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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작업복을 꺼내입는 이유? “옷이 녹아 피부에 붙을까봐”

김한솔 기자
8년 전 작업복을 꺼내입는 이유? “옷이 녹아 피부에 붙을까봐”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①]
“뭐 입고 일하냐고요? 글쎄….” 사람들에게 ‘작업복’에 대해 물었을 때 첫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면 모두 할 말이 많았다. 누군가는 새 작업복을 받고도 예전 회사 작업복을 입고 일했다. 누군가는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작업복을 직접 고쳐 입었다.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작업복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처음엔 불편하고 화도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져 잊고 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향신문 취재팀은 지난 4월부터 2개월 간 전국 각지의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작업복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이 일할 때 입는 옷을 통해 일터 환경과 안전, 건강, 차별 등의 문제를 살펴봤다. 작업복이라고 하면 흔히 제조업 생산직이 입는 옷을 떠올지만 사무직의 유니폼, 회사가 작업용으로 지급하지 않았어도 일할 때 입는 옷도 작업복으로 통칭했다. 의복 뿐 아니라 일의 특성상 필요한 장갑이나 신발 같은 ‘몸에 붙는 모든 것’을 작업복의 범주에 넣었다.

작업복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현실은 조금 복잡했다. 어떤 작업복은 일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됐다. 때론 일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대상을 보호하기 위해 작업복을 입었다. 일과 상관없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입는 작업복도 있었다.

작업복만 바뀐다고 일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작업복은 일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일 하는 사람들, 사업장의 ‘표준’에서 벗어난 사람들, 재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학생들이 먹을 밥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된 상황에서 일하고 있을까? 이들이 입는 작업복은 우리 사회가 어디쯤 와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이다.

총 5회로 구성된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시리즈 첫 회는 지하에서 일하는 이들의 작업복 이야기다. 하수와 재활용품,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경기 하남시와 서울 강남구·구로구의 지하에서 ‘애매한 작업복’을 입고 일하고 있었다.

※ 작업복 기획팀
김한솔·김정화·박하얀(스포트라이트부), 성동훈· 권도현(사진부), 최유진· 모진수(뉴콘텐츠팀), 박채움·이수민(데이터저널리즘팀)


8년 전 작업복을 꺼내입는 이유? “옷이 녹아 피부에 붙을까봐”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①]
생활폐기물 소각 노동자 허윤길씨가 작업복을 입고 조명 아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시리즈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의 사진에는 모두 밝은 핀 조명이 켜져 있다. 조명 아래 선 이들의 모습은 배경에서 뚝 떨어져 나온 것처럼 어딘가 어색하다. 사진의 배경이 된 일터와 그 안에서 기능적으로 부족한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사람을 분리해서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명을 앵글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조명 아래 선 이들의 어색한 모습은 ‘어떤 작업복이 좋은 작업복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성동훈 기자

생활폐기물 소각 노동자 허윤길씨가 작업복을 입고 조명 아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시리즈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의 사진에는 모두 밝은 핀 조명이 켜져 있다. 조명 아래 선 이들의 모습은 배경에서 뚝 떨어져 나온 것처럼 어딘가 어색하다. 사진의 배경이 된 일터와 그 안에서 기능적으로 부족한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사람을 분리해서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명을 앵글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조명 아래 선 이들의 어색한 모습은 ‘어떤 작업복이 좋은 작업복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성동훈 기자

경기 하남시 환경기초시설 내 소각장에서 일하는 허윤길씨(41)의 작업용 재킷에는 그가 8년 전 일했던 회사의 로고가 박혀 있다. 그는 톡톡한 면 소재로 된 이 재킷 안에 현 회사에서 받은 기능성 소재의 긴팔 셔츠를 입는다. 그는 13년 중 8년을 이렇게 예전 회사와 현 회사의 옷을 섞어 입으며 일했다. 현 회사에서 매년 새 작업복을 주는데도 예전 옷을 계속 입는 이유는 옷의 소재 때문이다. “재 뚫는 작업을 할 때 위험해서 지금 작업복으론 못해요.”

보통 사람들이 ‘소각장’ 하면 떠올리는 장면은 쓰레기를 집게 크레인으로 집어 소각로에 넣고 태우는 것이다. 이 작업은 소각로와 격리된 실내에서도 기계를 조작해 할 수 있다. 가벼운 기능성 재킷을 입고 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소각로 안에 들어간 쓰레기가 완전히 재가 되려면 공정마다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다.

