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로 입은 지역경제 손실 원전 착공으로 만회…윤석열 당선인 발언 사실일까

강연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강원 동해시 국가철도공단 망상수련원에 마련된 산불 피해 주민 임시거주지를 찾아 이재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강원 동해시 국가철도공단 망상수련원에 마련된 산불 피해 주민 임시거주지를 찾아 이재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공사 착공을 가급적 빨리 해서 지역에 좀 많이들 일할 수 있게 해보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5일 경북 울진군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해 지역주민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조기에 착공해 이곳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전 건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일단 기술집약적인 원전산업의 특성상 핵심 부가가치는 원전 소재지보다 대도시에서 발생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지난해 5월 발간한 논문에서 “원전 착공시 단순 노무 및 부가적인 서비스 산업의 파급효과만이 (원전) 지역에서 확인됐을 뿐 첨단 과학기술이 집적된 원전의 핵심적인 부가가치는 주로 대도시 및 공업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낙후한 농어촌이었던 지역이 원전 소재지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공동체와 마을이 해체되는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전 건설로 인한 지역 내 고용창출에도 한계가 있다. 진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국내 원전 소재지의 근무자는 9247명인데, 이 중 15.3%인 1424명이 지역주민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중 원전이 설치된 지역에서 ‘주민 우선’ 전형으로 채용된 사람은 2019년 249명 중 58명, 2020년 289명 중 59명, 2021년 338명 중 73명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역시 한시적이다. 정부 지원은 원전이 착공될 때 가장 높았다가 폐로 절차를 밟게 되면 그때부터 점차 지원이 줄어들거나, 중단되기 때문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특정 지역의 원전 의존도가 높아지면 지역 고유의 ‘자립형 경제’가 아니라 ‘외부의존형 경제’가 형성된다”며 “원전의 경제적 효과는 굉장히 한시적이기 때문에 재난 지역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원전과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원전 착공시 돌아오는 경제적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전으로부터 5㎞ 이내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여기에 사는 주민들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지원 등을 받는다. 원전 인근으로 노동자들이 몰리면 숙박업, 요식업 등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

원전의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안정성 문제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국내 원전에서 총 275건의 사고나 고장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실이 지난해 10월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원전에서 165건의 산업재해가 보고했다. 또 방사선 관리구역 출입직원 1명의 피폭량은 2019년 한해 49.67mSv(밀리시버트)로 작업종사자 유효선량한도(연간 50mSv)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원전 착공을 통한 경제적인 이익은 일부 있을 수 있지만 단기적 이익을 위해 희생해야 할 게 지역 차원에서도 너무나 많다”면서 “전세계적으로 사용후 핵연료나 방사선 폐기물에 대한 대안 제시가 안된 상황이고, 이런 부분이 원전의 경제성에도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 원전 착공은 경제성만이 아니라 전력 구조와 안전성 전체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불타는 해리포터 성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