종합상황반, 소통대응반, 현장대응반, 대외협력반, 언론대응반, 응급대응반, 치안유지반 등 7개반으로 구성된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인재개발원 정문에는 경찰관 20여명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외곽에는 1개 기동대가 24시간 순찰하고 있다.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7일 도착해 머무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 곳곳에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7일 도착해 머무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 곳곳에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아프간인들이 자가격리 14일을 포함해 6~8주 동안 이 곳에서 생활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날 입소한 아프간인은 모두 76가구다. 이들에게는 할랄식품 등 구호식품이 도시락으로 지급된다. 정부는 아프간인들의 격리가 끝나면 가족 단위로 생활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성국 법무부 차관은 “법무부 직원 40명과 민간 전문방역인력 12명 등 59명이 참여하는 ‘생활시설운영팀’을 구성해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재개발원은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기숙사와 교육·업무시설, 대강당, 후생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아프간인들은 이 곳의 기숙사(생활관)에서 생활하게 된다. 기숙사는 1인실 7개, 2인실 96개, 3인실 95개, 4인실 6개 등 모두 219개 방이 있어 519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인재개발원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들을 수용했던 장소다.

이번에 한국에 온 아프간인들은 주아프간 한국 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등에서 의사와 간호사, 정보기술(IT) 전문가, 통역, 강사 등으로 일한 전문인력 및 그 가족이다.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남아있던 13명은 다른 한국군 수송기를 타고 27일 오후 1시1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도 코로나19 검사를 끝낸 뒤 진천 인재개발원에 입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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