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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에 154개 대형화분? 서울시 "과잉대응···철거하라"

류인하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왕복 4차선 도로 양측 2개 차로가 9일 대형화분과 안전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류인하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왕복 4차선 도로 양측 2개 차로가 9일 대형화분과 안전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류인하 기자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설치한 대형화분 펜스 154개를 철거하라고 서초구에 권고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서초구는 정부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적용에 따라 1인시위를 제외한 집회·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옴부즈만위는 “집회·시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넘어선 과잉대응”이라고 판단했다.

서초구는 지난달 13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위치한 서초대로 74길 왕복 4차선 도로 171m 구간 양방향 1차로에 나무가 없는 대형화분 154개를 설치했다. 화분은 개당 50㎝ 높이로 바닥면에 앵커볼트로 고정했다. 화분 주변에는 안전펜스도 설치했다.

서초구는 도로 양쪽에 대형화분을 설치한 이유로 ‘방역’과 ‘민원’을 들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수 년째 열리는 집회 탓에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왔고, 스피커 소음 등으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생활권이 저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는 옴부즈만위원회에 “거리 두기 4단계 발령으로 1인시위만 가능함에도 현수막 게첩, 불법 주·정차, 방송시위, 적치물 방치로 인근 주민들의 생활스트레스가 가중됐고 방역문제 우려로 서울시 집회금지 고시 및 도로법 제74조 1항 규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화분 및 안전펜스를 설치하게 됐다”고 답변서를 제출했다. 도로법 제74조는 반복적·상습적으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도로를 점용하는 경우 도로에 있는 적치물을 제거하거나 그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서초구는 이를 근거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외 강남역 8번 출구와 방배 재건축 구역, 현대기아 앞 등 장기간 집회가 열렸던 곳에 화단을 설치했다.

집회·시위를 막기 위해 대형 화분을 설치하는 것은 서울 중구에서도 시도했던 방식이다. 2013년 3월 4일 밤 중구는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 천막농성장 추가설치를 막기 위해 화분 30개를 설치했다. 전날 천막농성장이 방화로 불타버리자 중구청에서 화분을 설치한 것이다.

서울시는 서초구의 이번 대형화분 설치가 과잉대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옴부즈만위는 “서초구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도로에서 확성기 및 혐오스러운 표현으로 주변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민원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정부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과 관련한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다”고 전제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왕복 4차선 도로 양측 2개 차로가 9일 대형화분과 안전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류인하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왕복 4차선 도로 양측 2개 차로가 9일 대형화분과 안전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류인하 기자

다만 “서초구청이 해당 장소에서 도로를 반복적, 상습적으로 불법점용한 차량이 있다고 판단하거나 도로의 통행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 정당하더라도, 왕복 4차선 도로의 2개 차로에 대형 화분 150여 개를 수십 미터에 걸쳐 설치하고 펜스를 치는 것은 도로관리청으로서 서초구청이 도로관리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한도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왕복 4차선의 2개 차선을 대형화분으로 막는 것은) 도로의 기능을 회복하거나 통행 및 안전을 확보하는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옴부즈만위는 서초구청이 대형화분 설치 근거로 든 ‘도로법’ 역시 집회·시위 차단을 막는 근거법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옴부즈만위는 “도로법 제74조는 ‘서울시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서울전역 집회 금지 고시’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사항에 적용하는 법령이 아니다”라며 “해당 법은 도로를 반복적, 상습적으로 불법점용한 경우나 도로의 통행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하는 법령”이라고 지적했다.

서초구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도로교통법 제68조 1항은 누구든지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도로에 함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초구가 대형 화분으로 왕복 4차선의 절반인 2개 차선을 막음으로써 오히려 해당 구역을 지나는 차량의 통행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옴부즈만위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집회금지나 집회시위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서초구가 행정관청으로 조치를 취할수 있지만 그 조치 역시 적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면서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2개 차로에 설치한 대형화분과 펜스를 철거하라”고 권고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관할 경찰서와 도로 통행 및 안전 사항에 대해 논의를 한 뒤 대형화분을 설치한 것”이라며 “위원회의 권고내용을 비롯해 방역 및 도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후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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