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없는 현장서 압사사고 위기” 지금까지 이런 잼버리는 없었다

안광호 기자
태풍 카눈의 북상에 따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의 퇴영이 시작된 지난 8월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 대집회장에 의자만 남아 있다. 부안 | 조태형 기자

태풍 카눈의 북상에 따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의 퇴영이 시작된 지난 8월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지 대집회장에 의자만 남아 있다. 부안 | 조태형 기자

‘베테랑’ 스카우트 대장 A씨는 첫날부터 파행을 예감했다. 온열환자가 속출했으며, 화장실 위생 문제가 터졌다. 대통령이 개영식 행사장을 빠져나간 뒤 대원들이 출구로 몰리면서 압사 사고 위기도 있었다.
조기 퇴영 후에는 공무원과 아이돌이 차출됐다. 국내 대원들에 대한 역차별도 논란이 됐다.
하나부터 열까지 부실했던 2023 새만금 잼버리. 그 책임은 누가 질까.

[주간경향] “‘여기서 지낼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스카우트 대장 A씨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첫날인 지난 8월 1일 야영지에 들어설 때부터 대회 ‘파행’을 예감했다고 한다. 야영지 입구 곳곳에서 물웅덩이가 눈에 띄었고, 웅덩이 주변 바닥은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이날 전북 부안지역 낮 최고기온은 34.5도. 폭염 위기경보 수준은 4년 만에 가장 높은 ‘심각’ 단계였다. 한낮 폭염에 습기를 머금은 야영지 체감온도는 이보다 훨씬 높았다. A대장은 “7월 말까지 부안에 폭우가 쏟아졌는데, 그 영향으로 야영지 안에 물웅덩이가 꽤 있었다”고 했다.

A대장은 2015년 일본 야마구치 잼버리, 2019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잼버리에도 참여한 ‘잼버리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봤을 때 부안 잼버리 야영지 환경은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았다. 야영지 내에 나무가 보이지 않았고, 땡볕을 가려줄 그늘도 거의 없었다. 덩굴터널에서 분사되는 물은 뜨뜻미지근했다. A대장은 “어느 정도 힘들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실제 와서 보니 너무 준비가 안 돼 있는 느낌이었다. 어린 대원들은 더 힘들어했다. 그나마 우리 야영지 상태는 나은 편이었다. 텐트는 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첫날 오후 늦게까지 텐트도 못 치고 대기하고 있던 외국 대원도 많았다. 영국 대표단이 그랬다”고 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일인 지난 8월 1일 전북 부안군 야영지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일인 지난 8월 1일 전북 부안군 야영지 일부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첫날부터 온열환자가 속출했다. 병원 앞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50개 남짓 병상은 온열환자들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한증막으로 변한 화장실과 샤워장은 이용하기 힘들 정도로 더럽고 악취가 심했다. 그마저도 개수가 부족해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A대장은 “화장실은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고 벌레도 엄청 많았다. 샤워장은 물과 섞인 갯벌 흙이 굳어버린 채로 배수구를 막아 바닥에 쓰레기와 머리카락, 흙탕물이 흥건했다”고 했다.

어린 대원들이 마실 물도 부족했다. 인솔자들이 야영지 밖에서 생수를 사와 대원들에게 나눠줬다. 생숫값만 100만원 넘게 들었다고 한다. 황당한 건 조직위의 대응이었다. 마실 물이 부족하다고 하니까 조직위에서 ‘대원들이 씻는 물은 먹어도 안전하니 그걸 먹어도 된다’고 했다. 다만 음식은 알려진 것과 달리 충분히 제공됐다고 한다. A대장은 “일부 (곰팡이 핀 달걀 등) 문제가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야영지 내 음식은 부족했던 게 아니라 오히려 넘쳐났다”고 했다.