허윤길씨가 슈트를 열어 막힌 것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소각장’ 하면 곧바로 ‘불’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 소각장 노동자들은 불보다는 불에 타고 남은 재를 마주할 일이 더 많다. 성동훈 기자

허윤길씨가 슈트를 열어 막힌 것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소각장’ 하면 곧바로 ‘불’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 소각장 노동자들은 불보다는 불에 타고 남은 재를 마주할 일이 더 많다. 성동훈 기자

수거된 생활 폐기물에는 항상 불에 잘 안 타는 것들이 섞여 있다. 옷걸이, 만두찜기, 키보드 같은 다양한 물건들은 1000도 안팎의 불에도 타거나 녹지 않고 재가 이동하는 관을 수시로 막는다. 이 경우 사람이 뚫어줘야 한다. “안에 별게 다 들어가 있어요. 막혀서 열어 보면 철제 의자 같은 게 딱 들어 있다니까요.” 제어실에서 모니터링을 하다 이상이 감지되면 호퍼(소각 시 발생하는 먼지를 포집해 배출하는 곳)나 슈트(쓰레기가 타고 남은 잔재가 모여 떨어지는 곳)의 문을 열고 쇠꼬챙이 같은 도구로 잿더미 속을 헤집는다. 이때 불티가 튄다. 현 회사에서 지급한 작업용 재킷의 소재는 폴리에스터와 폴리우레탄이다. 이런 화학섬유는 불이 붙으면 확 타오르는 대신 그대로 녹아서 떨어진다. 녹은 섬유가 피부에 달라붙으면 심각한 2차 화상으로 이어진다.

8년 전 작업복을 꺼내입는 이유? “옷이 녹아 피부에 붙을까봐”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①]
쓰레기를 태우는 것은 소각장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것, 타고 남은 재를 식혀서 버리는 것, 태워도 타지 않는 물건들을 골라내 버리는 것, 그런 기계들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것 모두 소각장 노동자들의 일이다. 허윤길씨가 재를 식힌 물을 버리고 있다. (사진 1) 다 태운 쓰레기의 최종적인 형태는 걸쭉한 슬러지다. (사진 2) 성동훈 기자

쓰레기를 태우는 것은 소각장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것, 타고 남은 재를 식혀서 버리는 것, 태워도 타지 않는 물건들을 골라내 버리는 것, 그런 기계들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것 모두 소각장 노동자들의 일이다. 허윤길씨가 재를 식힌 물을 버리고 있다. (사진 1) 다 태운 쓰레기의 최종적인 형태는 걸쭉한 슬러지다. (사진 2) 성동훈 기자

다른 소각장에서 크레인 작업을 하는 김태헌씨(54)는 이런 소재의 옷을 입고 일하던 동료가 큰 화상을 입고 치료받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옷이 눌어붙은 부위를) 숟가락 같은 걸로 긁어내거든요. 피부 호흡이 안 되니까. 긁을 때 화상 환자들이 거의 막 미치려고 해요. 소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얇은 방염복 정도는 입어야 해요.”

일부 사업장에서는 약품으로 난연 처리를 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세탁할 때마다 기능이 사라진다. 면은 어떨까. 면도 가연성 소재이지만, 불이 붙은 부위가 폴리에스터처럼 녹으면서 떨어지는 대신 재로 변해 날아간다. 녹은 섬유가 피부에 붙어 2차 화상을 일으킬 염려는 적다. 허씨는 현 회사에서 준 옷을 입고도 일을 해봤지만, 결국 예전 옷으로 다시 돌아갔다. “왜 이걸 8년째 입고 있겠어요. 내 몸을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예전 회사 이름이 박혀 있어도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입는 거예요.”

옷은 싸구려 줘도, 장갑은 좋은 거 줬으면

재활용 SRF 작업자 강철호씨가 작업복을 입고 조명 아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재활용 SRF 작업자 강철호씨가 작업복을 입고 조명 아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허씨와 같은 층에서 일하는 재활용팀의 강철호씨(54)는 SRF(Solid Refuse Fuel·고형화된 폐기물 연료) 작업자다. 비닐을 고온으로 녹여 압축한 다음 작은 크기로 자른 것을 SRF라고 한다. 발전소 등의 연료로 쓰인다. 강씨도 허씨와 같은 폴리 소재의 작업복 상·하의를 지급받는다. 하지만 그는 이 옷이 특별히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의 고민은 옷보다는 ‘장갑’이다.

