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탱크, 병원 대신 집 짓고 쪼갰더니…절반은 어디에 사는가

김원진 기자

“월세 안 밀릴 것처럼 생겼으니까 보증금 싸게 해줄게.”

미영이 찾은 경기 고양시의 4층 다가구주택 옥탑방. “보통은 여성 1인 가구가 사는 집”으로 소개받았다. 부동산 중개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인데 보증금을 200만원 깎아준다고 했다. 13㎡(약 4평) 공간에 취사시설과 화장실, 오각형 모양의 창문이 꾸역꾸역 자리 잡았다. 층고는 2m쯤 됐는데 경사진 둥근 지붕 아래라 온전한 2m가 아니었다. 노란 꽃무늬와 에메랄드빛 잎사귀가 새겨진 벽지로 새 단장을 한 듯했다.

이곳은 계단이어야 할 공간에 지은 집이다. 건축물대장을 보면 4층은 계단이다. 지난 11월 11일 직접 가보니 집주인은 계단을 방 3개로 쪼개놨다. 계단 대신 집을 지었고(증축), 그것을 다시 쪼갠 것이다. 건축법 위반이다.

서울의 한 다세대, 다가구주택 밀집지역. | 한수빈 기자

서울의 한 다세대, 다가구주택 밀집지역. | 한수빈 기자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가구의 절반가량(51.5%)이 아파트에 산다. 나머지 절반은 빌라, 원룸 등으로 불리는 다세대·다가구주택에 거주한다는 의미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의 80~90%는 지자체 단속에서 불법 개조로 적발된다. 세상은 늘 값비싼 아파트 이야기로 시끄럽지만 법을 어기고 지은 다세대·다가구주택에 ‘절반의’ 사람이 산다.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지역의 건축물대장을 확인해보면 한의원, 노인복지시설, 물탱크 대신 지어진 집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수평으로는 칸막이 쳐 여러개로 쪼갠다. 수직으로도 증축하면 더 많은 ‘집’이 만들어진다. 상가나 계단으로 허가받고 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하면 집은 더 늘어난다. 쪼개거나 증축해도,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우리가 아는 집이다. 건축물대장을 보고 대조해보기 전까지 불법주택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상가를 주택으로 바꾸고 방을 쪼개거나 증축하는 이유는 ‘돈’이다. 세입자에게 더 많은 월세를 받거나 각종 규제를 피해 건축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 집에서 60만원 받을 월세를, 두 집으로 나눠 각각 40만원씩만 받아도 20만원 이득이다. 미영이 찾은 월세 35만원짜리 집도 증축하면서 3채로 쪼갰으니 월 수익만 105만원 늘어난 셈이다. 상가를 주택으로 바꾸면 주차장을 덜 만들어도 돼 집 짓는 비용이 준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방 쪼개기를 했거나 상가를 주택으로 전용해 적발된 현황을 받았다. 서울과 경기도, 충청 지역의 현장은 한국도시연구소의 임효정·윤소희 연구원과 다니며 확인했다. 박상호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운영위원(건축사)에게는 감수를 받았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의 가스배관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 한수빈 기자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의 가스배관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 한수빈 기자

■멈춤 없는 ‘쪼개기’

영주는 “저렴한 가격치고 더럽진 않아” 선택한 집에서 1년 가까이 살았다. 4.5평(약 14㎡) 크기에 보증금 2000만원, 월세는 50만원. 서울의 대학가 한복판이라 주변 신축 원룸은 월세가 60만원을 훌쩍 넘는다. “방음이 안 되긴 하는데 집에 잘 안 있으니까요” 영주가 말했다. 원룸이 들어선 다가구주택은 경계벽 두께 기준이 없다. “사실 불법인지, 아닌지 잘 모르죠. 그냥 집같이 생겼잖아요” 대학가 원룸에 사는 대학생 6명에게 불법주택 여부를 물었더니 “모르겠다”거나 “잘 몰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주의 거처 주변에는 ‘잠만 자는 방’으로 홍보하는 집이 군데군데 보였다. ‘몸 누일 공간 하나’만 내어주겠다는 집들은 쪼개기가 의심됐다. 지번을 찍어 건축물대장을 보니 ‘잠만 자는 방’ 3곳 모두 쪼개기를 했다. 서류상으론 2층과 3층에 각각 2가구만 산다. 전기 계량기, 우편함을 통해 확인했을 때, 2가구를 4~6가구까지 쪼갰다.

