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상민 후보자, 서울국제교육재단 감사 시절 ‘부실 감사’ 눈 감았나

산하 외국인학교 이사장 교비 횡령으로 사법 처리

이 측 “비상임 신분…재단, 학교 운영 관여 안 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엤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국제교육재단 감사로 재직하던 당시 재단 이사장이던 김형식씨가 산하 외국인학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확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역할을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재단은 학교 운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비상임 감사 신분이어서 회계 실태도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25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서울동부지검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2008년 8월부터 2017년 8월까지 1억4697만원 상당의 교비를 의료비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2019년 8월 김 전 이사장을 약식기소 했는데, 나중에 정식재판에 회부돼 2020년 7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경기도교육청이 서울국제학교를 상대로 감사를 벌인 뒤 경찰이 수사해 검찰에 송치했다. 송치 당시 횡령 규모는 200억원에 육박했지만 검찰 수사에서 상당수 의혹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경기도교육청 감사에서 김 전 이사장이 2015년 외손녀 수업료를 편법으로 면제받게 한 사실도 적발됐다. 경기도교육청 보고서에는 ‘김 전 이사장 외손녀가 2015년 2월23일 서울국제학교로 전학을 왔으며, 총교장(김 전 이사장) 손녀라는 이유로 수업료 전액을 면제 받았다’고 적혀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017년 12월11일 외손녀가 면제받은 수업료 1459만원을 전액 환수 조치했다.

김 전 이사장이 불법과 편법을 저지른 시기는 이 후보자가 재단 감사로 재직하던 때와 일부 겹친다. 이 후보자는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서울국제학교 자산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국제교육재단 감사를 지냈다. 2014년 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김 전 이사장이 이끌었던 서울국제장학재단 이사로도 활동했다. 이 후보자는 평소 친분이 있었던 허탁 당시 건국대학교 교학부총장의 권유로 재단 감사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사립위원회 사무국장은 “이사회 구성원으로 간주되는 감사가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을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도 “이 후보자는 서울국제교육재단 감사로 재직하면서 재단 이사장의 부정과 비리를 바로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재단 감사로서 학교 운영에 관여할 법적 책임이나 의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 측은 “재단은 학교가 가진 재산을 형식상으로 등기한 주체에 불과했고 실질적으로 학교 운영에 관여하는 곳은 아니었다”며 “재단이 학교에 대해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내용도 없어서 특별히 (논의될만한) 일도 없었다. 재단 비상임 감사로서 (학교에서 발생한) 모든 내용들에 대해 다 알기 어려운 현실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2018년 6월5일자로 통보된 경기도교육청의 서울국제학교 복무 감사 결과보고서 일부. 경기도교육청은 2017년 6월 무렵 김 전 이사장의 비위 행위를 제보 받고 서울국제학교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김형식 서울국제교육재단 이사장은 서울국제학교(SIS) 총교장을 겸임한 바 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이상민 행정안전부 서울국제교육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