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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맞고 물 뒤집어 쓰는 산불진화대원들···“‘옷 입는 사람’ 얘기를 들어야죠”

박하얀 기자
신현훈 대원이 작업복인 진화복과 조끼, 안전모, 보안경, 장갑, 신발 등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진화장비인 불갈퀴를 들고 서 있다. 강릉|성동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신현훈 대원이 작업복인 진화복과 조끼, 안전모, 보안경, 장갑, 신발 등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진화장비인 불갈퀴를 들고 서 있다. 강릉|성동훈 기자

6년차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안창영씨는 최근 강릉의 한 산불 현장에 출동했다가 진화 헬기가 공중에서 흙탕물을 쏟아붓는 것을 봤다. 진화 헬기는 저수지 같은 곳에서 방화수를 퍼오는데 수원(水源)의 수심이 얕으면 자갈이나 흙이 섞인다. 방화수에 산불 확산 차단제(리타던트)를 섞기도 한다. 어떤 물이든 촌각을 다투는 산불 현장에서는 진화가 최우선이다.

헬기에서 쏟아지는 자갈 섞인 흙탕물, 때로는 약품이 섞여 샴푸 거품 같은 느낌이 나는 방화수는 진화 작업 중인 대원들의 머리 위로도 떨어진다. 방화수를 정통으로 뒤집어쓰면 속옷까지 흠뻑 젖는다. 산불이 많이 나는 겨울철 산속 온도는 아주 낮다. 젖은 옷은 사람이 입고 있는 상태에서 꽁꽁 얼어붙기도 한다.

강원 지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 강릉 대형 산불이 나고 한 달여가 흐른 지난 5월9일 피해 현장을 다시 찾았다. 대원들은 산불 신고가 들어오면 진화복과 전술 조끼, 헬멧, 보안경, 마스크, 장갑 등 안전장구와 불갈퀴 등 진화장비를 챙겨 산을 오른다. 강릉|성동훈 기자

강원 지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 강릉 대형 산불이 나고 한 달여가 흐른 지난 5월9일 피해 현장을 다시 찾았다. 대원들은 산불 신고가 들어오면 진화복과 전술 조끼, 헬멧, 보안경, 마스크, 장갑 등 안전장구와 불갈퀴 등 진화장비를 챙겨 산을 오른다. 강릉|성동훈 기자

산불이 나면 소방대와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모두 출동한다. 소방대원들은 산에서 난 불이 민가로 번지지 않도록 ‘불의 경계’를 지킨다. 이 경계를 넘어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다. 산속 구석구석을 누비며 화선(火線) 가까이서 불을 끈다. 주불이 어느 정도 잡히면 불갈퀴로 낙엽, 솔방울, 나뭇가지 등 불을 키우는 ‘연료’를 치우며 방화선을 만든다. 산불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셈이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산림청 소속으로 2018년 발족했다. 산불진화대원들은 어떤 작업복을 입을까. 장비를 짊어지고 산불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안전장구가 지급되고 있을까. 기동성과 안전성,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어떤 작업복이 좋은 작업복일까. 진화대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불꽃 맞고 물 뒤집어 쓰는 산불진화대원들···“‘옷 입는 사람’ 얘기를 들어야죠”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③]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기획은 인터랙티브 페이지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산불 진화…불, 물과 벌이는 사투

“특수진화대원들은 체력검정으로 선발하는데 체력 좋은 사람을 수소문해서 뽑거든요. 산에 올라가 직접 불을 끈다고 해서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5년차 진화대원 신현훈씨(61)는 산불 현장에 처음 나갔던 기억이 또렷하다. “정말 정신없더라고요. 온사방에서 불은 번지지, 불길은 너무 세지. ‘이걸 우리가 잡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불 자체도 위험하지만 급경사인데다 위에서 굴러떨어지는 돌도 신경 써야 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밤새 불을 껐어요. 생각해 보면 끔찍하고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죠.”

불 끄는 일은 당연히 불이 가장 큰 위험이다. 하지만 대원들은 물과도 싸워야 한다. 진화 헬기에서 쏟아내는 물, 살수총에서 새어 나오는 물에 젖는다. 보온용 장갑과 고무장갑을 겹겹이 껴야 한다. 진화대 창설 초창기에는 반코팅 장갑을 지급받았는데 방수가 안 됐다. 대원들은 “손이 얼어 터질 것 같아” 사비를 들여 두꺼운 고무장갑을 사서 썼다고 했다.