쪼개기 주택의 수요와 공급은 수십년 동안 유지됐다. 세입자는 당장의 불이익이 없다면 군소리 않고 지낸다.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의 합리적 선택이다. 집주인들은 법을 어기며 수익을 극대화한다. 세입자가 불편함에 집을 떠나지 않는 선까지 방을 쪼개고, 더 저렴한 집을 알아보기 전까지 월세를 올린다.

서울의 한 불법 쪼개기된 주택의 현관문. 4개의 현관문이 붙어 있다. | 한수빈 기자

서울의 한 불법 쪼개기된 주택의 현관문. 4개의 현관문이 붙어 있다. | 한수빈 기자

구축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중심으로 쪼개기는 폭넓게 퍼져 있었다. 서울 마포구, 서대문구 대학가 일대 건물을 두차례에 걸쳐 조사했더니 불법주택 비율은 절반을 넘었다. 지난 10월 28일 1차 조사 때는 80개 주택 중 40개 주택이 불법주택이었다. 11월 11일 2차 조사에서는 60개 중 45개가 불법주택으로 확인됐다. 신고는 2가구로 해놓고 무려 11가구로 쪼개놓은 건물도 발견됐다. 한 주택은 출입문 하나에 ‘201호’와 ‘202호’ 2가구가 적혀 있었다. 문 안에 공간이 쪼개져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대학가에만 쪼개진 집이 만연한 것은 아니다.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일수록 쪼개진 주택의 비율이 높았다. 송파구의 한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 지역 21개 주택을 조사해봤더니 11곳이 불법 쪼개기를 했다. 한 집은 하나의 우편함을 102호와 103호가 같이 썼다. 하나의 집을 2개로 쪼갠 곳이다. 원래는 6가구만 살아야 하지만 17개의 가스 배관이 벽을 타고 내려오는 집, 허가는 의원으로 받아놓고 4개로 쪼개진 현관문 사이 간격이 50㎝인 집도 확인했다.

쪼개기는 서울 밖에서도 변종을 거듭하며 진화한다.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쪼개기 주택도 발견했다. 지난 10월 28일 충남 공주의 부동산 3곳에 들렀는데 ‘셰어하우스’로 불리는 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화장실과 부엌은 공유하고 ‘칸막이’로 거실을 분리해 방으로 쓰는” 아파트였다. 102㎡(약 34평) 크기에 7~8명이 거주한다. 보증금은 없고 월세가 아닌 1인당 ‘연세’를 400만~450만원 받는다. 8명이면 1년에 3600만원까지 번다. 남는 장사였다. 방문했을 당시 매물이 없었다. “12월 말쯤 대학생들이 종강해야 방이 나온다”고 했다.

서울의 한 불법 쪼개기된 다세대주택 현관문. 현관문에 두 개의 호수가 적혀 있다. | 한국도시연구소 제공

서울의 한 불법 쪼개기된 다세대주택 현관문. 현관문에 두 개의 호수가 적혀 있다. | 한국도시연구소 제공

■그 ‘한의원’에는 무슨 일이

인근에서 가장 윤기 나는 5층 건물. 갈색빛이 도는 건물 벽면이 오래된 빌딩 사이에서 눈에 띄었다. 지난 11월 7일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 지하철역과도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2020년 하반기에 완공된 ‘신축’이다. “유령 건물에 들어온 사람들이 많네요” 함께 간 건축사가 말했다. “2~3층에 근생 용도로 해서 한의원으로 허가받고 집을 지었는데, 이걸 또 5개로 쪼갰네요” 엘리베이터에서 각 방으로 접어드는 길목의 폭은 1m였다. 꼭대기 층은 불법 증축까지 했다.

