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 산불 마침내 진화···역대 최대 면적 숲이 탔다

백경열 기자

경북 울진·삼척 산불이 역대 최대 면적의 숲을 태우고 마침내 꺼졌다.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 울진에서 산불이 난지 213시간 43분(13일 오전 9시 기준) 만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13일 울진군 죽변면 산불현장 지휘본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울진 산불의 주불을 잡았다”면서 “진화까지 총 213시간이 넘게 걸려 역대 가장 길었다”고 밝혔다. 주불 진화로 행정안전부는 이날 경북과 강원 등지 동해안에 내려졌던 재난사태를 해제하고, 산불 진화를 위해 꾸렸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로 전환했다.

다만 큰 불길만 제압했을 뿐 남은 불이 있어 완전 진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특히 암석이 많은 지형의 응봉산 일대에는 장시간 산불이 이어지면서 아직까지 불 기운이 거세 완전 진화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산림당국은 헬기 20대와 야간열화상 드론 6대 등을 대기시켜 잔불을 끄고 뒷불을 감시할 방침이다. 소방청도 전국 소방동원령은 해제하면서도 긴급 출동 및 대응 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울진군 죽변면 산불현장 지휘본부에서 최병암 산림청장이 산불 진화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지난 11일 울진군 죽변면 산불현장 지휘본부에서 최병암 산림청장이 산불 진화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열흘간 이어진 이번 산불로 주택 388채와 공장·창고 193곳 등 908개 시설이 피해를 봤다. 인명 피해로 확정된 사례는 없다. 이번 산불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6년 이후 가장 피해 면적이 넓은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13일 오전 6시 기준 산림 피해 면적이 울진 1만8463㏊, 삼척 2369㏊ 등 총 2만4940㏊(추정치)라고 밝혔다. 서울시 면적(6만520㏊)의 41.2%, 축구장(국제규격 0.714㏊ 기준) 3만4930개와 맞먹는 산림이 불에 탔다. 지금까지 가장 피해 면적이 넓었던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2만3794㏊)의 피해규모를 뛰어넘는다.

정부는 강풍과 건조한 날씨에 울진에서 시작된 불길이 인근 지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지난 4일 오후 10시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인력과 장비, 물자의 동원, 위험구역 설정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한때 국가 주요시설인 한울원전·삼척 LNG 생산기지 등이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산림당국은 울진읍 주거밀집지역과 불영사 등 문화재, 산림자원 보호구역인 금강송 군락지 등을 무사히 지켜냈다. 열흘간 경북지역에 전국 소방 차량 등 장비 총 2599대와 총 연인원 6972명, 강원지역에는 장비 851대와 연인원 3158명이 각각 동원됐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내려지는 재난사태는 2005년 4월 강원 양양 산불과 2007년 12월 허베이스피릿호 기름 유출 사고, 2019년 4월 강원 산불에 이어 4번째였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산불 진화대원들이 야간시간대 울진 산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산불 진화대원들이 야간시간대 울진 산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는 앞으로 이재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 시설 제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 또 잔재물 처리 등 현장의 응급복구 조치사항, 영농 재개 등을 지원하게 된다. 정부는 오는 17일까지 지자체의 피해 신고를 받고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단의 조사를 진행해 다음달 초까지 복구 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울진군과 경찰·검찰, 산림청은 산불 원인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울진군은 이번 불이 시작된 지점으로 추정되는 울진읍 정림리 송이산 입구 일대를 지나간 차량 4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운전자 중 일부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고, 차량 블랙박스 등도 확보한 상태다.

울진군 관계자는 “산불이 발생한 4일 해당 지점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도로변에서 불이 맨 처음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담뱃불 등에 의한 실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합동감식 등을 통해 용의자가 특정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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