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일시정지’에 출퇴근길 차량 정체 심화…“교차로 ‘횡단보도 10m 떨어트리기’ 등이 해법”

강은 기자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에서 혜화경찰서 경찰관들이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 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는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에서 혜화경찰서 경찰관들이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 정지’ 의무를 지키지 않는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24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사거리. 역삼역 방향으로 우회전하려던 검은색 승용차가 방향을 바꾸기 전에 잠시 멈춰 섰다. 보행자 신호는 빨간불로 바뀌었으나 뒤늦게 횡단보도로 뛰어온 중년 남성이 인도로 완전히 발을 딛기까지 2~3초가량 시간이 더 걸렸기 때문이다. 뒤에 줄지어 서 있던 택시와 화물차도 앞선 차량의 대기가 끝난 후에야 앞으로 직진해 교차로를 지날 수 있었다.

인근에서 빗자루질하던 환경미화원 이모씨(57)는 “예전 같았으면 눈치껏 지나갔을 차들이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잠시 멈추다 보니 출퇴근 시간 때는 길이 꽤 막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로교통법상 ‘우회전 일시멈춤’ 본격 시행으로 차량 정체가 심화하는 것과 관련해 횡단보도 위치를 조금만 이동시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서울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지난 7월13일 발간한 내부보고서에서 ‘ㅁ’자 모양으로 설치된 교차로 횡단보도를 중심부 바깥 방향으로 10m가량 떨어트리거나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정체 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도로교통법상 우회전 통행 방법이 바뀌면서 기존 차로의 정체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두에 있다가 일시 정지하는 우회전 차량이 많을수록 뒤에 줄지어 있는 직전·좌회전 차량의 대기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영제 수석연구원은 “차로의 특성에 따라 이전보다 10~20% 정도 교통 처리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이 분석한 ‘우회전 통행방법 변경에 따른 교차로 정체 개선 방안’ | 서울기술연구원 제공

서울기술연구원이 분석한 ‘우회전 통행방법 변경에 따른 교차로 정체 개선 방안’ | 서울기술연구원 제공

먼저 교차로에서 직각을 이루며 붙어 있는 네 개의 횡단보도 사이를 10m가량 떨어트려 놓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으로 강남구 대치동 선릉역사거리의 횡단보도가 이렇게 설치돼 있다. 교차로 중심에서 바깥 방향으로 횡단보도 위치를 옮기면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긴다. 이 차량을 뒤따르고 있던 직진·좌회전 차량은 앞차의 대기 시간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통행할 수 있다. 횡단보도 사이 거리가 늘어나면 보행자의 통행 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X자’ 모양으로 된 대각선 횡단보도를 추가로 설치할 수도 있다. 교차로에서 직선뿐 아니라 대각선으로도 길을 건널 수 있게 하면 인근의 모든 차량의 운행·정지 시점이 통일되면서 횡단보도 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방향으로 길을 건너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보행자의 횡단 시간도 단축된다.

정 연구원은 “보행자 수가 많고 교통량도 상당한 교차로에는 대각선 횡단보도를 만드는 방법이, 보행자 수와 교통량이 그리 많지 않은 곳에는 직선 방향 횡단보도 사이에 거리를 확보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12일 시행된 새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사람이 보이면 무조건 멈춰야 한다. ‘통행하는 때’뿐만 아니라 ‘통행하려고 할 때’도 일시 정지해야 한다. 횡단보도에 발을 디디려는 경우, 손을 들어 횡단 의사표시를 한 경우, 횡단보도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뛰어올 경우 등이 모두 ‘통행하려고 할 때’에 포함된다. 이를 위반하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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