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마저 통제하나”…시민단체, ‘대통령 짜깁기 영상’ 수사 경찰 규탄

오동욱 기자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물 관련 압수수색을 실시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물 관련 압수수색을 실시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정보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제작자를 추적 중인 경찰을 규탄했다.

오픈넷·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7곳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풍자 영상에 대한 경찰 수사를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권력이 ‘대통령 심기경호’를 위해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문제의 영상은 지난해 11월23일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가상으로 꾸며본 윤(석열)대통(령) 양심고백연설’이라는 제목의 44초 분량 영상이다. 윤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방송 연설을 짜깁기 해 “저 윤석열의 사전에 민생은 있어도 정치 보복은 없습니다”라는 내용을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은 있어도 민생은 없습니다”라는 식으로 내용을 바꿨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정치 권력에 대한 비판과 풍자는 표현의 자유의 핵심”이라며 “경찰이 수사하는 것 자체가 당사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 대한 겁박이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윤 정부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하며 디지털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권리로 명시했다”면서 “(대통령 풍자 영상에 대해) 가짜뉴스, 명예훼손, 사회혼란 야기 등을 이유로 검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경찰이 압수수색이라는, 기본권 침해 정도가 가장 큰 수사 방식으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의사 표현을 한 시민을 탄압하고 있다”라고 했다. 해당 영상은 의견에 불과해 사실성을 따질 수 없고 명예훼손의 구성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AI(인공지능)가 활용되지 않은 단순 짜깁기 영상이라 공직선거법 위반 요건도 채우지 못한다는 지적도 했다.

손 변호사는 “(경찰은) 앞으로 표현자의 사상 검증을 위해 주거지·핸드폰·컴퓨터 같은 시민의 통신 비밀이나 사생활 비밀까지 침해하는 압수수색도 할 셈이냐”라면서 “경찰·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온 국가 권력이 경호실이 돼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항의 의사 표현을 ‘입틀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권력의 과도한 개입이 디지털 공론장에 필요한 논의를 방해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조은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권력이 나서서 가짜뉴스를 자의적으로 지명하고 삭제·탄압하면 정작 혐오·허위 정보로부터 시민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국민의힘 고발이 들어오자 지난 21일 방심위에 윤 대통령의 연설을 짜깁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에 대해 삭제 및 차단을 요구했다. 방심위는 지난 23일 해당 영상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전날 경찰은 제작자 신병 파악을 위해 관련 기관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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