근린생활시설로 불리는 이른바 ‘근생’은 상가다. 상업시설이 들어와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상가는 주택보다 주차장 면적을 덜 확보해도 된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이나 원룸 밀집지역에서 ‘주차대란’이 빈번한 이유다. 건축사들은 “차 1대가 들어갈 주차장 하나당 수천만원이 든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빌라업자나 집주인은 주차장 확보에 들어가는 공간과 비용을 아끼려 상가를 짓는다. 완성된 상가를 주택으로 팔면 이윤은 더 남는다.

단속에 걸리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방을 쪼개 다수의 세입자를 들인 건물주들에게는 부담되지 않는 액수다. 서울의 2020~2021년 이행강제금은 평균 709만9000원이었다. 1000만원을 넘는 적발 사례는 드물었다. 월세 100만원 받을 상가를 방 다섯개로만 쪼개도 건물주 입장에선 이득이다. 월세를 50만원씩 250만원 받으면 1년이면 3000만원의 수익이 떨어진다. 이행강제금을 내고도 이익이 남는다.

상가를 주택으로 불법 개조해 쓰는 건물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 한수빈 기자

상가를 주택으로 불법 개조해 쓰는 건물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 한수빈 기자

매매를 통해서도 이익 극대화는 이뤄진다. 분양사업자는 주택으로 용도를 바꾼 근생 주택을 팔아버린다. 근생을 주택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싸게 파는 것도 아니다. 업자는 주차장 확보 비용을 아낀 만큼 돈을 더 번다. 아파트를 마련할 돈은 없지만 ‘내 집 마련’을 꿈꾸는 30~40대 부부들이 주요 타깃이다. 지자체에 단속되면 분양사업자나 중개인이 아닌 집을 산 사람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분양사업자와 중개인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진수는 이른바 ‘근생 빌라’ 이행강제금 납부자다. 경기도 성남의 중원구에 산다. 2001년 지금 살고 있는 빌라를 2억1000만원에 샀다. 지금도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다. 9000만원짜리 빌라에 살다 두 아이가 커 이사했다. 건축물대장에는 한의원인 집이다. 12세대의 절반이 ‘근생 빌라’에 산다. 1~3층까지만 근생이다. “어떤 분은 수영장으로 돼 있는 곳에 사세요” 진수가 말했다. “세금도 주택용으로 내고 주택처럼 취급받아서 문제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죠.” 분양 사무실에서 대출이 되는 은행도 소개해줬다. 원래 근생 빌라는 주택담보대출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2019년 불법 용도변경이 적발되면서 이행강제금이 나왔다. 해마다 270만원을 내거나 바닥에 깔린 난방시설을 “뼈다귀가 드러날 정도로” 뜯어내 원상 복구해야 이행강제금을 면제받는다. 빌라업자는 진수의 동네에 근생 빌라만 10개 넘게 지었다. 건물 외양도 똑같다. “지금은 연락도 안 돼요. 잠적했어요.”

인천 남동구에 사는 여진도 근생 빌라 때문에 속앓이를 한다. 2015년에 방 2개에 거실 하나짜리 근생 빌라를 1억2000만원에 샀다. 여진의 집은 의원으로 허가가 났다. 주변은 90%가 신축 빌라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근생 빌라라고 들었어요” 여진이 말했다. “저는 7층은 살려고 했는데 분양사무실에서 자꾸 4층에 가라고 하더라고요” 2019년 지자체 단속에 걸렸다.

