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방어' 땅바닥에 패대기치면 동물학대일까?

조해람 기자
2020년 11월27일 정부의 일본산 활어 검역 완화에 반대하며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에서 집회를 연 경남어류양식협회가 내던진 방어와 참돔.  유튜브 ‘미래수산TV’ 화면

2020년 11월27일 정부의 일본산 활어 검역 완화에 반대하며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에서 집회를 연 경남어류양식협회가 내던진 방어와 참돔.  유튜브 ‘미래수산TV’ 화면

횟집에서 자주 보이는 방어와 참돔. ‘식용’으로 널리 쓰이는 이 물고기들을 식용 목적과 관계없이 땅바닥에 내려쳐 죽이면 동물학대일까. 검찰은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지만 동물권단체는 “명백한 동물학대”라며 항고장을 냈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은 2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어류양식협회 시위 활어 살해 사건’을 불기소한 검찰을 규탄한 뒤 서울남부지검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어류 동물의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첫 사례를 만들 수 있었던 역사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검찰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종차별적인 법해석을 그만두라”고 했다.

이 사건은 2020년 11월27일 경남어류양식협회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하며 방어 6마리와 참돔 5마리를 길바닥에 패대기쳐 죽인 사건이다. 협회는 일본산 활어 검역 완화에 항의하는 표시로 이 같은 행동을 했다. 동물권단체는 이들의 행동이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며 협회 관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어류에도 동물학대가 적용될지 여부로 주목받았다. 2014년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어류도 법적인 ‘동물’에 해당한다. 다만 동물보호법 시행령 2조는 “파충류·양서류 및 어류 중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동물·환경단체들은 2020년 1월 화천 산천어 축제가 동물을 학대한다며 군수를 검찰에 고발했는데, 당시 춘천지검은 이 시행령을 근거로 불기소 결정했다. 검찰은 산천어 축제가 애초에 ‘잡은 산천어를 맛본다’고 홍보한 점, 축제장에 산천어를 요리해 주는 식당이 들어선 점, 축제에 이용된 산천어들이 식용을 목적으로 양식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양식 업계 집회서 동원된 어류 동물 학대·살인 사건 검찰 불기소에 항의하는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 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항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양식 업계 집회서 동원된 어류 동물 학대·살인 사건 검찰 불기소에 항의하는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 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항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번 ‘활어 살해 사건’이 산천어 축제와 다른 점은 경남어류양식협회가 ‘시위의 목적’으로 물고기를 패대기쳤다는 데 있다. 동물권단체는 “협회는 음식으로 섭취하려는 의사 없이 정치적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죽였다”며 “죽은 물고기들은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어류가 아니고, 따라서 동물보호법의 적용대상”이라고 했다.

협회도 검찰에 “경찰에 집회신고를 하면서 활어를 던지는 행위를 할 것이라 알렸다”며 물고기를 시위 수단으로 이용한 점을 인정했다. 다만 “식용 목적으로 일본 등에서 물고기를 수입·판매하는 업체에서 이 물고기를 구입했다”고 했다.

경찰과 검찰의 판단은 엇갈렸다. 사건을 접수한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8월 협회장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시위에서 죽은 물고기들은 식용 목적의 동물이 아니다”라는 동물권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달 10일 이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 서울남부지검은 “방어와 참돔은 과거부터 식용 목적으로 폭넓게 양식·수입 소비돼 왔고 시위에 사용된 물고기도 식용 목적으로 수입·판매된 점을 종합하면 (죽은 물고기들은)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어류라고 판단된다”며 “학대행위 당시 식용 목적의 유무는 내심(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의사에 따라 죄 성립 여부가 달라지기에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양식 업계 집회서 동원된 어류 동물 학대·살인 사건 검찰 불기소에 항의하는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 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항고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양식 업계 집회서 동원된 어류 동물 학대·살인 사건 검찰 불기소에 항의하는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이 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항고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동물해방물결은 검찰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주장한다. 생물종 전체가 관습적으로 식용이었다는 이유로 각각의 개체를 모두 싸잡아 ‘식용’이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동물해방물결 대리인 김도희 변호사는 “식용 목적 동물이 (학대대상에서)제외된 배경은 식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는 학대행위는 범죄화하지 않겠다는 취지이지 식용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학대행위를 해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편견은 도살직전 구조돼 가정이나 쉼터에서 살아가는 동물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내심의 의사’에 달려 있어 죄 적용이 어렵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먹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외관상 명백히 드러난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해외의 경우 식용 어류에 대해서도 보호 수준을 높이려 한다고 소개했다. 유럽연합은 ‘동물은 도살 시 일어날 수 있는 고통이나 스트레스로부터 구제돼야 한다’는 규정을 식용 어류에도 적용하고, 스위스의 경우 도살 시 통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법 조항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류가 동물학대 판단 대상에 오른 건 그만큼 시민들의 높아진 동물권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021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어류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9.2%는 “어류를 도살할 때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식용 어류에도 다른 농장동물처럼 운송·도살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81.5%, 동물보호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65.4%였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국민의 법감정이나 동물권에 대한 인식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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