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폐기물 공장 설립 불허한 영주시…주민들 “고의패소 노렸다” 주장

김현수 기자
경북 영주시 적서농공단지에 건설 중인 영주 납 폐기물 재활용 공장 위치도. 영주시청년의목소리 제공

경북 영주시 적서농공단지에 건설 중인 영주 납 폐기물 재활용 공장 위치도. 영주시청년의목소리 제공

시민들의 반발로 납 폐기물 재활용 공장설립을 불허한 경북 영주시가 공장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고의 패소’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주시가 별다른 준비서면을 제출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변론에 나서지 않은 만큼 공장설립을 막겠다는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28일 영주시·영주시청년의목소리 등에 따르면 영주시는 2021년 10월 영주 적서농공단지에 납 폐기물 재활용 공장 건축을 허가했다. 이 공장은 폐배터리를 녹여 배터리 안에 있는 납을 추출한다.

하지만 납 폐기물 공장 설립이 허가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해당 공장이 발암물질인 납과 코크스를 다루는데도 영주 시내와 직선거리로 불과 3㎞ 떨어져 있어서다.당시 영주시는 공장 측이 방지시설을 갖춰 오염물질 배출 우려가 없고 인근 주민의 동의를 받아 허가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주민 등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주민 공청회가 생략됐고, 주민 동의도 공장 인근 10여 가구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동의서를 써줬던 주민들도 납 폐기물 공장이라는 설명은 듣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경북 영주시청 전경. 영주시 제공

경북 영주시청 전경. 영주시 제공

폐기물 공장 허가 절차도 문제가 됐다. 폐기물 공장 허가를 받으려면 실제 건축 허가에 앞서 폐기물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생산하는지 등의 검토가 이뤄지는 공장설립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한다. 영주시는 이 절차를 건너뛰고 건축허가를 먼저 내줬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영주시는 해당 공장의 설립을 승인하지 않기로 하기로 했다. 절차상 건축 허가를 반려할 수 없는 만큼 공장설립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공장 가동을 막은 것이다. 이에 공장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30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다.

시민들은 영주시가 지난 5·7월 두 차례의 공판이 이어지는 동안 준비서면 및 증거 등을 전혀 준비하지 않는 등 일부러 소송에서 지는 방식으로 공장설립을 허가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또 공장 측이 영주시의 대외비 정보(마을 주민 이주 계획·연구용역 결과 등)를 가지고 있는 등 영주시 일부 공무원이 공장 측을 돕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희진 영주시청년의목소리 회장은 “공판에서 공장 측은 준비서면·증거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싸우고 있으나 영주시는 자료 한 장 제출 안 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당시 공장 허가를 주도한 간부 공무원들은 오히려 승진했다.(공장 측과)유착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장 측은 공장설립 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허가를 먼저 신청하는 등 절차상 위법적인 문제도 영주시 공무원의 자문을 받아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과의 통화기록 128통도 법원에 제출됐다.

이 소송 보조참가인인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하승수 변호사는 “쟁점은 허가 과정에서 있었던 법절차 위반”이라며 “공장 측이 이 절차 위반이 영주시 공무원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주시가 아직 반박 자료를 내지 않은 것은 일반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영주시는 현재 상당한 분량의 준비서면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결심공판에 맞춰 준비한 서면을 제출하는 것이 소송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영주시 관계자는 “시 고문변호사의 판단하에 준비서면 제출 시기를 결정한 것”이라며 “영주시가 고의 패소할 이유가 전혀 없다. 혹시라도 패소한다면 즉각 항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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