개영식(개막식)이 열린 대회 이틀째 140명에 가까운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대규모 온열환자보다 힘들고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A대장은 “(개영식에 참석한) 대통령 경호 문제로 대원들 소지품 검사를 했는데, 2~3시간을 줄 서서 대기해야 해서 어린 친구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도 꼬였다. 조직위가 당초 마련한 프로그램 순서가 바뀌거나 빠지면서 무대에 오르기로 한 대원들이 오르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문제는 행사가 끝난 다음이었다. 대통령이 행사장을 빠져나간 후 군중을 통제하는 주체가 없었다. 대원들이 한꺼번에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상황인데, 누구 하나 제대로 통제하고 안내하는 사람이 없었다. 압사 사고 안 난 게 다행일 정도로 당시엔 아찔했던 순간이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 2일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스카우트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장문례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 2일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스카우트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장문례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조기 퇴영, 태풍, 역차별…거듭된 파행

이후에도 파행은 거듭됐다.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은 4400여명의 청소년과 지도자를 파견한 영국을 비롯해 미국과 싱가포르 등 대표단이 열악한 환경을 이유로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총력 지원을 지시하고 전 부처가 수습에 나섰지만, 현장의 문제점들은 단기간에 개선되지 않았다. A대장은 “현장에서는 바로 체감하기 어려웠다. 외부에서 들여온 얼음물은 야영지 외곽 길가에 그대로 쌓인 상태로 방치됐고, 이후엔 미지근한 상태로 대원들에게 지급됐다. 하루 이틀 후엔 따지도 않은 물병들이 땅바닥에 굴러다닐 정도로 넘쳐났다. 다른 지급품도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 폭우 대비용으로 지급된 우산은 (대원들이) 구경도 못 하고 (영지를) 나왔다. 기왕 지원하기로 했으면 제때 필요한 만큼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A대장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8월 4일 변기에 묻은 오물을 직접 휴지로 닦고 있는 사진이 화제가 된 것을 두고 “언론 홍보용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들이나 고위관료들이 오면 현장은 혼선만 커진다. 조직위가 이런저런 눈치 보느라 준비한 일정이나 프로그램도 제대로 못 하는 느낌을 받았다. 전문가들에게 현장을 일임하고 필요한 게 뭔지 물어 제때 적절하게 지원해주면 된다”고 했다.

태풍 ‘카눈’을 피해 잼버리 참가자 전원이 야영지에서 철수한 8월 8일 이후에도 조직위 운영은 부실했다. 대회 개최 전 자신했던 ‘폭우 시 사전 지정된 8개 시·군의 342개 실내 구호소로 대피’ 대책은 정작 태풍 앞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8월 8일 ‘왜 대피소를 활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342개 구호소는 일시적으로 수용하고, 다시 영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운영하는 것”이라며 “이번 태풍은 전국적인 재난이기 때문에 그럴 경우 여기서 (참가자들을) 소거(퇴영)하는 매뉴얼이 있다. 그에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기본적인 인원 점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입국도 안 한 예멘·시리아 대원들을 대학 기숙사와 연수원에 배정했고, 남학생이 사용하는 대학 기숙사에 스위스 여자 잼버리 대원들을 배치했다가 다시 호텔로 옮기는 일도 있었다. 공무원·공공기관 강제 동원 논란도 일었다. 8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영식과 K팝 콘서트 지원인력으로 공공기관 직원 약 1000명이 동원됐고, 아이돌 차출 논란이 일면서 권위주의적 행태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A대장은 “탁상행정의 극치였다”고 했다. 그는 “조직위의 부실한 준비와 허술한 대응이 이번 대회 파행의 가장 큰 원인이다. 현장과 조직위 간에 소통이 전혀 안 됐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난리가 나니까 현장과 동떨어진 지침이 나올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사태를 더 키우게 된 것”이라고 했다.

폭염이나 위생 문제로 어린 대원들을 챙기는 일도 버거웠지만 정작 A대장을 화나게 한 건 국내 대원들에 대한 역차별이었다고 한다. 국내 대원과 해외 대원 간 역차별 문제는 대회 기간 내내 제기돼왔다. 숙소 배정 과정에서 외국 대원들은 호텔이나 연수원 같은 곳에 배정된 반면 국내 대원들은 교회 강당 바닥에서 별다른 침구 없이 얇은 매트를 깔고 잠을 잔 일이 그렇다.

