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 신고 0.7%만 검찰로···“영세업체일수록 피해 커”

조해람 기자
경향신문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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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밤이면 직장 상사에게 전화로 성희롱을 당했고, 출근한 낮에는 직장에서 내내 괴롭힘을 당했다. 끝내 해고된 A씨는 자신이 당한 직장 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했다. 성희롱 사실이 인정돼 사업주는 과태료를 받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처리 대상이 되지 못했다. A씨의 직장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2·3)’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이었기 때문이다.

노동청에 신고되는 직장갑질·괴롭힘 신고 10건 중 8건 이상이 취하·반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유 상당수가 ‘법 적용 예외’로 추정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이나 하청·특수고용 등 간접고용노동자는 직장갑질 피해에 더 취약한데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

6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16일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신고 총 2만424건이 접수됐다. 유형별로 보면 ‘폭언’이 8841건(34.2%)으로 가장 많았다. ‘부당인사’가 3674건(14.2%), ‘따돌림·험담’이 2867건(11.1%) 순이었다.

갑질·괴롭힘 신고 2만424건 가운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은 0.7%인 133건에 그쳤다. 회사에 공문을 보내는 ‘개선지도’도 12.8%인 2624건 뿐이었다. 84%인 1만7150건은 신고자가 신고를 취하하거나 반려됐다. ‘신고 취하’가 7924건으로 38.8%였고 ‘기타(반려)’가 9226건으로 45.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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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기타’로 분류한 반려사건 9226건 가운데 59.6%인 5498건은 ‘법 위반 없음’이었다. 나머지3728건(40.4%)은 업체 폐업 등으로 인한 ‘조사 불능’, 이송·접수 후 사업장 ‘사전지도 누락’,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 에 따른 ‘법 적용 제외’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직장갑질119는 ‘법 위반 없음’을 제외한 나머지 반려사건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장이나 간접고용 노동자 등 ‘법 적용 제외’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업체 폐업이나 사전지도 누락 등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를 보면 전체 노동자 2064만7000명 중 5인 미만 업체 소속 노동자는 17.8%인 368만4000여명이다. 2019년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수행한 실태조사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는 346만5000여명으로 추산됐다.

‘법 적용 제외’에 해당하는 이들은 갑질·괴롭힘을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월2일~8일 전국 성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46.5%로 전체 고용규모별 응답 중 가장 높았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직장갑질119 장종수 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350만 이상의 노동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어도 제도적으로 구제받을 길이 없는 참담하고 반인권적인 상황”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비롯한 법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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