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한국 여성 높은 자살률 보도···“모순적 기대 강요받아”

박은하 기자

“가사노동·육아 담당하며 밥벌이까지

차별적 미적기준·여성혐오 등에 노출”

2021년 3월 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엄마들 주최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증가한 20대 여성 자살률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권도현 기자

2021년 3월 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엄마들 주최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증가한 20대 여성 자살률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여성의 높은 자살률에 주목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여성이 전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면서도 초경쟁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모순적인 기대를 강요받고 있다”는 점을 높은 자살률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코노미스트는 22일(현지시간) 공개된 기사에서 지난 10년 동안 감소세를 보였던 한국의 자살률이 2018년을 기점으로 다시 늘기 시작, 리투아니아를 제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로 올라섰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남성의 자살률은 증가하지 않은 만큼 젊은 여성의 높은 자살률이 이 같은 추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가 18개국 40세 미만 여성의 2018~2020년 자살률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나머지 국가들과 증가 폭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에서는 자살률이 10만명당 13.6명에서 16명으로 급격히 증가했지만, 그 외 17개국 평균 자살률은 4.6명에서 4.7명으로 소폭 늘어났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한국의 10대 여성들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과정을 소셜미디어(SNS)로 중계한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16일 10대 여학생이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며 이를 SNS로 중계한 데 이어 이달 5일에도 10대 여성 2명이 한남대교에서의 자살 시도 장면을 중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자살률 증가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한국) 여성들이 점점 더 모순적인 기대를 강요받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들(한국 여성)은 집에선 대부분의 가사노동과 육아를 짊어지고 있고, 외벌이 가정이 줄어들면서 밥벌이까지 해야 한다는 기대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 여성들은 ‘초경쟁 교육 시스템’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다고 해도 직장에서는 차별에 노출되고, ‘여자는 일보다 육아’라는 시선을 받으며 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많은 이들(여성들)이 성차별적인 미적 기준과 여성혐오, 성적 학대 등에 노출된다”며 “불안정한 직장을 가질 확률도 높다”고 짚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에 대해서는 “그들이 고통받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려면 보다 진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지난 1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제4차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에서 한국에 ‘여성폭력·성폭력 예방, 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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