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삶이 있다"…연탄으로 겨울 나는 백사마을 풍경

글·사진 권도현 기자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주민 최순심(가명) 할머니가 8일 연탄난로 앞에서 불을 쬐고 있다.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주민 최순심(가명) 할머니가 8일 연탄난로 앞에서 불을 쬐고 있다.

사랑방에 놓인 연탄난로. 제품명도 ‘사랑방 난로’다.

사랑방에 놓인 연탄난로. 제품명도 ‘사랑방 난로’다.

“여기 난로가에 앉아서 오는 사람들이랑 앉아서 이야기하면서 하루를 보내요.”

서울 노원구의 달동네 백사마을. 연탄난로 앞에 앉은 최순심 할머니(가명·83)가 손을 쬐며 말했다. 남편과 스물네 살에 자식 셋을 이끌고 백사마을에 정착한 할머니는 60년 가까운 세월동안 연탄으로 겨울을 났다. “연탄을 쌓아두면 그래도 마음이 든든합니다.” 그가 앉은 사랑방은 난로가 내뿜는 온기로 제법 따뜻했다.

최 할머니의 방 앞에 연탄 200여 장이 쌓여있다.

최 할머니의 방 앞에 연탄 200여 장이 쌓여있다.

연탄난로의 연탄에 불이 붙어있다.

연탄난로의 연탄에 불이 붙어있다.

연탄난로의 뚜껑을 여는 꼬챙이의 손잡이가 녹아있다.

연탄난로의 뚜껑을 여는 꼬챙이의 손잡이가 녹아있다.

사랑방 안쪽에는 연탄보일러로 난방을 하는 최 할머니가 생활하는 방이 있다. 방 앞에는 연탄 200여장이 놓여있었다. 할머니는 연탄과 함께 아침을 시작한다. 굽은 허리를 이끌고 사랑방으로 나와 손잡이가 검게 그을린 꼬챙이를 들고 ‘사랑방 난로’의 뚜껑을 열어 연탄불을 확인했다. 할머니는 연탄난로의 온기로 가득 찬 공간에서 이웃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낸다.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연탄은행 연탄창고 옆에 연탄을 옮기는 지게들이 놓여있다.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연탄은행 연탄창고 옆에 연탄을 옮기는 지게들이 놓여있다.

연탄은행 연탄창고에 연탄이 반쯤 채워져있다.

연탄은행 연탄창고에 연탄이 반쯤 채워져있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연탄은행’은 백사마을 130여 가구에 연탄을 전달하고 있다. 연탄은행의 연탄보관 창고는 마을 곳곳에 있었다. 연탄은행 한광욱 주임은 “연말에 기업이나 교회, 대학교 등에서 자원봉사 문의가 많지만, 연초에는 문의가 좀 줄어드는 편”이라고 말했다. 연탄은행은 4~5월까지 연탄을 사용하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3월까지 각 가정에 매달 200여장 정도의 연탄을 전달한다. 이 마을을 비롯해 아직 서울에 1700여 가구가 연탄 난방으로 겨울을 난다.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빈 집에 공가안내문이 부착되어있다.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빈 집에 공가안내문이 부착되어있다.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한 주택 앞 연탄보일러 옆에 연탄이 쌓여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한 주택 앞 연탄보일러 옆에 연탄이 쌓여있다. 권도현 기자

백사마을의 한 골목에 다 쓴 연탄이 놓여있다.

백사마을의 한 골목에 다 쓴 연탄이 놓여있다.

백사마을의 한 이발소에 연탄난로가 놓여있다.

백사마을의 한 이발소에 연탄난로가 놓여있다.

백사마을은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미 많은 집들이 비었다. 대문마다 무단출입을 금하는 ‘공가’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들은 여기저기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허물어진 집들 사이에서 검은 연탄들이 눈에 띄었다. 골목마다 다 쓴 연탄재들이 쌓여있었다. 연탄이 연출하는 풍경은 “아직 이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여기에 삶이 있다”라고 웅변하는 듯했다.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모습.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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