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3곳, 연구용 새만금 농지 재임대 의혹…법인 1곳, 평균의 8배 면적 계약 ‘형평성 논란’

박용근·김창효 기자

농업특화단지 잡음 무성…농민 “대학들, 일부 땅만 시험포 운영”

새만금사업지구 5공구 농업특화단지에서 농작물들이 재배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새만금사업지구 5공구 농업특화단지에서 농작물들이 재배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새만금사업지구 내 농생명농지에 대한 불법 전대 의혹이 알려진 11일 새만금 농업특화단지를 둘러싸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농지계약을 체결한 10여개 법인들 중 한 회사법인만 평균보다 8배 많은 면적을 계약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또한 국립대 3곳은 연구목적으로 농지를 무상 임대받은 후 이를 재임대해주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가 간척사업을 통해 조성된 땅이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의 권익보다 기득권층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A농업회사법인은 새만금 농생명용지 5공구 특화단지 680㏊(205만평) 가운데 250㏊(76만평)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농어촌공사와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농어촌공사는 이어 나머지 면적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공모를 통해 10개 농업법인을 추가로 선정해 임대계약을 맺었다. A법인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농업법인의 계약면적은 10㏊(3만평)~47㏊(14만평)에 이른다. 평균 30㏊(9만평) 규모다.

A법인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도 석연찮다. 농어촌공사가 주력용지인 특화단지를 30년간 장기임대해주는 조건의 우선협상대상자 첫 공모절차를 밟은 때는 2010년이었다. 당시는 특화단지가 조성되기 전이었다. 심사평가단은 20개 응모법인 가운데 A법인과 B법인, C법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기업들이 최적 조건의 농업용지 680㏊를 차지하게 되자 농민단체들은 ‘기득권세력에 대한 특혜’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반발이 계속되자 B법인과 C법인은 우선협상대상자 권한을 반납했다. 하지만 A법인은 버텼고, 농어촌공사는 이를 묵인했다.

농어촌공사는 특화단지 조성이 완료된 2017년 A법인에 할당된 250㏊를 제외한 반납용지 430㏊에 대해 재차 우선협상대상자 공모를 밟아 10개 농업법인을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7년 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A법인은 기존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A법인은 임대받은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고 위탁하거나 전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A법인 대표는 “우리 법인은 규모를 제대로 갖추고 공사와의 계약 과정에서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며 “불법행위도 없다”고 일축했다.

특화단지와 임대계약이 체결된 11개 법인은 용수공급 계획 등이 확정되지 않아 매년 일시사용계약을 맺어왔지만 2025년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 경우 30년간 농지사용 권한이 부여되며, 매입도 가능하다. 특화단지 바로 옆에는 새만금 관광레저단지 조성이 예정돼 있는 만큼 사실상 ‘황금 땅’의 주인이 되는 셈이다.

국립대 3곳에 각 50㏊(15만평)씩 무상으로 제공된 농지에 대해서도 형평성 시비가 일고 있다. 이 농지 역시 2025년 본계약이 체결되면 영구임대로 전환된다. 대학에 농지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임대해준 것은 새만금 농생명용지에 어떤 작물을 심을 것인지 등을 연구하라는 시험포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대학들은 무상 제공된 농지의 일부만 시험포로 운영하고, 대다수 농지를 연구목적에서 벗어나 재임대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게 현지 농민들의 증언이다.

한 영농법인 관계자는 “말만 대학 시험포일 뿐 실제로는 돈을 받고 농민들을 경작자로 참여시켜 농사를 짓게 하고 있다”면서 “현지에서 확인해보면 어느 농민이 어느 대학 땅을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는지 훤히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농민 장모씨는 “연구용이라면 5㏊ 미만이면 족한데 과다하게 많은 면적을 줬기 때문에 편법이 동원돼 수익을 편취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새만금 농지는 밭농사에 탁월한 땅이지만 농민들은 농사를 짓고 싶어도 참여할 수가 없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D대학의 경우 대학 내 새만금 미래농업교육센터에서 공동시험연구와 영농작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E영농법인을 참여시켰고, 이 법인을 통해 전대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농민들 주장이다.

D대학 계약 농지에서 농사를 지은 김모씨는 “7000평을 임대받아 작물을 재배했는데 토질이 좋아 성공적이었다. 수익의 절반 정도를 연결시켜준 (법인) 사람에게 줬다”면서 “농사를 더 짓고 싶었지만 경쟁이 치열해 성사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E영농법인 관계자는 “D대학과 같이 시험연구사업으로 들어가 직접 경작하고 있다. 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은 우리 영농법인의 직원들일 뿐 재임대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D대학 측도 “처음부터 공모를 통해 영농법인을 선정해서 시범 경작하도록 하고 있고, 계약서도 매년 새로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 전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새만금사업단 관계자는 “농생명용지가 아직 완성되지 못해 1년 단위로 일시사용계약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도출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본계약을 앞두고 강력한 제재를 원칙으로 하는 새로운 입찰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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