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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하청노동자 건설 현장서 사망하자 시공사 이름 가려

강은 기자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공사현장

건축허가표지판에 ‘검정 테이프’

작년에도 2곳서 중대재해 발생

지난 7일 서초구 서초동의 한 신축 오피스텔 공사현장 출입구에 설치된 건축허가표지판에 시공사 이름 등 주요 정보가 가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3일 하청노동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은 기자

지난 7일 서초구 서초동의 한 신축 오피스텔 공사현장 출입구에 설치된 건축허가표지판에 시공사 이름 등 주요 정보가 가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3일 하청노동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은 기자

며칠 전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서울 서초구 신축 오피스텔 공사의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공사장 가림벽에 설치된 건설현장표지판 등에서 건설사 이름 및 관련 정보를 지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일 경향신문이 찾은 서초동 사고현장 출입구에는 건축허가표지판이 붙어 있었으나 주요 정보인 시공사 이름과 대표 연락처 등은 검은색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 바로 옆에 부착된 비산먼지(소음·진동)발생 실명사업표지판에서도 롯데건설 이름이나 전화번호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안전은 기본, 품질은 자존심’이라는 글귀만이 3m가량 높이의 가림벽을 따라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지난 3일 오전 이 공사장에서 하청 노동자 1명이 사고로 숨졌다. 이 노동자는 건물 철거를 위해 설치된 지지대를 해체하다 쓰러지는 지지대에 맞아 사망했다.

건설사 측은 사고 발생 이후 비판 여론을 의식해 표지판을 가린 것으로 보인다. 인근 건물에서 근무하는 A씨는 “매일 출근길에 공사장 앞을 지나는데 이전에는 일부 글자가 가려져 있지 않았다”고 했다. 공사장 맞은편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는 B씨도 “저번 주까지만 해도 가린 흔적을 보지 못했다”며 “주변 다른 공사장들처럼 출입구 표지판은 다 공개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고 장소에서 한 블록 떨어진 다른 대형 건설사의 공사장에서는 이같은 조치를 볼 수 없었다.

현행법은 시민들에게 공사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위급 상황 발생 시 관계자에게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건축허가표지판을 설치하게 돼 있다. 건축법 시행규칙 제18조는 “시공사는 건축물의 규모·용도·설계자·시공사 및 감리자 등을 표시한 건축허가표지판을 주민이 보기 쉽도록 공사장 주출입구에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서초구 관계자는 8일 “건축허가표지판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면 규정 위반”이라면서 “다만 표지판 자체를 제거한 게 아니라 일부를 가린 정도라면 과태료 부과까지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측은 경향신문 취재가 시작되자 “표지판을 가린 테이프를 제거할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건설 측은 언론 등 외부에 사명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임시로 조치해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공사금액 50억 이상)이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자세한 사고경위와 책임소재를 조사 중이다. 롯데건설에선 지난해에도 경기 용인시 소재 아파트 공사장과 충남 예산군 발전소 공사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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