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자가족’이라는 이름에 뭉뚱그려진 여성들

김보미 기자
마포구의 미혼모자시설인 ‘아름뜰’에서 입소한 엄마들을 대상으로 교양 교육을 진행 중인 모습.|마포구 제공

마포구의 미혼모자시설인 ‘아름뜰’에서 입소한 엄마들을 대상으로 교양 교육을 진행 중인 모습.|마포구 제공

준비 없이 아이를 만나 엄마가 되었고, 주변에 도움받을 만한 자원도 없어 혼자 양육을 감당해야 하는 이들을 한국 사회는 ‘미혼모’라고 부른다. 이들이 잠시 머물며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배우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 ‘미혼모자시설’이다.

서울 마포구가 6일 발간한 보고서 ‘비빌언덕’은 시설에서 자신의 아이와 동료를 만난 미혼모자 가족의 사례를 담은 책자다. 2015년 7월 이후 한부모가족복지시설 ‘아름뜰’에 입소해 2020년 12월까지 퇴소한 35세대의 현황을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이기연 교수의 주도로 분석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아이를 낳은 여성’으로 일반화되는 이들에 대한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3세 미만 영유아를 양육하는 미혼모에게 일정 기간 숙식을 제공하고 자립·직업 교육 등을 지원하는 ‘아름뜰’에 들어온 이들의 평균 연령은 24.1세였다. 20대 입소자 비율이 74%를 넘는다. 고졸이 77.2%로 가장 많았고, 출산 전 직업은 비정규 서비스직이 절반을 넘었다.(57.1%)

마포구 미혼모자가족 사례분석보고서 ‘비빌언덕’ 책자 | 마포구제공

마포구 미혼모자가족 사례분석보고서 ‘비빌언덕’ 책자 | 마포구제공

아이를 낳은 여성 중 62.9%는 “원치 않은 출산을 했다”고 답했다. 아기의 친부와 교제 중 친밀한 관계에서 임신한 경우가 88.6%였다. 또 80%는 아기 존재를 가족과 친부 모두가 알고 있다고 했다. 입소 당시 엄마 대부분(94.3%)은 “혼자 양육하겠다”고 했으며, “아기 친부와 함께 양육하겠다”는 응답은 1명뿐이었다. 24세 이하의 연령이 절반 가까이(42.8%)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0대와 20대 초반 엄마들이 아무 지원 없이 아기를 키워야 하는 것이다. 또 아이 아빠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출산과 양육은 여성 혼자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보고서는 시설에서 도움을 주기 어려운 사각지대 미혼모자가족을 가장 안타까운 사례로 꼽았다. 미혼엄마가 지적 어려움이 있거나 정신질환이 있어서 자립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다. ‘아름뜰’ 입소자 중 질병을 앓거나 장애를 가진 미혼모는 34.3%였다. 35명의 미혼엄마 중 9명은 진단을 받았거나, 진단은 받지 않았지만 심리·정서적 어려움 혹은 경계선에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하고 있다.

‘비빌언덕’ 책자에는 “‘미혼모자가족’이라는 뭉뚱그려진 이름으로 생활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자립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할지라도 각자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여정도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고 적혀있다. ‘아름뜰’ 이현주 원장은 “사례분석 과정을 통해 성장기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부모 등을 통한 애착 형성이 자립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구는 향후 관련 정책 수립시 이번 분석 결과를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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