SRF 작업은 떡집에서 가래떡을 뽑는 일과 비슷하다. 대량의 비닐을 SRF 추출 기계에 투입하면 그 안에서 비닐이 녹는다. 녹은 ‘비닐 떡’이 동그란 관을 통해 나오면 자동 회전하는 칼날이 잘라 컨베이어 벨트 위로 떨어뜨린다. 강씨의 일은 제각각의 크기로 토막난 고체연료들을 손으로 집어 적당한 크기로 부러뜨리고, 너무 타거나 불순물이 섞인 것을 골라내는 것이다. 고체연료를 이리저리 옮기는 강씨의 손에는 반코팅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반코팅 장갑은 일반 면장갑의 손바닥과 손가락 부분이 라텍스로 코팅된 것이다. “저 온도가 한 170도 정도 돼요.” 강씨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동료가 말했다. 기계가 ‘펑’ 소리를 내며 고체연료들을 떨어뜨릴 때마다 뜨거운 김이 안개처럼 올라왔다.

8년 전 작업복을 꺼내입는 이유? “옷이 녹아 피부에 붙을까봐”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①]
강철호씨가 컨베이어 벨트 위로 떨어진 SRF 들을 줍고 있다. 너무 길게 뽑혀 나온 것은 업체에서 요구한 크기에 맞춰 손으로 잘라야 한다. (사진 1) 녹은 비닐들이 기계의 추출 구멍에서 가래떡처럼 뽑혀 나오고 있다.  (사진 2)  성동훈 기자

강철호씨가 컨베이어 벨트 위로 떨어진 SRF 들을 줍고 있다. 너무 길게 뽑혀 나온 것은 업체에서 요구한 크기에 맞춰 손으로 잘라야 한다. (사진 1) 녹은 비닐들이 기계의 추출 구멍에서 가래떡처럼 뽑혀 나오고 있다. (사진 2) 성동훈 기자

뜨거운 물체를 계속 만지는데 반코팅 장갑만으로 충분한 걸까. 작업을 마친 강씨가 장갑을 벗었다. 반코팅 장갑 안에 일반 면장갑, 면장갑 안에 다시 엄지손가락 부분이 잘린 비닐 위생장갑이 나왔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투명한 비닐 장갑이다. 이 중 회사에서 지급한 것은 면장갑과 반코팅 장갑이다. 위생장갑은 면과 반코팅 장갑만으로는 너무 뜨거워 작업이 힘들었던 강씨가 사비로 샀다. “최고 고충이 손이에요. 엄청나게 뜨거워요. 손에 물집까진 안 잡히지만 약간의 화상을 입는 거죠.” 작업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는데, 강씨가 벗은 비닐장갑은 물에 담갔다 건진 것처럼 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 강씨의 손도 땀으로 번들거렸다.

작업을 마친 강철호씨의 손. 비닐 위생장갑이 끼워진 오른손에 땀이 맺혀 있다. 강씨는 왼손의 반코팅 장갑 안에도 비닐 위생장갑과 면장갑을 끼고 있다. 성동훈 기자

작업을 마친 강철호씨의 손. 비닐 위생장갑이 끼워진 오른손에 땀이 맺혀 있다. 강씨는 왼손의 반코팅 장갑 안에도 비닐 위생장갑과 면장갑을 끼고 있다. 성동훈 기자

회사에서는 장갑 두 켤레를 준 것 외에 뜨거운 물체를 다루는 작업을 할 때 특별히 어떻게 하라는 지침을 주지 않았다.

강씨는 위생장갑에 정착하기까지 5개월쯤 헤맸다. “이것도 써보고 저것도 써봤어요. 마트에서 ‘이거 작업할 때 끼면 어떨까’ 싶은 건 일단 사서 써보고 ‘아니네’ 하고. 잡고 분지르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마찰력이 강한 장갑은 둔해서 못 써요. 눌어붙은 걸 떼어내려면 손에 잘 잡혀야 되거든요. 위생장갑이 그나마 가장 좋더라고요. 공기 통하게 엄지만 자른 다음에 뜨거운 거 잡을 때 껴요. 수술용 니트릴 장갑도 써봤는데 한 번 끼면 벗는 게 쉽지 않아서 불편해요.”