수법은 유사했다. 분양사업자는 부동산 중개인과 결탁해 저렴한 주택이라도 발붙이고 살려는 이들에게 접근한다. 건축법령을 뻔히 아는 중개인도 불법을 눈감는다. 오히려 혜택을 더 얹힌 것처럼 과장한다. 주택가에 붙은 빌라 광고 전단을 보고 전화해 ‘혹시 근생 빌라 아니냐’고 물었더니 분양사무실에선 “문제없어요”라고만 했다. “대출도 저희가 연결해드리고요. 주택용으로 신고하면 구청에서 주택으로 인정해줍니다.”

불법 개조된 신축 빌라들이 있는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 한수빈 기자

불법 개조된 신축 빌라들이 있는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 한수빈 기자

■시정 완료와 단속 사이

진수와 여진의 동네에는 주민들 사이 긴장감이 흐른다. 한 빌라에도 근생인 집과 ‘주택’인 집이 나뉘는데, 진수는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근생 주민들을 협박하는” 장면도 봤다. “아직 걸리지 않았지만 언제 단속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자꾸 신고해버리겠다고 하는 거예요” 근생 빌라의 저층에는 주로 근생 주택이, 고층에는 주택이 자리 잡는다. “위층에서 뛰어도 근생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별말을 못 하는 거죠.”

단속은 비정기적이다. 각 지자체의 상황과 여력에 따라 실시한다. “운 나빠서 잡혔다고 생각하라는 이야기까지 담당 공무원한테 들었어요” 진수가 말했다. 진성준 의원실에서 입수한 통계를 보면, 서울시 25개구에서 올해 1분기 적발한 ‘방 쪼개기’는 53건이다.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서울의 방 쪼개기·용도 변경 주택만 200개가 넘었다. 불법건축물에 단속되면 건축물대장에 ‘위반’ 딱지가 붙는다. 무작위로 찾아간 주택 중 ‘위반건축물 여부’에 ‘O’ 표시가 된 곳은 없었다. 단속된 적이 없었다는 의미다.

지자체 건축과 관계자들은 모두 “인력 부족으로 전부 적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축이라도 “준공검사 끝나고 다시 개조를 하면 알아낼 도리가 없고” 1년에 한 번 찍는 항공 사진으로 “증축 건물을 잡아낸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 방문과 필요에 따라서는 집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지자체별 불법건축물 감독관 도입도 추진한다고는 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서울의 한 다세대, 다가구 주택 밀집지역. | 한수빈 기자

서울의 한 다세대, 다가구 주택 밀집지역. | 한수빈 기자

지자체의 불법주택 단속 유인도 크지 않다. 4년마다 선거를 치르는 지자체장에겐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표밭’이다. 진성준 의원실 자료를 보면 서울 강남구는 올해 1분기 방 쪼개기와 근생 빌라 신규 적발 건수가 없었다. 올 2~3분기에는 아예 단속하지 않았다. 그나마 경기도는 2020년 4분기에서 올해 3분기 사이 양주(33개), 화성(151개), 김포(122개) 등 신도시가 조성된 주택단지를 중심으로 방 쪼개기 단속이 이뤄졌다.

지자체는 단속을 하고 나면 시정명령을 하고 이행강제금 부과를 예고한다. 원상복구 시 이행강제금 처분은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는 변칙 처분을 내렸다. 단속 공무원이 방 쪼개기·근생 주택을 적발하면 일단 시정명령을 내린다. 이후 재방문 시 가구나 식기, 가전 등 짐만 다 빠져 있으면 원상복구가 됐다고 간주하는 식이다. 단속이 끝나면 다시 짐을 집에 풀고 생활한다.

