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몸에 손대서 불쾌해”…숨진 대전 교사, 3년간 민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에 우울증약 복용

강정의 기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유족이 9일 A씨의 영정을 들고 A씨가 근무했던 학교에 들어서고 있다. 강정의 기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유족이 9일 A씨의 영정을 들고 A씨가 근무했던 학교에 들어서고 있다. 강정의 기자

지난 7월 숨진 교사가 직접 제보
“지시 불응하고 다른 학생 괴롭혔다”
무기력함에 우울증 약 복용하기도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생전에 전국 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교권침해사례 설문조사에서 본인의 교권침해 사례를 제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사는 무기력함으로 인해 3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동시에 우울증 약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대전교사노동조합이 공개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21일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본인의 사례를 직접 제보했다. A씨가 제보한 글에는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당시 반 학생 중 4명의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같은반 학생을 지속해 괴롭힌 정황이 기록돼 있다.

이중 A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학부모 학생의 경우,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교실에서 잡기놀이를 하거나 다른 친구의 목을 팔로 졸라 생활 지도를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 이 학생이 수업 중 갑자기 소리를 쳐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을 하지 않고 버티거나 친구를 발로 차거나 꼬집기도 했다는 내용도 있다.

A씨는 해당 학생 학부모와 상담을 했지만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문제가 있을 때는 따로 조용히 혼을 내던지, 엄마에게 문자로 알려달라” “(선생님이) 1학년을 맡은 적이 없어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고도 했다.

이후로도 이 학생이 친구를 꼬집거나 배를 때리는 등 괴롭히는 행동은 반복됐다고 적었다.

이 학생이 급식을 먹지 않겠다며 급식실에 누워서 버티자 A씨는 학생을 일으켜 세웠는데, 10일 후 학생 어머니는 “아이 몸에 손을 댔고 전교생 앞에서 아이를 지도해 불쾌하다”고 항의전화를 하기도 했다.

대전지역 교사가 9일 대전 유성구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추락한 교권을 회복해야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강정의 기자

대전지역 교사가 9일 대전 유성구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추락한 교권을 회복해야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강정의 기자

2학기에서도 이 학생이 친구의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행동이 이어지자 A씨는 교장 선생님에게 해당 학생 지도를 부탁했다.

다음날 학생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시 교장과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도 적혀 있다.

A씨는 학부모에게 학생에게 잘못된 행동을 지도하려 했을 뿐 마음의 상처를 주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으나, 학부모는 12월 국민신문고와 경찰서에 아동학대로 신고를 넣었다.

교육청 장학사의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교폭력위원회에서는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과 조언 처분을 받으라는 1호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아동학대 조사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 결과 ‘정서학대’로 판단해 사건이 경찰서로 넘어가고,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은 뒤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다.

A씨는 “학기 초부터 지도에 어려움이 있었던 학생으로, 학부모 역시 지도에 협조하지 않고 억울해하고 교장실에 민원을 넣어 지도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라며 “결국 학생과 약 1년의 시간을 보낸 후 교사로서의 무기력함, 교사에 대한 자긍심 등을 잃고 3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우울증 약을 먹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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