강철호씨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지는 고체연료들을 삽으로 정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강철호씨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지는 고체연료들을 삽으로 정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끈적끈적하게 녹은 비닐은 자주 추출 구멍에 엉겨붙어 기계를 멈춘다. “겨울에 하드 먹다가 입에 붙을 때 있죠? 장갑도 똑같아서 잘못하면 비닐에 붙어요. 어떤 분은 청소하려고 기계를 멈췄는데 고속 회전하던 칼날이 한 바퀴를 더 도는 동안 비닐에 붙은 손이 안 떨어져서 손가락 마디가 절단됐어요. 우리가 항상 이야기하는 건 ‘옷은 싸구려 줘도 좋다, 그런데 장갑만큼은 좀 좋은 걸 줘야 되는 거 아니냐’예요.”

쓰레기란 쓰레기는 다 모이는 곳

8년 전 작업복을 꺼내입는 이유? “옷이 녹아 피부에 붙을까봐”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①]
재활용 처리장의 컨베이어 벨트. 수거된 재활용품엔 대부분 쓰레기가 섞여 들어온다. 최유진 ·모진수 PD

재활용 처리장의 컨베이어 벨트. 수거된 재활용품엔 대부분 쓰레기가 섞여 들어온다. 최유진 ·모진수 PD

서울 구로구에 있는 지하 자원순환센터에서 일하는 조정자씨(59), 이경옥씨(52)도 일할 때마다 비슷한 생각을 한다. 두 사람은 재활용품 선별원이다. 수거된 재활용품을 플라스틱, 유리, 고철 등으로 나눈다. ‘분리배출’이 됐다고는 하지만, 아파트 단지에서 수거된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재활용품이 쓰레기와 섞여 들어오기 때문이다. 집게차가 재활용품이 든 자루를 파봉해 컨베이어 벨트로 보내면 사람이 손으로 분류 작업을 한다.

선별원이 입는 옷은 건설노동자와 학교급식 조리사의 작업복을 합쳐놓은 것 같다. 안전모와 안전화는 건설현장의 것 같고, 팔토시와 비닐앞치마는 조리실의 것 같다. 부딪히고 찔릴 위험이 많은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것과 물기가 많은 조리실에서 필요한 것들이 이곳에서는 모두 필요하다는 뜻이다. 겉보기에는 ‘완전 무장’을 한 것 같은데, 보이는 것만큼 이들을 잘 보호해주고 있을까.

재활용 선별원들에게 지급되는 장갑은 대부분 면장갑과 반코팅 장갑이다. 이 장갑들은 선별원들의 손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한다. 작업 중 깨진 유리병, 칼, 가위 등에 손을 찔리거나 베이는 일이 흔하다. 최유진 ·모진수 PD

재활용 선별원들에게 지급되는 장갑은 대부분 면장갑과 반코팅 장갑이다. 이 장갑들은 선별원들의 손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한다. 작업 중 깨진 유리병, 칼, 가위 등에 손을 찔리거나 베이는 일이 흔하다. 최유진 ·모진수 PD

각반에 발토시까지 착용하고 있는 재활용 선별원. 이들의 작업복은 건설현장과 학교급식조리실의 작업복을 합쳐놓은 것 같다. 최유진·모진수 PD

각반에 발토시까지 착용하고 있는 재활용 선별원. 이들의 작업복은 건설현장과 학교급식조리실의 작업복을 합쳐놓은 것 같다. 최유진·모진수 PD

조씨는 지난해 작업 중 손가락 힘줄을 다쳐 수술을 받았다. “회사에서 준 장갑 2개를 꼈는데 찢어졌어요. 유리병에 확 찍혀가지고.” 조씨가 지급받은 것도 강씨와 똑같은 면장갑과 반코팅 장갑이었다. 선별원들은 늘 찔리고 베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쓰레기란 쓰레기는 다 들어와요. 벨트 위를 손으로 휘저으면서 병이랑 캔 고르는 동안 식칼도 나오고, 가위도 나오고, 낫도 나오고, 작두도 나오고….” 이씨도 “저도 병 선별하다가 무릎이랑 정강이를 열일곱 바늘 꿰맸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종사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재활용 선별원들은 분리작업 중 유리나 못, 날카로운 물질로 인해 찔림사고를 당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유리 조각이나 금속 파편 등에 베이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개인 보호구를 제공하지 않거나, 이를 착용하지 않아서 발생한 사고가 대다수”라고 했다.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찔림 방지 장갑을 한 달에 두 켤레씩 지급하기 시작했다.