신현훈 대원의 작업복인 진화복 상의. 오른쪽 가슴팍에는 ‘특수진화대’가 적힌 마크가 붙어있고, 오른팔 상단에는 태극기 마크, 하단에는 산불특수진화대 로고가 선명하다. 산림청은 산에서 식별이 쉽도록 진화복 상의를 현재 상단 붉은색, 하단 검은색에서 전체 붉은색으로 바꿀 방침이다. 강릉|성동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신현훈 대원의 작업복인 진화복 상의. 오른쪽 가슴팍에는 ‘특수진화대’가 적힌 마크가 붙어있고, 오른팔 상단에는 태극기 마크, 하단에는 산불특수진화대 로고가 선명하다. 산림청은 산에서 식별이 쉽도록 진화복 상의를 현재 상단 붉은색, 하단 검은색에서 전체 붉은색으로 바꿀 방침이다. 강릉|성동훈 기자

신씨는 “불 끄고 있을 때는 물을 맞는지도 모르다가 불이 어느 정도 꺼져 잔불 정리나 뒷불 감시를 할 때 땀이 식으면서 체온이 떨어져 견디기 힘들다”면서 “가능하면 장구를 줄여야 해 갈아입을 옷을 챙기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인력에 여유가 있다면 교대로 내려가 갈아입을 수 있겠지만 그것도 어렵다. 대원들은 대기 시간이 되면 남은 불길 주위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옷을 말린다.

섬유가 물에 젖지 않고 튕겨내는 정도를 뜻하는 ‘발수도’는 산림청 ‘산불진화대원 복제 지침’의 ‘산불진화복 규격표’ 평가 항목 중 하나이다. 현행 지침이 산불진화복에 요구하는 발수도는 3급이다. 일반 소방대원이 입는 방화복(4급)보다 발수 성능이 낮다. 소방방화복은 장시간 물에 노출되는 등 습한 조건에 놓일 때 옷의 질량이 최대 30% 이상 늘지 않도록 규정했다. 산불진화복은 이런 흡수 저항성은 요구하지 않는다. “물에 젖어 옷이 무겁다”는 대원들의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화학 물질 침투를 막는 ‘액체 침투 저항성’ 기준이 없는 것도 소방방화복과의 차이점이다. 태백국유림관리소 소속 대원 박하석씨(가명)는 “산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옷을 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현훈 대원의 작업복인 진화복 상의와 조끼. 조끼 뒷면에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산림청’ 글자가 적혀 있다. 대원들은 조끼의 무게를 10kg가량으로 체감했다. 조끼에 불갈퀴 등 진화장비와 생수병 등 필요한 물품들을 넣으면 무게는 배가 된다. 강릉|성동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신현훈 대원의 작업복인 진화복 상의와 조끼. 조끼 뒷면에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산림청’ 글자가 적혀 있다. 대원들은 조끼의 무게를 10kg가량으로 체감했다. 조끼에 불갈퀴 등 진화장비와 생수병 등 필요한 물품들을 넣으면 무게는 배가 된다. 강릉|성동훈 기자

복제 지침은 발수도뿐 아니라 혼용률, 난연성, 불꽃열 통과량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해 일정한 성능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소재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난연성과 발수도 등은 옷의 소재와 가공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소방대원 방화복은 내구성과 난연성이 뛰어난 아라미드계 섬유 등 특정 소재만을 사용하도록 했다. 산불진화대원들은 대체로 진화복 원단의 혼용률 등 옷의 사양을 세세히 알지 못했다. 업체로부터 기성 진화복을 납품받는 지방산림청·국유림관리소 담당자가 전달하는 정보를 믿을 뿐이다. 다만 관리소마다 제공하는 정보에 격차가 있다.

