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생수병 사망 사건’ 피의자에 ‘살인죄’ 적용 검토

이두리 기자
경찰, ‘생수병 사망 사건’ 피의자에 ‘살인죄’ 적용 검토

회사에서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신 뒤 중태에 빠진 직원이 사망함에 따라 경찰이 피의자 강모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씨가 범행 후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지만 사건 경위를 밝히기 위한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초구 양재동의 한 풍력발전 회사에서 음료를 마신 직원 3명이 잇따라 쓰러진 사건에서 피해자 중 1명인 A씨가 사망함에 따라 강씨에게 적용된 혐의를 기존 특수상해에서 살인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8일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신 뒤 정신을 잃은 A씨는 사건 발생 6일 만인 23일 사망했다. A씨의 혈액에서는 독성 물질인 ‘아지드화나트륨’이 검출됐다. A씨와 같은 날 함께 쓰러진 다른 직원은 의식을 회복했다. 경찰은 지방 발령 가능성을 접한 강씨가 인사에 불만을 품었을 수 있다는 동료 직원의 진술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이 사건 피의자로 입건된 강씨는 A씨 등에 대한 범행 추정 이튿날인 지난 19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주거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강씨의 시신에서도 아지드화나트륨이 검출됐다. 지난 10일 참변을 당할 뻔한 이 회사의 다른 직원이 마신 탄산음료 용기에서도 같은 성분이 나왔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휴대전화로 독극물을 검색했고, 집에서는 메탄올, 수산화나트륨 등 다른 독성 물질도 발견됐다.

아지드화나트륨은 농업용 살충제 등으로 사용되는 독성 물질이다. 삼켰을 때는 물론 피부에 닿기만 해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국립환경과학원고시에 따라 유해화학물질의 일종인 ‘유독 물질’로 분류된다. 소독용으로 사용되는 메탄올이나 수산화나트륨도 유독 물질로 지정돼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같은 독성 물질은 해외 사이트를 통해 구매하기 용이했다.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경우 구매자의 실명·연령 확인 및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한다. 국내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아지드화나트륨을 구매하려면 학교 고유번호증이나 연구소 사업자등록증을 제출해 실험·연구용임을 증명해야 했지만 해외 사이트를 거치면 비교적 간단히 구매할 수 있었다.

강씨의 집에서 발견된 메탄올이나 수산화나트륨 역시 인터넷상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순도 99.9% 메탄올은 판매자에게 사업자등록증만 제출하면 구매할 수 있다. 수산화나트륨은 매우 짧은 신체적 노출로도 만성적인 부상을 유발할 수 있지만 표백 기능이 있는 세제로 알려져 생활용품 판매 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독 물질 유통 시스템을 꼼꼼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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