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보장' 요구 청소·경비노동자 시위에 '수업권 침해' 형사고소한 대학생

박하얀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소속 노동자들이 학교에 건 현수막. 박하얀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 소속 노동자들이 학교에 건 현수막. 박하얀 기자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학교에서 시위를 벌이는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이 학교 재학생이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것을 두고 학교 측의 ‘책임 방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가 노동자들의 대화 요구에 성의있게 응하지 않다 보니 노동권 문제가 노동자와 학생의 대립 구도로 왜곡됐다는 것이다.

연세대 학생 A씨는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를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학교 비정규직 미화·경비·주차관리 노동자들이 구성원인 노조가 지난 3월부터 점심시간(오전 11시30분~오후 12시20분)마다 학생회관 앞에서 집회를 해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이다. 노조를 고소한 학생은 노조를 대상으로 제기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동참할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8명가량이 오픈채팅방에서 ‘연세대 불법 시위 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소송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는 노조를 경찰에 고소한 학생이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연세대 신촌캠퍼스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에브리타임 갈무리

학교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는 노조를 경찰에 고소한 학생이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연세대 신촌캠퍼스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에브리타임 갈무리

발단은 노동조건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다. 최저임금 인상분에 맞춰 내년도 시간당 임금을 청소노동자는 400원, 경비노동자는 440원 인상하고 정년퇴직자 발생에 따른 인원을 충원하며 샤워실을 설치해달라는 것이다. 미화노동자의 현재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9390원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분을 수용할 경우 5억5000만원가량 소요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학교가 쌓아둔 적립금은 5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세대 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임금 인상분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2년치 임금 인상분을 한꺼번에 결정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비정규직 특성상 내년에도 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조는 원·하청 공동기구를 만들어 논의하자는 뜻을 밝혔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청소노동자 B씨는 24일 “(학생들이) 힘 없는 사람한테 그러지 말고, 총장한테 가서 ‘너무 시끄러워서 공부 못하겠다. 빨리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학생이 노조를 고소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을 두고 학생들 반응은 엇갈린다. 2학년 김모씨(20)는 “(능력주의를) 항상 경계하고 갖고 있는 재능이 똑같아도 (사람마다) 환경에 따라 꽃을 피우는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내가 저 노동자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를 계속 생각해야 한다. 끊임없는 성찰이 중요한 것 같다”며 “시위할 권리는 정당한 권리인 만큼 일터에 따라 제한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세대 비정규 공대위 학생들이 ‘2022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에 연대한다’며 받고 있는 연서명에 응답한 수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2100건을 넘었다. 반면 대학원생 홍모씨(34)는 “노조가 요구사항이 있으니 집회를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집회가 오래 됐다면 학생도 고소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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