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서 양잿물 쏟아져 화상 입은 통역사…‘프리랜서’라 치료비 지원 어렵다?

박하얀 기자
지난달 4일 풀무원다논 무주 공장에서 업무를 하던 중 탱크 내 수산화나트륨을 함유한 세척액이 쏟아져 2도 화상을 입은 여성 통역사 안씨. 안씨 측 제공

지난달 4일 풀무원다논 무주 공장에서 업무를 하던 중 탱크 내 수산화나트륨을 함유한 세척액이 쏟아져 2도 화상을 입은 여성 통역사 안씨. 안씨 측 제공

프리랜서 통역사 안모씨(35)는 지난달 4일 오후 12시쯤 요거트 ‘액티비아’ 등을 제조하는 풀무원다논 무주 공장에서 발효저장 탱크의 시운전을 점검하는 프랑스인 기술자와 동행해 통역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이때 탱크 안에 있던 고온의 세척액이 안씨의 정수리와 목, 등 위로 쏟아졌고, 수산화나트륨이 함유된 세척액은 피부에서 열을 내뿜고 옷 곳곳에 들러붙었다. 안씨는 부랴부랴 여직원 탈의실로 가 호스에서 나오는 찬물로 열을 식힌 다음 의료진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사측은 사건 발생 30분 후인 오후 12시30분쯤 직원 차량으로 안씨를 인근 보건의료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지역 병원의 병상은 부족했고, 안씨는 지난달 7일부터 한 달여 동안 서울의 화상전문 병원에 입원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4일부터 7일까지의 치료비는 공장 측이 제공한 법인카드로 결제했지만 이후 800만원이 넘는 치료비는 안씨 자비로 부담했다. 신체 표면의 6%에 2도 화상을 입은 안씨는 지금도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안씨는 풀무원다논과 무주 공장장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세척액에 포함된 수산화나트륨이 관리 대상 유해 물질로 탱크를 점검하는 작업자들에게 쏟아질 경우 심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건은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배당됐다.

안씨는 사건 발생 전 탱크 장치 이상으로 세척액이 과다 누출된 것을 발견하고도 사측의 후속조치가 미흡했으며, 그에 앞서 현장에 위험이 상존해 안전 교육과 보호구 등을 요청했지만 사측이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탱크 안에 있는 액체가 조심해야 하는 물질이라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며 “안전화는 따로 마련해 신었고 안전모는 공장에 요청해 받았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세척액에 함유된 수산화나트륨은 관리 대상 유해물질로 유해 위험 방지 조치를 사전에 취해야 한다. 사측은 “공사가 끝난 상태에서 시운전하는 단계라 방열 장비 등은 갖추지 않았다”며 “이 구간은 방열 장갑, 방열복 등을 착용하는 구간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안씨는 과실이 사측에 있고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측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치료비도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측은 안씨가 ‘개인사업자’인 점 등을 이유로 치료비 전액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안씨와 같은 통역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산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풀무원다논 관계자는 “과실 여부를 떠나 당연히 (지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안법 적용 여부에 대해 “(피해자의) 근로자성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회사에 종속돼 일했다면 산안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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