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플랫폼 노동 종속성 심화’에 ‘노동자성 인정’ 흐름

유선희 기자

법원 ‘타다 운전기사 노동자 아니다’ 판결

“플랫폼 노동 종속성 강화”

“현실 따라가지 못해”

타다 차량들. 연합뉴스

타다 차량들.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이 8일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프리랜서 운전기사를 ‘쏘카’ 소속 노동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은, ‘플랫폼 노동자’를 법상 근로자로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를 두고 해외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돼왔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연구보고서(2018)는 플랫폼 노동이 노동자들을 지나치게 착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플랫폼 방식에 종속된 노동자들이 사용자 측과 충분한 협상력을 갖지 못해 근로조건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2021년 2월19일 영국 대법원은 우버 운전기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5년에 걸친 긴 법정 다툼 끝에 노동의 종속성을 주장한 우버 기사들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영국 재판부는 우버 기사들을 노동자로 판단한 핵심 근거로 우버 측에서 기사들이 택하는 운전경로, 책정요금 등을 철저히 통제한다는 점을 꼽았다. 즉 ‘종속성’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이외에도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에선 우버 기사가 노동자라는 판결이 잇달아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20년 1월 운전·배달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를 자영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재분류하도록 한 ‘AB5 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커 우버·리프트 등 플랫폼 기업이 무력화를 위한 주민투표 발의했고, 약 58% 지지를 받아 통과했다. 우버와 같은 모빌리티에는 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범위가 축소된 것이다. 이후 노동자들이 다시 문제제기를 했고, 지난해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은 주민투표를 통과해 개정된 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노동자권리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9월 ‘플랫폼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입법지침(안)’을 포함한 법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다는 이유로 노동자가 ‘자영인’으로 취급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노동자가 일할 때 복장이나 두발 등 업무수행에 관한 규칙을 따르도록 하거나 일하는 시간을 노동자가 선택할 자유를 제한하는 등 5가지 지표 중 2개 이상에 해당할 경우 플랫폼 기업을 사용자로 본다.

해외 사례를 비춰볼 때 핵심은 플랫폼 업체와 노동자 사이의 ‘종속성’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법률원 노동자권리연구소의 윤애림 박사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받는다는 걸 제외하고는 오히려 일하는 과정을 더 촘촘하게 통제받으면서, ‘이는 근로자와 다를 바 없다’는 법원 판례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한국에는 아직 플랫폼 노동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개념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타다’도 계속 논란이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플랫폼 노동과 관련한 사건이 법원에서 다뤄진 것은 이번 ‘타다 운전기사’ 사건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쏘카가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하면서 “쏘카가 이 타다 드라이버(운전기사)의 사용자라고 볼 수 없고, 사용 종속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권두섭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외국의 대법원 판례만 보더라도 근로형태가 바뀌는 환경에 따라 노동법상 책임을 피하려는 실태를 추적해 적절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오늘 행정법원 판결은 전혀 현실을 따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타다 운전기사들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물론,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재판부의 판단이 다른 운전기사들의 소송에도 똑같이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운전기사마다 근로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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