A대장은 개영식 때부터 역차별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맥가이버 칼(다목적 스위스 군용 칼)을 소지한 대원이 많았다. 개영식 때 소지품 검사를 하는데 국내 대원들은 수거하면서 해외 대원들이 가지고 온 맥가이버 칼은 수거하지 않았다. 햄버거와 같은 음식도 국내 대원들은 반입을 막고 해외 대원들은 막지 않았다”고 했다.

역차별 사례는 또 있다. A대장은 “대회 내내 온열환자가 많이 발생했는데 외국 대표단의 경우 그때마다 대표단 차량이 영내를 수시로 들어와 대원들을 점검하고 했다. 반면 우리 대표단은 영내 차량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외국 대표단 영지에서 수도꼭지가 고장났을 땐 수리 요구 후 30분도 안 돼 시설 정비팀이 와서 고쳐주고 갔지만, 우리 대표단이 요구했을 땐 듣는 시늉도 안 했다”고 했다. 8월 11일 열린 퇴영식 때도 마찬가지였다. A대장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영식과 K팝 콘서트에서 외국 대원들은 순찰차로 경호하고 숙소까지 공무원이 안내한 반면 국내 대원들은 좌석 배치, 간식, 경호 등 지원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스카우트 대장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엔 조직위 등을 성토하는 글이 넘쳐났다. A대장은 “자국에서 벌어진 대회에서 차별을 당해야 했던 어린 대원들한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국내 스카우트 대장들은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A대장은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부와 한국스카우트연맹에 공식 항의하기 위해 9월 2일 국내 스카우트 대장 150여명이 모처에 모여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지난 8월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 내 덩굴터널에서 휴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지난 8월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 내 덩굴터널에서 휴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단 경고음에도…결국 국제 망신

대회 차질 우려는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201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새만금 잼버리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023년 8월 1~12일 2023 세계잼버리 기간 한반도에 폭염이 가장 심하고 태풍과 폭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의 경고 목소리도 수차례 있었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8월 18일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김제·부안)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전체회의에서 주무부처 장관인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게 “빨리 (잼버리) 현장에 가보셨으면 좋겠다. 거기 배수시설이라든가 상하수도, 대집회장, 샤워장, 화장실 등이 전체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잘못하면 준비 상태가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여성가족부 폐지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 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을 정말 점검해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 과연 주무부처(여성가족부)가 사라진 조건에서 잼버리가 제대로 될 수 있겠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저희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보고드리겠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이후부터 잼버리가 임박한 4월 말까지 단 한 번도 현장에 가지 않았다. 김 장관은 대회 내내 말실수 논란을 일으켰다. 8월 6일 잼버리 영내 성범죄 의혹에 대해서는 “경미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했고, 8월 8일 잼버리 조기 철수 사태와 관련해선 “한국의 위기대응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통제 없는 현장서 압사사고 위기” 지금까지 이런 잼버리는 없었다

프레잼버리가 열리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도 컸다. 잼버리 주최국은 본 행사 개최 전에 프레잼버리를 열어 시설과 운영 등을 점검한다. 그러나 조직위는 코로나19 재유행을 이유로 지난해 8월 개최 예정이던 프레잼버리를 2주 전에 돌연 취소했다. 지난해 11월 여가위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2023년도 여성가족부 소관 예산안 및 기금 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는 “행사 개최가 1년도 남지 않은 2022년 9월 말 현재까지도 기반시설 설치가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다. 잼버리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문제점을 사전에 발굴 및 보완할 수 있는 프레잼버리 없이 2023년에 본 행사를 개최하게 되고, 보조금 이월로 인해 사업 추진도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여가부와 전라북도는 행사 준비를 더욱 철저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고음을 무시한 대가는 처참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세계 158개국에서 4만3000여명의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가 참가한 새만금 잼버리는 잼버리 역사상 가장 큰 오점을 남겼다. 아마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8월 7일 트위터에 “스카우트 잼버리는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했다”고 표현했다.