작업복이 보여준다, 일터에서 당신의 위치를

장갑은 모두의 고민이다. 소각장에서 일하는 허윤길씨도 회사에서 준 장갑을 끼고 일할 때 손을 자주 다쳤다. 매번 여기저기 부딪히고 긁히는 것에 지친 그는 직접 용도에 맞는  장갑을 사서 끼기 시작했다. 가운데 보이는 빨간 반코팅 장갑 외에 나머지는 그가 모두 사비로 산 것이다. 방수 기능, 방한 기능, 충격방지 기능이 있는 장갑을 사서 낀 뒤로 손을 다치는 일이 조금 줄었다. 성동훈 기자

장갑은 모두의 고민이다. 소각장에서 일하는 허윤길씨도 회사에서 준 장갑을 끼고 일할 때 손을 자주 다쳤다. 매번 여기저기 부딪히고 긁히는 것에 지친 그는 직접 용도에 맞는 장갑을 사서 끼기 시작했다. 가운데 보이는 빨간 반코팅 장갑 외에 나머지는 그가 모두 사비로 산 것이다. 방수 기능, 방한 기능, 충격방지 기능이 있는 장갑을 사서 낀 뒤로 손을 다치는 일이 조금 줄었다. 성동훈 기자

쓰레기를 태우고, 재활용할 수 있게 분류하고, 재활용하는 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노동이다. 지금 다섯 사람이 입는 작업복은 이들이 하는 노동의 가치에 상응하는 것일까.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그에 걸맞은 대우는 없어요. 더 대우받고, 전문화돼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강철호씨가 말했다. 허윤길씨는 “뭐가 필요하다고 하면 회사가 안 주는 건 아닌데, 그렇게 큰 관심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냥 여름 되면 주고, 겨울 되면 주는 거죠. 이걸 주면 이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이걸 주면 더 안전할까 같은 고민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노조에서는 사측에 방염복을 지급해 달라고 했지만, 예산을 핑계로 반영되지 않았다.

거대하게 쌓인 고체연료 더미 위를 오르는 강철호씨. 성동훈 기자

거대하게 쌓인 고체연료 더미 위를 오르는 강철호씨. 성동훈 기자

이들이 일하는 자원순환시설은 모두 지자체에서 민간위탁으로 운영한다. 인권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의 민간위탁 운영 비율은 61.2%다. 인권위 실태조사를 진행했던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업무 내용과 안 맞는 작업복’이 지급되는 이유에 대해 관리감독의 문제와 함께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면서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남 위원은 “지자체가 직영을 하거나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곳의 상황은 조금 나은 편이고, 민간위탁은 결국 이윤의 논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공공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민간위탁 외에 아예 민간업자들이 하는 경우엔 더 상황이 심각하다. 인권위 실태조사는 그런 쪽은 접근을 못해서 조사 대상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쓰레기 소각장, 재활용 처리장은 왜 지하에 지어졌을까. 혐오시설이기 때문이다. 동네에 이런 시설이 지어진다고 하면 모두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 아무도 자신이 버린 것들의 마지막 순간을 보고싶어하지 않는다. 그래도 쓰레기는 끊임없이 나온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 재활용하는 일.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다. 성동훈 기자

쓰레기 소각장, 재활용 처리장은 왜 지하에 지어졌을까. 혐오시설이기 때문이다. 동네에 이런 시설이 지어진다고 하면 모두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 아무도 자신이 버린 것들의 마지막 순간을 보고싶어하지 않는다. 그래도 쓰레기는 끊임없이 나온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 재활용하는 일.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다. 성동훈 기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언젠가 ‘좋은 작업복’을 입고 일할 수 있을까.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작업복은 권력관계”라고 말했다. “권력이 높을수록 재질이 좋고, 선택권도 주어지고, 품격 있게 보이는 옷을 입죠. 권력이 낮을수록 퀄리티는 물론이고 지급 횟수 같은 것들도 전혀 고려되지 않아요. 그래서 작업복은 ‘권력관계’라고 보는 게 적절할 것 같아요.” 남 위원은 “업종에 따라 작업복과 장비에 대한 더 세부적인 규정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회에 ‘음과 양’이 있잖아요. 저는 사회가 돌아가기 위한 최종 단계의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허씨가 말했다. 그는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제 친구들도 제가 여기서 일하는지 몰라요. 안 보이니까. 하남 스타필드 옆 지하에 소각장이 있다고 하면, ‘거기 지하가 있어?’라고 해요. 일반 시민들이 하남시에 폐기물 처리 설비가 있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정도만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기획은 인터랙티브 페이지와 영상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매일 해도 티 나지 않은 일, 재활용 선별원의 하루

▶ 하수처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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