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사건 흉기 안다’ 글 회자에…전문가 “작성자 확인 필요” 경찰 “접촉 노력 중”

유경선 기자
‘개구리소년 사건 흉기 안다’ 글 회자에…전문가 “작성자 확인 필요” 경찰 “접촉 노력 중”

30년 넘게 미제로 남아 있는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무엇인지 안다는 글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범죄 심리 분야 전문가들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고 동조한 것이다. 경찰은 미제 사건 해결을 위해 해당 글을 작성한 사람을 상대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나는 개구리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은 사건 당시 사망한 소년의 두개골상 상흔이 버니어캘리퍼스로 내리쳤을 때의 모양과 흡사하다며 범행 도구가 버니어캘리퍼스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또 소년들이 실종된 대구 와룡산 근처에 한 공업고등학교가 있고, 이 학교 학생들이 버니어캘리퍼스를 들고 다녔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범인들이 당시 뒷산에서 본드를 흡입하곤 했던 고등학생 불량배들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글쓴이가 지역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데다 확신에 찬 어투로 글을 작성한 점, 실종 소년들이 복수의 불량배들에게 피해를 입는 장면을 상세히 묘사한 점 등을 들어 이 글이 신빙성이 있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한 발 더 나가 글쓴이가 소년들을 제압하고 해친 뒤 매장하는 데 가담한 범인 중 하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글쓴이가 살해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 점, 특정 공고에 관한 농담을 잘 아는 점, 소년들이 실종된 날과 이 글이 작성된 날 모두 지방선거가 열린 날이라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글쓴이가 죄책감이나 트라우마 때문에 글을 올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죄심리 분야 전문가들은 경찰이 해당 글의 내용을 추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염건령 프로파일러는 9일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지만 글쓴이가 수사기관에 신원을 밝히고 협조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가설만을 논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글쓴이가 직간접적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거나 경험을 해서 이런 시나리오를 구성했을 것”이라며 “(글쓴이가 가담자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마치 실험하듯 관심을 끌고 주목을 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 글쓴이에 대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버니어캘리퍼스가 범행 도구라는 제보가 있어 수사했지만 두개골 상흔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다. 동네 불량배에 대해서도 5개월간 900여명을 수사했다”면서도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그래도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알려진 정보들을 이용해서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며 “글쓴이와 접촉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먼저 경찰에 연락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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