강원 지역의 한 대원은 “현장에 들어가보면 난연 원사로 만든 옷인지, 일반 원사에 방염 약품이 처리된 옷인지에 따라 진화복이 타냐, 안 타냐 차이가 난다”면서 “불이 지나간 자리에서 잔불을 정리하면 불티가 날아와 옷에 붙기도 하는데 후가공 처리된 옷들은 더 잘 눌어붙는다”고 했다. 산불진화복 시험 분석 경험이 있는 박준수 한국섬유개발연구원(ktdi) 경영전략팀장은 “화상 위험 등 열에 의한 피해를 더 잘 견디는 건 아라미드 소재”라면서 “비난연 소재에 후가공 처리를 하면 반복 세탁이나 장기간 착용 시 성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신현훈 대원이 지난 5월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작업복인 진화복과 안전모, 보안경, 장갑 등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산을 돌아보고 있다. 검게 그을린 나무는 4월 발생한 산불의 흔적이다. 산불이 나면 대원들은 산을 올라 불을 향해 물을 뿌리는 작업을 하고 불갈퀴로 방화선을 만들어 확산을 막는다. 강릉|성동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신현훈 대원이 지난 5월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작업복인 진화복과 안전모, 보안경, 장갑 등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산을 돌아보고 있다. 검게 그을린 나무는 4월 발생한 산불의 흔적이다. 산불이 나면 대원들은 산을 올라 불을 향해 물을 뿌리는 작업을 하고 불갈퀴로 방화선을 만들어 확산을 막는다. 강릉|성동훈 기자

백기억·신현훈·안창영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왼쪽부터)이 강릉산불 피해로 전소된 건물 안에서 작업복인 진화복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백 대원과 안 대원은 화재 당일 현장에 12시간 가까이 투입됐다. 강릉|성동훈 기자

백기억·신현훈·안창영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왼쪽부터)이 강릉산불 피해로 전소된 건물 안에서 작업복인 진화복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백 대원과 안 대원은 화재 당일 현장에 12시간 가까이 투입됐다. 강릉|성동훈 기자

작업하는 ‘사람’을 고려한다면

지난달 10일 강원 삼척시 근덕면의 태백산 자락 밑에 산불진화차량 3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색 진화복, 전술 조끼와 안전모, 보안경, 마스크, 장갑, 안전화 등 안전장구를 착용한 이들 9명이 차에서 내렸다. 이날은 삼척국유림관리소 소속 대원들의 정기 훈련일이었다. 근덕면 동막리는 지난해 12월 산불이 났던 지역이다.

대원들은 각자 빨간 고무 호스를 양어깨에 메고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호스의 무게는 두께에 따라 평균 10~20㎏에 이르고 길이는 100m다. 500m쯤 오르자 목표 지점이 나타났다. 대원들은 각각의 호스를 연결해 줄다리기하듯 목표 지점까지 당긴 후 살수 훈련을 시작했다.

삼척국유림관리소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 지난달 10일 강원 삼척시 근덕면의 한 야산에서 훈련하고 있다. 산불이 나면 대원들은 각자 최대 20kg에 이르는 호스를 메고 산을 오른다. 경사가 높고 돌이 많은 험로가 대부분이다. 신현훈 대원은 “대원들 옷을 벗겨놓으면 찔리고 긁힌 상처들이 군데군데 있을 것”이라며 “불을 빨리 끄는 게 목적이라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삼척|박하얀 기자

삼척국유림관리소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 지난달 10일 강원 삼척시 근덕면의 한 야산에서 훈련하고 있다. 산불이 나면 대원들은 각자 최대 20kg에 이르는 호스를 메고 산을 오른다. 경사가 높고 돌이 많은 험로가 대부분이다. 신현훈 대원은 “대원들 옷을 벗겨놓으면 찔리고 긁힌 상처들이 군데군데 있을 것”이라며 “불을 빨리 끄는 게 목적이라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삼척|박하얀 기자

“이 현장은 난이도 ‘하’예요. 실제로는 길이 나 있지 않은 곳을 헤쳐 와요. 저기 보이시죠?” 한 대원이 나무가 빽빽한 산비탈을 가리켰다. 불이 나면 산불진화차량은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까지만 접근이 가능하다. 대원들은 여기서부터 화선까지 가장 짧은 시간에 이를 수 있는 경로를 찾는다. 대체로 경사가 심하고 잡목이 무성한 산비탈이다.

대원들은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나온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 이들이 처음부터 등산화를 지급받은 건 아니었다. 산림청은 고용노동부 보호구 안전인증 고시에 따라 대원들이 ‘가죽 안전화’를 신도록 규정했다. 충격으로부터 발가락을 보호하기 위해 앞부분에 선심(쇠붙이)을 넣은 신발이다. 건설 현장에서 신는 안전화와 비슷하다. 발 크기에 따라 최장 4.2㎝ 길이의 선심이 들어간다.