문서상으로는 시정 완료였지만 여전히 ‘불법’ 상태인 주택을 실제 확인했다. 지난 11월 30일 서울 강서구와 송파구의 방 쪼개기·근생 빌라 중 ‘시정 완료’된 주택 15곳을 찾아갔다. 이중 시정 완료된 주택은 3곳뿐이었다. 2곳은 확인이 어려웠고, 13곳은 여전히 방 쪼개기·근생 빌라 형태를 유지했다.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꼭대기층이 불법 증축돼 있다. | 한수빈 기자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꼭대기층이 불법 증축돼 있다. | 한수빈 기자

■기형적 구조 해결할 수 있을까

130년 전에도 방 쪼개기, 증축, 용도변경 주택이 지어졌다. 이유는 지금과 같았다. 도시에는 사람이 몰렸고, 집주인은 싼값에 짓고 월세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받으려는 유인이 컸다. 미국 사진 기자였던 제이컵 리스는 130년 전 쓴 <세상의 절반은 어디에 사는가>에서 “부동산 소유주와 중개인들은 주택과 건물을 바라크(임시로 허술하게 지은 집) 형태로 바꾸고, 인간의 삶을 4개의 벽 안에 넣을 수 있는, 최대한 작은 크기로 분할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고 했다. 이 책은 당시 주택 개조가 만연했던 미국 뉴욕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불법주택은 “싼 가격의 주택이 필요한 이들에게 소구하는 기형적인 집”(천현숙 서울주택도시공사 도시연구원장)이다. 저렴한 주택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체재가 없다면 불법주택은 줄지 않는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지·옥·고(지하·옥탑방·고시원)를 단계적으로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을 때도 “저렴 주택이 필요한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단속 강화만으론 쪼개기·용도 변경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해서 “주거의 질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순 없다”(천현숙 원장). 규제의 타깃을 명확히 하자는 주장이 대안으로 꼽힌다. 복수의 건축 전문가들은 불법주택을 소개한 뒤 사건이 발생하면 부동산 중개인과 분양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봤다. 지금은 부동산 중개인과 분양사무실이 결탁해 불법주택을 팔거나, 중개인이 불법주택 임대에 눈감는 구조다. 현재 중개인에게는 행정적·법적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분양사업자도 면죄부를 받는 건 마찬가지다.

저렴한 ‘신축 주택’ 확보와 관리도 관건이다. 예를 들어 가격이 저렴한 신축 공공 기숙사는 불법주택의 대체재 역할을 한다. 대학가 원룸 임대인들의 기숙사 공급 반대에서 드러났듯이, 대체재로서의 공공주택은 필요성이 명확해졌다. 몇몇 지자체는 신도시에 새로 지은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집중단속하는 중이다. 더 이상의 불법주택 누적을 막는 조치다. 진성준 의원은 “국가가 나서서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고, 중개인에게 불법주택 거래의 책임을 무겁게 지우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불법 개조된 주택에 게시된 안내문. 불법 주택은 화재에 취약하다. | 한수빈 기자

서울의 한 불법 개조된 주택에 게시된 안내문. 불법 주택은 화재에 취약하다. | 한수빈 기자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근 대규모 주택 공급 과정에서 곳곳에 소규모 신축 주택이 들어선다. 하숙집 개념인 다중주택은 근린생활시설보다 필수 주차장 확보 면적이 적다. 수익을 더 내려는 공급자들이 최근 선호하는 형태다. 다중주택이라면 셰어하우스처럼 취사시설을 각 방에 설치할 수 없는데, 이를 지키는 곳은 드물다.

안전에도 취약하다. 지난 12월 6일 찾아간 서울 성북구의 다중주택은 소방차가 접근하기 어려울 만큼 진입로가 좁았다. 복도의 상황은 더 나빴다. 소방법상 복도의 폭은 1m50~1m80㎝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복도 폭이 1m가 안 됐다. 비좁은 복도는 화재시 탈출을 어렵게 한다. 외향만 반들거릴 뿐 오래전 지은 다세대·다가구주택이 겹쳐보이는 건 기우일까.

*두 글자 이름으로만 등장한 취재원은 모두 가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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