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되지 않을 권리” 인간들의 핫플레이스에 울려퍼진 '동물 해방' 목소리

이두리 기자
동물권단체 ‘DxE’ 활동가들이 6일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백화점에서 7M 길이의 동물권리장전 현수막 내리고 ‘방해시위’ 형식의 동물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동물권단체 ‘DxE’ 활동가들이 6일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백화점에서 7M 길이의 동물권리장전 현수막 내리고 ‘방해시위’ 형식의 동물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모두가 해방되지 않으면 아무도 해방될 수 없다!”

6일 낮 12시40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 ‘동물권리장전’을 새긴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동물권단체 ‘DxE(Direct Action Everywhere) 코리아’ 활동가들이 ‘동물권리장전 락다운 시위’ 재판의 상고심을 앞두고 ‘동물권리장전 글로벌 행동’에 나선 것이다. 35명의 동물권 활동가들이 10분 가량 벌인 시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생중계됐다.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기습 시위’였다. 일상이 된 폭력에 제동을 건다는 취지의 ‘방해 시위’이기도 했다. DxE는 “인간의 소비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백화점은 동물의 고통이 외면받는 대표적인 장소라고 생각해서 국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더현대서울’을 시위 장소로 택했다”고 밝혔다.

활동가들은 “영업 방해로 신고하겠다”는 더현대서울 직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은영 DxE 활동가는 “광장에서 진행하는 규격화된 시위로는 동물권의 긴급함을 알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깨고 동물권에 대한 목소리를 시민들 사이에 직접적으로 퍼뜨리고 싶어서 직접행동 방식의 시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양계장에서 학대받던 닭 ‘로즈’가 구출된 것을 계기로 동물권리장전이 만들어졌다. 동물에게 불가침의 법적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통과 착취의 상황에서 구조될 권리’, ‘보호받는 집, 서식지 또는 생태계를 가질 권리’, ‘법정에서 권익이 대변되고, 법에 의해 보호받을 권리’, ‘인간에게 착취, 학대, 살해당하지 않을 권리’, ‘소유되지 않고 자유로워질 권리, 또는 그들의 권익을 위해 행동하는 보호자가 있을 권리’ 등 5가지 동물권을 명시했다.

DxE 활동가들은 2019년 10월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동물권리장전을 주장하며 경기 용인시의 한 도계장 앞에서 자신들의 손을 묶고 드러누웠다. 생닭을 실은 트럭들이 도계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4시간 동안 막은 이들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총 1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동물을 단순한 식량자원처럼 취급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며, 동물이 생명체로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동물권 존중의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 법을 위반하는 방법은 공감과 지지를 얻기 어려우며, 정당성과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주 안에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했다.

활동가들은 “비폭력 저항운동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으며,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기각했다.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세력이 형성됐다면 업무방해죄의 ‘위력’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직접 행동이 아니더라도 기업형 축산 시스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할 대체적 수단이 있다고 했다.

이 사건의 상고심 선고공판은 내년에 열린다. 동물권 쟁취를 위한 직접행동과 관련해 대법원이 판결하는 최초의 사례이다. 은영 활동가는 “동물의 고통은 고통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동물의 목소리가 대법원까지 이어지게 된 것은 크나큰 성과”라며 “동물권리장전 직접행동이 단순한 ‘업무 방해’가 아닌, 법적 판단을 해야 할 사안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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