신현훈 대원이 산불 진화 시 신는 신발. 현재 소속된 국유림관리소에서 등산화를 지급했는데 신 대원은 이전에 일한 관리소에서 지급받은 전술화가 업무에 더 알맞다고 생각해 신고 있다. 산림청은 신발 앞부분에 선심이 박혀 있는 안전화를 신도록 하는데, 이는 산을 오르내리는 자신들의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대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강릉|성동훈 기자

신현훈 대원이 산불 진화 시 신는 신발. 현재 소속된 국유림관리소에서 등산화를 지급했는데 신 대원은 이전에 일한 관리소에서 지급받은 전술화가 업무에 더 알맞다고 생각해 신고 있다. 산림청은 신발 앞부분에 선심이 박혀 있는 안전화를 신도록 하는데, 이는 산을 오르내리는 자신들의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대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강릉|성동훈 기자

경남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대원들 단체대화방에 올린 사진이다. 이 대원은 지급받은 신발을 신고 산불 현장에 출동한 첫날 밑창이 떨어졌다면서 이 사진을 올렸다. 대원 제공

경남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대원들 단체대화방에 올린 사진이다. 이 대원은 지급받은 신발을 신고 산불 현장에 출동한 첫날 밑창이 떨어졌다면서 이 사진을 올렸다. 대원 제공

“산이 가팔라서 발이 많이 움직이는데 철을 댄 신발을 신으면 피가 나고 쓰라려요.” 한 대원이 말했다. 신씨도 “안전화를 신고 산을 오르내리다가 발톱이 빠진 대원이 있었다”고 했다. 지침이 규정한 안전화가 등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관리소 측도 규정과 현장의 ‘괴리’를 인정했다. “안전화를 사도록 돼 있는데 이거 신고는 무거워서 일 못하거든요.”

이처럼 대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안전과 편의성을 고려하는 장구를 지급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관행을 고수하는 관리소도 있다. 관리소별로 진화복과 안전장구를 수의계약을 하는 탓에 담당자의 ‘의지’와 ‘정보력’에 따라 다른 제품이 지급되고 있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신현훈씨(61)가 지난 5월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작업복인 진화복과 안전모, 보안경, 장갑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조명 아래 서서 포즈를 취했다. 검게 그을린 나무는 4월 발생한 산불의 흔적이다. 강릉|성동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신현훈씨(61)가 지난 5월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작업복인 진화복과 안전모, 보안경, 장갑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조명 아래 서서 포즈를 취했다. 검게 그을린 나무는 4월 발생한 산불의 흔적이다. 강릉|성동훈 기자

신현훈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강릉산불 현장에서 조명 아래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성동훈 기자

신현훈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강릉산불 현장에서 조명 아래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성동훈 기자

지침도 있고 지급도 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요?

산림청이 정한 산불진화대원 복제 지침은 제1조에서 ‘대원의 안전성, 편리성, 통일성을 확보해 대원의 안전을 도모하고 (중략)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명시했다.

지침은 사양서에 맞게 제작된 진화복을 지급해야 하고, 방염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관한 ‘성능시험 성적표’를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진화복 규정을 보면 바느질 땀수까지 세세하다. ‘땀수는 균일해야 하며, 6땀/㎝ 이상이어야 한다’라거나 ‘터지기 쉬운 곳은 3회 이상 되돌아 박기로 한다’는 식이다. 방염텐트, 안전화, 헬멧, 장갑 등 방염안전장비에 대한 성능기준표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끊이지 않는 건 왜일까? 대원들은 진화복과 안전장구를 착용하는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대원들의 불안정한 신분도 진화복·안전장구 선정 과정에 개입할 권한의 부재와 맞닿아 있다. 5월 기준 435명이 활동 중인데 공무직(무기계약직) 366명, 기간제 69명이다.

수원관리소 소속 이태오씨(가명)는 지난해 새 방염 장갑을 지급받지 못해 전년도에 받은 장갑을 썼다. 출동이 많다 보니 그마저도 해져서 올해는 목장갑을 끼고 산불 현장에 들어가야 했다. “몇 번을 요청한 끝에 최근에서야 받을 수 있었어요.” 산림청 지침에 따르면 진화대원들이 끼는 장갑은 180도에서 용융(녹아서 섞임), 적하(방울져 떨어짐), 발화되면 안 된다. 목장갑은 불티가 튀면 금세 불이 번지면서 타기 때문에 화상 위험이 커진다.