외신의 평가는 냉정했다. 대회 초반부터 온열환자 속출과 같은 영내 피해 상황을 보도해온 영국 BBC방송은 8월 8일(현지시간)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의 학부모를 인용해 “끔찍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월 4일부터 홈페이지 상단에 “한국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대한 당신의 경험을 말해달라”는 제목으로 별도 제보 코너를 만들어 운영했다.

외신의 눈에 비친 K팝 콘서트는 ‘전체주의적 사고’의 상징이었다. AFP통신은 8월 12일 ‘K팝이 구출? 한국, 스카우트 잼버리 폐막 콘서트에 올인’ 기사에서 “정부가 재앙이 된 행사를 수습하기 위해 수백만달러의 비상 자금을 투입했지만, K팝 팬들부터 공공부문 직원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에서 열린 폭염, 비위생적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 대피로 얼룩진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K팝 콘서트와 사과로 끝났다”고 전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원들을 태운 버스가 지난 8월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을 떠나고 있다. 부안|한수빈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원들을 태운 버스가 지난 8월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을 떠나고 있다. 부안|한수빈 기자

낯뜨거운 책임 공방과 향후 쟁점

대회 파행은 ‘기본’을 갖추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영국 대원들이 조기 퇴영 이유로 내걸었던 위생, 음식, 폭염, 의료 등 문제만 봐도 그렇다. 화장실과 샤워장 위생을 철저히 했다면, 덩굴터널을 늘렸다면, 시원한 생수를 충분히 공급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리란 뜻이다. 의지만 있었다면 한두 달 안에 대비가 가능했던 문제들이다.

이런 기본적인 요소들이 구비되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었기 때문이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윤덕 국회의원(전주갑),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모두 5명이다. 조직위 아래 집행위원장은 김관영 전북도지사다. 공동조직위원장 중 3명이 현 정부 국무위원이다. 조직위 주무부처는 여가부로 돼 있지만, 정부 부처 장관 3명이 조직위원장을 맡다 보니 어느 한 곳도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누구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않았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2018년 12월 말 새만금 잼버리에 대한 국가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규정한 세계잼버리 지원 특별법 제정 후 주체별로 분담 과제가 주어졌음에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폐지하겠다던 여가부를 총괄로 둔 것 또한 첫 단추가 잘못 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회 종료 후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책임 공방은 낯뜨거운 수준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잼버리 파행 사태를 ‘뻘밭 대참사’로 규정했다. 여당이 타깃으로 정한 책임 주체는 문재인 정부, 여가부, 전북도 등이다. 김기현 대표는 8월 13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권과 전북도는 매립과 기반시설 확충, 편의시설 등 대회 준비를 위해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우리는)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고 적은 데 대해 “그렇게 5년 허송세월 보내놓고 죄책감도 없이, 뒤집어씌우기만 하면 능사인가”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8월 1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잼버리 파행에 대한 국조(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 표류하는 국정을 바로잡고 정부 여당이 더는 국민을 무시하고 퇴행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잼버리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8월 14일 기자회견에서 “전북이 맡은 일에 관해서 문제가 생겼다면 전북이 책임을 지고, 조직위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조직위 담당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화장실과 샤워장 등 시설 준비 미흡 지적에 대해서는 “화장실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청결 문제였는데, 조직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전북도가 맡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감사와 조사를 예고했다. 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이 선정된 2017년 8월부터 지난 6년간 준비·추진 상황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잼버리에 투입된 총예산 1171억원 중 74%를 차지하는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비와 사업비로 잡힌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조직위 예산 외에 상하수도와 하수처리시설, 덩굴터널 등 기반시설 조성에 205억원,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대 등 편의시설 설치에 130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아울러 여가부와 전북도 공무원 등의 외유성 출장 수십 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는 총괄의 주체가 명확지 않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다. 대회 이전엔 현장의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다가 문제가 터지니까 정부가 모든 자원을 동원해 총력 지원하고 나섰는데, 이 또한 국가주의에 매몰된 방식일 뿐이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주최기관은 세계스카우트연맹과 한국스카우트연맹이다. 민간이 주최하는 국제행사는 현장 전문가 그룹인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되, 이런 틀에 맞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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