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서울시청 앞에 모인 추모 물결…“연이은 참사, 참을 수 없어 나왔다”

강연주 기자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과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과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서울 도심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피해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책임을 묻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추모한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손팻말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에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열고 있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로 진행됐다.

집회 인파는 시청역 7번 출구 인근에서 360m 이상 떨어진 숭례문 인근까지 이어졌다. 주최 측은 세종대로에 모인 시민들 수를 집계한 결과 오후 7시30분까지 6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국가가 참사를 방치했다고 입을 모았다. 집회 시작 30분 전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던 이용신씨(55)는 “세월호에 이어 또다시 우리 아이들이 희생되는 일이 발생했다. 20대 아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 참사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안전을 간과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에게 분노와 답답함을 느껴 길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자녀가 참사 당일 이태원 현장에 있었다는 시민도 있었다. 장모씨(54)는 “내 딸은 참사 발생 당시 사고가 발생한 골목 인근 술집에 있어서 변을 면할 수 있었다”며 “내 아이도 목숨을 잃을 뻔 했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났다. 참사 예방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이 정부에게 분통을 느꼈다”고 했다.

집회 참석자들 중에는 대다수 참사 희생자들과 또래인 20~30대도 많이 보였다. 김모씨(28)는 “국가애도기간일수록 집회를 통해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제 또래 수백명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이번 사고에 대해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했다.

황석훈씨(26)도 “참사 발생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농담조로 얘기 던지는 모습을 보였고, 윤석열 대통령은 참사 발생 6일 이후에야 첫 사과를 했다”며 “이 정부가 국민들을 위한 정부인지 의문이 들어 나왔다”고 했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황씨는 대학생 30여명과 함께 현장에 나왔다.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과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과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날 집회는 오후 4시 추모 메시지 쓰기 등의 사전 행사로 시작됐다. 오후 5시 본 집회에서는 원불교와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각 종교에서 마련한 종교의식과 추모 연주 등 문화행사가 이어졌다.

무대에는 종교·예술계 인사뿐 아니라 참사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도 올랐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원인 분석과 책임 규명을 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개선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참사 당일 사상자들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는 김웅기씨는 “아직까지 참사 당일 심폐소생술의 압박감이 남아있다. 황망한 마음에 일상이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날 시민들은 마냥 무질서하지 않았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모두가 희생자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월호 유족인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장도 연단에 올랐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일단 애도부터 하자고 말하지만, 애도는 처벌 받을 사람들이 처벌을 받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다”며 “저는 9년 전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고서 던졌던 질문을 윤석열 정부에게도 묻는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면 그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했다.

이날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 집회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오후 4시에는 전북 군산시에서 집회가 개최됐고, 오후 5시 이후에는 부산, 대구, 광주, 제주, 수원, 춘천 등에서도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집회가 열렸다.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과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과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과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과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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