이태오(가명) 대원이 지난 4월 경기 지역의 한 산불 현장에서 목장갑을 끼고 있는 모습. 그는 목장갑을 낀 채 진화 작업을 했다. 대원 제공

이태오(가명) 대원이 지난 4월 경기 지역의 한 산불 현장에서 목장갑을 끼고 있는 모습. 그는 목장갑을 낀 채 진화 작업을 했다. 대원 제공

신현훈 대원이 산불 진화 작업 시 착용하는 소방용 안전장갑. 아라미드, 폴리우레탄이 혼용된 소재로 난연 성능을 갖췄다. 신 대원은 “장갑을 여러 차례 바꿔봤는데 전에 있던 관리소에서 받은 장갑이 제일 좋은 것 같아 쓰고 있다”며 “대원들마다 끼는 장갑이 다 다르다”고 했다. 강릉|성동훈 기자

신현훈 대원이 산불 진화 작업 시 착용하는 소방용 안전장갑. 아라미드, 폴리우레탄이 혼용된 소재로 난연 성능을 갖췄다. 신 대원은 “장갑을 여러 차례 바꿔봤는데 전에 있던 관리소에서 받은 장갑이 제일 좋은 것 같아 쓰고 있다”며 “대원들마다 끼는 장갑이 다 다르다”고 했다. 강릉|성동훈 기자

대원들의 의견이나 필요와 동떨어진 장비 보급에 대한 불만은 이어진다. 지난해 대다수 관리소에 지급된 200만원 상당의 ‘전동식 마스크’도 그중 하나다. 공기 정화통이 장착된 마스크인데 대부분 창고 신세가 됐다. 대원들은 “연기를 걸러주지 못한다” “무겁고 착용감이 불편하다”고 했다. 이씨는 “‘우리가 써보니 좋다’면서 제품명까지 알려준 마스크는 정작 지급되지 않아 개별적으로 구매한 일반 마스크를 쓰고 산에 올랐다”고 했다.

허재호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 본부장은 안전 업무 직군의 작업복·안전장구를 선정하기에 앞서 ‘현장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 위험 요소가 작업 환경마다 다르다. 요소를 목록화한 다음에 해당 요소 때문에 다친 사람이 있는지를 먼저 조사하고 작업자가 다치지 않게 하려면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의 관점으로 접근해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짚었다.

신현훈 대원이 화재 피해 현장인 강원 강릉 난곡동의 한 야산을 돌아보고 있다. 강릉|성동훈 기자

신현훈 대원이 화재 피해 현장인 강원 강릉 난곡동의 한 야산을 돌아보고 있다. 강릉|성동훈 기자

기후변화로 갈수록 산불이 자주 나고 규모도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는 진화대원들의 기술과 노하우도 쌓이고 있다. 신현훈씨는 지난해 3월 울진 산불을 떠올리며 “산불과 우리 대원들이 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불의 다양한 변화를 경험한 것이죠. 지휘 체계와 인력 배치는 어때야 하는지, 진화하러 산에 올라간 사람들에게는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등이 모두 담긴 종합적인 경험입니다.”

신현훈씨는 작업복이 “산불 진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했다. “산불진화복은 435명만 입는 특별한 옷이에요. 그런 점에서 이 옷을 입을 때 자부심이랄까 그런 게 있습니다. 현장을 경험한 당사자의 의견을 많이 들으면 작업복의 질도 좋아지죠. 이것만큼은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아요.”

※ 작업복 기획팀
김한솔·김정화·박하얀(스포트라이트부), 성동훈· 권도현(사진부), 최유진· 모진수(뉴콘텐츠팀), 박채움·이수민(데이터저널리즘팀)

같은 일 하는데 지급받는 신발은 5만 5천원 VS 39만 원?

▶ 지하에서 일하는 사람들, 남성이 많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들, 매일 학생들의 밥을 짓는 학교 급식조리사들은 어떤 옷을 입고 일할까요? <당신은 무슨 옷을 입고 일하시나요> 의 다른 기사들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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